
이 글은 영어를 잘할 수 있는 새로운 영어학습법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영어를 잘하는 방법을 배우기 이전에 왜 이토록 영어를 못하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영어를 못하는 7가지 원인
필자는 미국에서 1년간 학교를 다닌 것을 제외하면 영어에 관한 한 여느 한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평소 책을 꾸준히 읽어 지금까지 100여권의 영어소설을 읽은 것 정도가 다르다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체계적이지 못하고 정립되지 못한 견해라 하더라도 독자들의 혜량을 바란다.
한국인이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원인을 크게 7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은 영어를 대하는 우리의 인식에 있다. 우리는 영어를 능력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영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문제다.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언어가 그렇다. 자주 읽고 쓰고 듣고 지껄여야 그 능력이 유지된다.
그런데 우리는 영어를 어려운 것, 공부 잘하는 사람이나 잘할 수 있는 것, 머리 좋은 사람이나 잘할 수 있는 것쯤으로 잘못 생각해왔다. 다시 말해서 영어는 습관이 아니라 능력이라는 잘못된 견해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영어를 배우려다 보니 영어가 제대로 익혀질 리 없다.
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의 원인은 국어와 영어의 구조적 차이점에 관한 것이다. 이 차이점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기에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려면 이러한 차이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즉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어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어와 영어의 첫 번째 차이점(두 번째 원인)은 영어는 단수와 복수의 개념이 분명한 반면 국어는 그 개념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차이점(세 번째 원인)은 영어에는 관사가 있지만 국어에는 이 개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 차이점(네 번째 원인)은 영어에는 있는 반면 국어에는 관계대명사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우랄알타이어(語)와 영어의 대표적인 차이점이기도 하다. 영어는 아주 명확한 언어다. 한치의 빈틈도 없는 기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영어의 명확성은 단수와 복수의 개념에서 출발하여 정관사와 부정관사에 의해 공고해지고 관계대명사로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국어와 영어의 네 번째 차이점(다섯 번째 원인)은 문장 구조의 문제로, 영어는 주어와 동사가 문장의 기본 구조를 이루는 반면 국어는 동사가 문장의 맨 끝에 오는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국어는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영어는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절대로 없다. 이러한 문장 구조의 문제는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 가장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대목이다.
한국인이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여섯 번째 원인은 영어 문장을 눈으로 읽든 귀로 듣든 우리말로 옮기려는 버릇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book’ 이라는 단어를 이해하면 그냥 ‘book’으로 인식해야지 ‘책’으로 번역하면 안 된다. 이것이 외국어를 빨리 배우는 첩경이다. 외국어를 제대로 배우고 빨리 배우려면 먼저 우리말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일곱 번째 원인은 영어에는 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자음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슨 소리가 들리기는 하는데, 그 소리를 나타낼 한글 자음이 없어서 표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글에서는 이 일곱 번째 원인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한글엔 없는 자음들
우리는 꽤 오랫동안 영어를 배워왔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영어를 배웠고, 그 후에도 대학 또는 사회에서 꾸준히 영어를 접해왔다. 상당수의 단어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영어로 대화하기가 어렵다. 상대방이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를 알아들을 수 없다. 외국인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단어를 사용하여 말을 하더라도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까 영어를 잘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