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블루오션’
가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깬 것이 유명 연예인들 덕분이라면, 롤러코스터를 타도 될 만큼 자연스러운 가발이 나온 것은 가발업체들의 끊임없는 기술개발 덕분이다.
국내 대표적 가발 제조업체인 ‘밀란’은 1990년대 중반에 이미 초경박 인조스킨, 가발을 견고하게 유지시키는 본딩(bonding) 공법을 개발했고, ‘하이모’는 2000년대 들어 SF영화에서나 봤음직한 3D 내추럴 헤어시스템(의뢰인의 두상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표현)과 버추얼 헤어시스템(의뢰인의 얼굴에 수십 가지 스타일의 가발을 씌워보는 영상기술)을 개발했다. 이런 기술로 이른바 ‘맞춤형 가발’이 탄생했다.
세련된 헤어스타일과 안정된 착용감은 젊은 탈모자들에게서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하이모와 밀란의 2005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두 회사의 전체 회원 7만여 명 중 30대 이하가 절반이 넘을 정도다. 예전에는 50∼60대 남성이 대머리를 가리기 위해 가발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연령층이 30대다. 고령층에서는 ‘나이도 있으니 머리가 좀 벗겨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전히 “나 가발 썼소!”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더욱이 지금도 밀란이나 하이모 같은 전문업체보다 가내 수공업체가 만드는 가발시장의 규모가 더 크다. 국내 가발시장의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다만 하이모와 밀란의 지난해 국내 매출이 500여 억원인 것을 근거로, 1000억원은 넘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가발을 포함한 모발 관리, 두피 이식수술 등 국내 모발산업 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도 정확한 통계가 아니라 모발 관련 협회에서 조사한 추정치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매년 20% 이상 신장하는 초우량시장이라는 것. 게다가 350만∼500만명에 이르는 탈모 인구 중 가발 사용자는 아직 20만명도 채 안 된다. 그래서 가발업체 종사자들은 ‘가발시장은 눈에 보이는 블루오션’이라고 말한다. 하이모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유영준 과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국내 가발시장은 막 피어난 시장이다. 우리나라에선 6·25전쟁 직후부터 가발산업이 시작됐지만, 1980년대까지는 외국의 하청이나 가내수공업 수준에 머물렀다. 내수시장도 보잘것없었다.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기술개발에 뛰어든 1990년대부터 조금씩 신장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부터 급속도로 커졌다.”
가발시장을 블루오션이라고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들어 여성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점유율이 전체 사용자의 5%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0%로 늘었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보다 가발시장이 5년 정도 앞서 있다는 일본에서는 가발을 사용하는 여성의 비율이 30%에 이른다. ‘패션 가발’이 아니라 탈모 때문에 쓰는 가발만 놓고 하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