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이처럼 뻔한 이치를 제대로 따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건강할 때는 무관심하다가 건강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건강은 재산이나 명예를 어느 정도 얻고 난 다음에 천천히 돌봐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허리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척추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각종 예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직접 통증을 겪어보기 전에는 예방에 관심을 갖는 이가 드물다. 그러나 “내 허리는 건강하다”고 자신하며 소홀히 대하는 사이에 우리의 척추는 서서히 병들어간다.
허리 디스크로 내원한 최유환(43)씨도 그런 경우였다. 최씨는 어느 날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더니 다리가 터질 듯이 아파 만지지도 주무르지도 못했다고 했다. 결국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통증이 심해지자 병원에 온 것. 용접기능사라 대부분의 시간을 쪼그려 앉아 일한다는 그는 아무래도 직업병으로 인한 허리 디스크인 것 같다고 했다. 동료들 가운데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고, 수술 후에도 통증으로 몇 년씩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봤다는 것. 병원으로 운전하고 오는 동안에도 엉치가 쑤시고 다리가 심하게 땅겼다는데, 계단 한 칸 오르는 것도 힘겨울 만큼 심각한 상태였다.
허리에는 큰 통증이나 장애가 없었지만 엉치 부위가 쑤시고 극심한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보아 디스크 증상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MRI 촬영을 했더니 역시 요추 4번과 5번 사이의 디스크가 돌출돼 있었다. 또 적외선 체열진단검사 결과 허리 아래쪽과 엉덩이, 왼쪽 다리가 돌출된 디스크에 눌려 파랗게 변해 통증이 극심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짐작대로 쪼그려 앉아 일하는 직업이 허리 디스크의 주요 발병원인이었다. 쪼그려 앉거나 상체를 구부정하게 숙인 자세를 취하면 척추가 앞으로 굽으면서 디스크는 찌그러진 채 뒤로 밀리게 되고, 이런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면 디스크가 척추 바깥으로 돌출되거나 디스크 속의 수핵이 뒤쪽으로 밀리면서 척수신경을 건드려 통증을 유발한다.
퇴행 늦추고 척수 손상 주의해야
흔히 허리 디스크라고 하면 요통을 떠올리지만, 허리 디스크의 주요 증상은 최씨처럼 엉치와 다리 부위 통증이다. 튀어나오거나 파열된 디스크가 척수신경을 눌러 다리 쪽으로 내려가는 좌골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