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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와 두 얼굴의 술 샴페인 칵테일

칵테일 마니아는 찬사 샴페인 애호가는 비난

‘카사블랑카’와 두 얼굴의 술 샴페인 칵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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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카사블랑카’엔 여러 가지 술이 등장한다.
  • 두 사람의 열정과 함께하는 코르동 루즈 브뤼, 르노 서장의 부패를 상징하는 뵈브 클리코, 그리고 버번위스키, 코냑….
  • 그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이 샴페인 칵테일이다.
  • 샴페인과 각설탕, 비터스를 혼합한 독특한 향취의 이 술은 지금껏 극도의 상찬과 폄훼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카사블랑카’와 두 얼굴의 술 샴페인 칵테일
영화사에서 불후의 명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카사블랑카’는 마이클 커티스 감독의 1942년 작품으로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폴 헌레이드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했다. 영화의 주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개인적인 사랑의 감정과 정치사회적 대의 사이에서 선택의 갈등에 선 한 남자의 고뇌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제작 당시만 하더라도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으나 상영 몇 주 전에 이뤄진 연합군의 북아프리카 공격 등 시대 상황에 힘입어 처음부터 굳건한 흥행 성적을 거뒀다. 이후 최고작품상을 비롯해 3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으며 오늘날까지 전 세계 영화 팬의 끊임없는 사랑에 힘입어 최고 명화의 반열에 올라 있다.

영화의 제목이자 무대가 되는 카사블랑카는 북아프리카의 대서양 연안에 있는 모로코의 최대 항구도시. 영화의 시작 시점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1년 12월19일로 당시 카사블랑카는 프랑스령으로서 공식적으로는 비시 프랑스(Vichy France) 정부의 통제하에 있었다. 파리 남쪽에 있는 비시를 수도로 삼았기에 그렇게 이름 지어진 비시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 독일이 점령하고 있던 파리 등 북부를 제외한 남부 프랑스를 1940년부터 1942년까지 다스린 정권이다. 사실상 나치 독일의 괴뢰국가이던 비시 프랑스 정부는 1942년 독일이 프랑스의 나머지 지역을 모두 점령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영화 시작부의 설명에 따르면 이 무렵 카사블랑카는 전쟁의 와중에 있는 유럽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거쳐 미국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이 때문에 그때까지만 해도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미국으로 탈출하려는 피난민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공식적인 비자를 구하기는 매우 어려워 이를 얻기 위한 암거래와 부패가 횡행했다.

다른 남자와 나타난 연인



주인공 리처드 ‘릭’ 블레인(험프리 보가트 분)은 이런 카사블랑카에서 아메리칸 카페(Rick?s Cafe Americain)라는 도박장을 겸한 바를 운영하는 뉴욕 출신의 미국인이다. 그의 바는 비시 프랑스 관계자, 나치 독일 군인, 이탈리아 군인, 각국에서 온 망명 시도자, 그리고 이들을 노린 밀항 알선자와 사기꾼 등 온갖 사람이 몰려들어 늘 문전성시를 이뤘다.

릭은 정치적으로는 매사에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사실은 스페인 내전과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독재와 침략에 대항해 싸운 경력을 갖고 있다. 종업원들에게는 인정 넘치는 보스로 커다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런 그이지만 왠지 모르게 늘 우울한 분위기에다 냉소적이어서 주변의 여자들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941년 12월19일 저녁, 유가티라는 밀항 알선자가 릭을 찾아온다. 릭은 평소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지만, 어렵게 구한 특별 통행허가증을 1시간만 맡아달라는 그의 부탁을 들어준다. 이 통행증만 있으면 누구든 리스본을 거쳐 미국까지 무사히 갈 수 있기 때문에 유가티는 이를 거액에 팔아넘길 생각으로 구매 희망자를 릭의 바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통행증은 유가티가 두 명의 독일군 운반병을 살해하고 탈취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유가티는 독일에서 급파된 스트라세 소령(콘라드 바이트 분)과 카사블랑카의 경찰 책임자인 르노 서장(클로드 레인즈 분)의 추적 대상이 된 상태였다. 르노 서장은 시류에 영합하는 전형적인 부패 관리지만 한편으로는 릭의 가까운 친구이기도 했다.

유가티는 결국 릭의 바에서 거래 상대방을 만나기도 전에 스트라세 소령과 르노 서장이 보는 앞에서 경찰들에게 체포된다. 스트라세 소령은 릭에게 빅터 라즐로(폴 헌레이드 분)라는 체코 출신 나치 저항운동가를 미국으로 못 가게 도와달라고 은근히 강요한다. 빅터는 나치 수용소를 탈출한 뒤 파리에서 몇 차례 반(反)나치 활동을 벌이다 미국 망명을 위해 그의 아내와 함께 카사블랑카에 체류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가 바로 오늘 밤 유가티와 만나기로 돼 있던 그 당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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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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