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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 外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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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사회통합형 대북정책 | 나남, 470쪽, 2만8000원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 外
대북정책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크게 보면 햇볕정책과 반(反)햇볕정책 간의 대립과 불화로 응축할 수 있다. 그만큼 간극이 커 보였고 공방도 치열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다. 양자 모두 대북정책은 ‘안보와 대화(지원)라는 두 날개로 날아가는 새’라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도 서로 적의(敵意)의 칼을 들이대왔다. ‘양자 사이를 메울 길은 없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이 책은 씌어졌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하는 바람에서다.

수렴을 위해서는 햇볕정책을 진화의 산물로 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정희의 7·4 남북공동성명, 노태우의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 김영삼의 북핵 동결 노력(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이 있었기에 햇볕정책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햇볕론자들은 이를 인정하려들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이나 남북정상회담만 해도 역사적인 업적임이 분명하나 이를 ‘햇볕정책 성과’로만 한정지음으로써 ‘퍼주기의 대가’처럼 비쳤다.

남북 문제에 관한 한 선구자요 전문가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찰력과 신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역대 보수 우파 정권이 이런 DJ를 대화와 논리로 압도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과잉대응은 오히려 DJ의 위상만 높여주는 일이 됐다. 이로 인해 대북정책 논의는 진보 쪽으로 기울었다. 이제라도 반햇볕론자들은 ‘DJ 프레임’에서 벗어나 DJ보다 더 적극적인 대북 화해 협력정책을 펼 수 있어야 한다.



햇볕과 반햇볕의 수렴은 대화, 시간, 상호주의, 사람이라는 4가지 관점에서 모색될 수 있다. 모든 포용정책에는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해야 하고, 과잉대화도 과소대화도 피해야 하며, 오해의 소지가 많은 상호주의라는 말은 ‘호혜주의’로 바꿔야 한다. 특히 1990년대 대북정책을 함께 주도했던 임동원과 이동복의 화해가 절실하다. 새 대통령은 이 두 사람을 함께 쓸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 나는 ‘3C’라는 모델을 제시했다. 대북정책이 성공하려면 국내적으로는 국민적 합의(Consensus), 남북 간에는 신뢰(Confidence), 주변국과는 정책의 양립성(Compatibility)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햇볕정책이 성공을 거뒀을 때는 3C가 모두 높은 수준에서 조화를 이뤘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발 나아가 햇볕과 반햇볕의 수렴을 위한 이론적 기초로서 ‘한국적 현실주의’의 구축이 긴요함을 의미한다. 대북정책의 한국적 현실주의는 ‘정치적 현실주의(Political Realism)와 자유주의(Liberalism) 사이로 난 해협을 기능주의(Functionalism)라는 배를 타고 올라가는 것’과 같다. 구체적으로는 △‘좋은 분단’에 대한 합의 △‘상황의 이중성’에 대한 인정 △자유주의적 가치(협력)에 대한 고려 △기능주의에 대한 합의가 그것이다. 대북정책은 이 네 축을 기초로 수립, 집행돼야 한다. 한국적 현실주의와 3C 모델은 햇볕만으로도, 반햇볕만으로도 충분치 않고 양자의 수렴을 통해서만이 비로소 적실성이 있는 대북정책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재호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

New Books

사는 기쁨 | 황동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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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즐거운 편지’ 등으로 사랑과 우수를 노래하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선 늙은 몸에 대해, 인생의 종점을 눈앞에 둔 처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장기기증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고는 “아직 상상력 난폭하게 굴리는 고물차 다된 뇌나 건질 만할까”(‘장기기증’)라고 대응하기도 하고, 어두워진 형광등을 보고는 “몸이여, 그대 처분에 나를 맡겨야 하지 않겠나”(‘이 저녁에’)라고 탄식한다. 인생의 종점을 화두로 삼으면서도 시종일관 어둡지 않고 밝고 명랑하다. 정년 이후 독서와 산책, 친구들과의 단출한 여행 등 소소한 일상과 노인의 헛헛함을 낙관으로 채웠다. 시인은 “시를 좇아가다 보니 바야흐로 삶의 가을이다. 주위에 자신의 때깔로 단풍 들거나 들고 있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가득 찬 잔만큼 아직 남은 잔이 마음을 황홀케 한다”고 말한다. 문학과지성사, 157쪽, 8000원

문명의 배꼽, 그리스 | 박경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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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의사’ 박경철 원장이 2011년 겨울 이후 두문불출하며 세 차례에 걸쳐 그리스 구석구석을 답사한 끝에 내놓은 그리스 신화와 역사, 담론 등을 담은 인문 기행서. ‘왜 그리스인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근대 이후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서구 문명이 탯줄을 댄 곳, 쉽게 말해 서구 문명의 배꼽 같은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집필을 위해 그리스를 넘어 그리스 유적이 많은 대영박물관과 터키까지 다녀왔다. 여행은 고대 그리스 문명의 씨앗이 뿌려지고 싹튼 코린토스와 미케네, 올림피아, 스파르타 등 펠로폰네소스의 도시들에서 시작된다. 박 원장은 여행의 기록을 모두 10권의 책으로 정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책은 첫 번째 에피소드인 셈이다. 리더스북, 456쪽, 2만 원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 | 이시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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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강원도 홍천 산골에 자연치유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을 세우고 ‘촌장’으로 지내는 저자가 자연 속에서 체험한 힐링 파워를 담은 산골 생활 에세이. 현대인은 정신없이 달려야 하는 세상에 내몰려 있다. 하지만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도 과열되면 고장이 나는 법인데. 이렇게 바빠서야 뇌라고 성할 리 없다”는 그는 “이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휴식”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거든 시간이 해결해준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을 믿어보라” “세상살이 어렵고 힘들면 자연 속 정적 속에 멈춰서 기다려보라. 가까운 공원이나 산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무 일 말고 그냥 멍하니 산만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다”고 충고한다. 장마다 김양수 화백의 자연 명상 그림이 들어가 자연의 아름다움, 명상의 깊이를 더한다. 이지북, 336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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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최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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