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호

바위 꼭대기에 자리한 수도원 그리스 메테오라

天上 에 올리는 간절한 기도

  • 입력2003-06-26 1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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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 꼭대기에 자리한 수도원 그리스 메테오라

    멀리 칼람바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 자리잡은 성 스테파노스 수도원. 초기에는 남자 수도사의 수행장소였지만, 1960년 이후 수녀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스 피니오스 강과 핀도스 산맥의 준령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암석 위에 서면 수많은 의문이 뇌신경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무슨 바위가 저토록 클까, 어떤 지층 구조길래 이렇듯 묘한 풍광이 만들어진 것일까…. 어림잡아 높이 수백 미터는 되어 보이는 신비로운 바위들. 그리스어로 ‘공중에 뜨다’라는 의미를 간직한 메테오라(Meteora)는 그 지명에 걸맞게 하늘과 땅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조산운동으로 알프스와 히말라야 산맥이 솟아난 이후 단층과 침식, 풍화작용이 계속되어 오늘에 이른 메테오라 지역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자연과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복합유산지역이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유산뿐 아니라 바위 꼭대기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수도원과 그 속에 숨어 있는 독특한 문화유산 덕분이다.

    메테오라 여행의 거점 마을인 칼람바카의 나지막한 바위산에 서면 어느 곳으로 눈길을 돌려도 수도원을 찾을 수 있다. 9세기경부터 많은 수도사들이 동굴에 머물며 수행에 매진했다고 전해지는 이곳에 수도원이 들어선 것은 14세기 중엽 부터. 은둔의 수행지로 명성을 떨치던 15∼16세기경에는 24개의 수도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본부격인 메가로 메테오론 수도원을 중심으로 신비로운 외관을 간직한 루시누 수도원과 성 스테파노스 수도원 등 여섯 군데만이 순례객을 맞고 있다.



    바위 꼭대기에 자리한 수도원 그리스 메테오라

    이 지역의 수도원들은 해발 400~500m에 이르는 바위 위에 지어졌다. 독특한 자연경관과 수도원의 아함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늘에 좀더 가까이 닿고 싶다는 열망일까. 바위 위에 세워진 수도원들은 가파른 계단을 수백 개 올라야 다다를 수 있다. 해발 534m에 세워진 메가로 메테오론 수도원은, 전망대에서 바라본 주변 풍광도 장관이지만 수도원 곳곳의 흥미로운 공간들 또한 여행객을 설레게 한다. 작지만 정성스럽게 가꾸어놓은 정원, 모퉁이마다 자리잡은 독특한 그림과 유물들, 그리스도와 사도 루카스, 천사장 미카엘의 벽화로 장식된 수도원의 돔을 필두로 진귀한 아이콘(Icon·성상화)이 보관되어 있는 박물관….



    그 중에서도 일생동안 은둔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한 수도사들의 해골을 보관해놓은 장소가 이방인의 시선을 끈다. 세속과의 끈을 놓고 오직 수행에만 전념했던 수도사들은 죽어서도 수도원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사용했던 각종 성구와 고성서 등도 남아 있다.

    성 니콜라오스 수도원은 10여 평 남짓한 작은 교회 건물이 유명하다. 이 곳에는 당대 최고의 화가 수도사 테오파네스가 그렸다는 성화를 비롯해 비잔틴 시대를 대표하는 프레스코화들이 가득 차 있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성 니콜라오스 수도원에서 멀지 않은 루시누 수도원은 193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했다. 다리가 완성되기 전까지 수도원에 오르는 길은 물건을 운반할 때 사용하던 커다란 상자밖에 없었기 때문. 아름다운 성화와 소중한 성경 필사본이 보관돼 있는 루시누 수도원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거대한 바위산 위에 자리잡은 신비로운 자태다. 바위 모양을 본떠 건축된 루시노 수도원은 어느 곳에서 보아도 아름답지만 메가로 메테오론 수도원과 성 스테파노스 수도원 중간 지점에서 바라본 풍광이 가장 멋지다.





    메테오라의 자연경관이나 수도원 외관은 자유롭게 관람하고 촬영할 수 있지만 수도원 내부 촬영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중형 사진기를 들고 방문한 첫날에 내부 모습을 전혀 필름에 담을 수 없었던 터라, 둘째 날은 아예 소형 사진기에 렌즈 하나만을 부착하고 수도원을 다시 찾았다. 관람 도중 가까스로 십여 군데의 내부를 촬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셔터를 누른 순간 “노 포토!”라는 한마디가 귓전을 때린다. 습관적으로 필름을 감아 수도사에게 건네자 근엄한 얼굴의 수도사가 필자를 위아래로 서너 번 훑어본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이목구비를 가진 이방인이 안 돼 보였던 것일까. 입으로는 다시 한번 “노 포토”를 강하게 되뇌면서도 손으로는 필름을 되돌려준다. 이번 기사에 수록된 사진 일부는 이 필름에 담겨 있던 잠상(潛像)이다. 빡빡한 속세를 떠나 ‘천국에 가까이’ 머물고 있는 수도사의 넉넉한 마음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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