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덕화 지음, 이지출판, 384쪽, 2만8000원
전 세계 개발도상국가의 ‘롤모델 국가’로 한국이 변신한 계기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 정부 주도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실시된 새마을운동에 힘입은 바 크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새마을운동 노래 가사로 유명한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를 정부 주도 새마을운동보다 앞서 주창한 이가 있다. 경희학원 설립자 조영식 전 총장이 그 주인공.
미원은 조 전 총장의 아호다. 1921년생인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펴낸 책 ‘조영식’에 따르면 미원은 1965년 10월 제10회 경희대 학원제 연설에서 ‘잘살기 운동’을 전개할 것을 선언했다고 한다. 이때 미원이 주창한 ‘잘살기 운동’이 훗날 ‘새마을운동’의 씨앗이 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
미원은 1948년 27세에 첫 저서 ‘민주주의 자유론’을 펴냈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에 ‘문화세계의 창조’를, 1965년에 ‘우리도 잘살 수 있다’와 1975년 ‘인류사회의 재건’을 펴냈다. 1979년 펴낸 책 ‘오토피아’는 미원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피란지 부산에서 집필한 ‘문화세계의 창조’는 지적 충격과 함께 큰 감동을 준 책”이라고 소개했다. ‘문화세계’가 사전적 의미인 ‘문화적 보편성 확대’에 머물지 않고 ‘발전적 자유’ ‘문화 복리’ 등 지고지상한 품격을 지닌 개념이라는 것. ‘당위적 요청사회’를 뜻하는 ‘오토피아’의 건설은 학도병으로 끌려가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청년 미원이 광복 후 자유를 찾아 월남해 세계를 품게 되면서 그린 꿈이자 청사진이라고 저자는 풀이했다.
전쟁 폐허를 딛고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선진화를 이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으로 뒷받침한 또 하나의 선각자 미원이 있었음을 책 ‘조영식’은 잘 보여주고 있다.
부자와 미술관(미국 동부)
최정표 지음, 파람북, 296쪽, 1만8000원
유럽 이민자들이 세운 국가인 미국은 후발 국가로 19세기까지만 해도 서구의 문화적 변두리에 불과했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이나 영국의 대영박물관은 미국인들이 선망하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반전이 시작됐다. 미국 부자들의 아낌없는 기부와 투자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보스턴 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등 세계 최고의 미술관이 세워지면서 세계 문화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진 것이다. 한 해 운영비만 수천억 원에 달하고 구매·전시·큐레이팅에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미국의 세계적 미술관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현장감 있게 소개하고 있다.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
데이비드 맥레이니 지음, 이수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444쪽, 2만 원
빈틈없는 논리와 객관적 사실만 있으면 우리는 타인을 얼마든지 설득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이성과 논리를 앞세울수록 ‘그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확신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그렇다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이의 생각을 바꾸려면 어떻게 하는 게 효과적일까. 저자는 직접 집을 방문하는 선거운동 방식인 ‘캔버싱’을 응용한 ‘딥 캔버싱’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정치학자인 데이비드 브룩먼과 조시 칼라는 딥 캔버싱이 텔레비전 광고나 홍보물 등 전통적 투표 독려 방법보다 102배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사이언스’지에 게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극단의 시대, 견고한 믿음에 균열을 내는 과학적 설득 방법을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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