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희귀병 치료 핵심 기술 ‘CRISPR-Cas9’ ‘NGS’
핵산 치료제 개발 나선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지씨셀·툴젠·올릭스·알테오젠 성장 가능성 높아
고성장 기대되는 유망 바이오 기술•기업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NGS) 같은 혁신적 기반 기술의 발명으로 희귀 질병 치료제를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바이오산업이 새로운 거대 시장을 열고 있다. 혹독한 조정기를 거치면서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임상시험을 통해 신약을 만들어내는 바이오텍(소규모 바이오 신약개발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의 진단이다. 이 대표는 삼성 해외 석사 공채 출신으로 1995년 입사해 화학, 전기·전자, 은행 등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자산운용 경험을 쌓았다. 이후 새마을금고중앙회 주식운용 역으로 자리를 옮겨 중앙회 수익 개선에 기여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에서 정확한 시장 분석과 유연한 대처로 자산운용 업무를 소화했다.
이 대표는 2018년 무렵 제약 바이오 분야에 흥미를 느꼈다. 전문성을 쌓으면 28년간 주식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로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오 업계 분석과 유망 종목을 투자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목표로 그는 바이오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독학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임플바이오리서치를 설립하고, 바이오 전문 유튜브 채널 ‘알바킹 이해진’을 개설한 뒤 줄곧 “바이오산업은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이자 국가 산업”이라고 강조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겪으며 바이오산업의 중요성과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지원책을 쏟아내고 관련 업계에 투자금이 몰리는 분위기다. 임 대표를 만나 국내 바이오산업 현황과 전망을 들었다.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조영철 기자]
바이오 혁신 이끈 4大 기반 기술
바이오는 금리 민감도가 높은 산업이다. 요즘처럼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장기 성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만일 바이오산업이 혁신이 없는 상태에서 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는다면 최근의 상승 추세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국내외 바이오텍 현금 흐름을 살펴보면 대부분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해 임상 연구비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다 할 매출액 없이 매년 영업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현금 흐름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바이오텍이 인플레이션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 하지만 바이오 기업에 어떤 혁신이 일어났는지 파악한다면 향후에도 장기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 기업이 혁신을 이끌어낸 원동력이 뭔가.
“네 가지 기반 기술을 꼽겠다. 재조합 DNA 기술, NGS, 유전자증폭검사(PCR), CRISPR-Cas9이다. 재조합 DNA 기술은 이종 간의 DNA를 서로 이어 붙여 우리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을 생산해낸다. NGS는 우리 몸 세포 안에 있는 30억 개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사람마다 생긴 모습이 다르듯 30억 개 염기 순서도 개인차가 있다. NGS에 의한 개인 염기 서열 분석이 적시에 이뤄지면 개인별 염기 차이에 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어 질병의 유전 병인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PCR은 1개 DNA를 짧은 시간 안에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시키는 기술이다. CRISPER Cas9은 질병 원인이 되는 염기서열을 정확하게 잘라내는 기술이다. 이 중에서도 NGS와 CRISPER Cas9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2010년 이후 NGS가 개발되면서 유전자 서열 변화에 따른 유전자의 기능이 빠른 속도로 밝혀졌다. NGS의 등장은 연구자들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여주는 것은 물론 그동안 연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과제를 수행하게 해 혁신적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물은 또 다른 연구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사람의 유전자 분석은 물론 마이크로바이옴(인체에 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미생물을 총칭)의 유전체 분석까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암과 희귀 유전병을 적응증으로 하는 유전자세포 치료제 개발도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아 진행되고 있다. NGS는 현재 진행되는 바이오 혁신이 장기 성장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다.”
NGS 기술, 사냥감 위치 정확하게 보는 망원경
이 대표는 이 대목에서 “NGS로 사람 유전자 중에서 어느 유전자의 어느 분위에 변이가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 기반 기술은 사냥감이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망원경과 같다”고 부연했다.NGS로 확인한 변이 유전자를 CRISPER Cas9으로 절단하는 건가.
“그렇다. 현재 CRISPER Cas9으로 유전자를 절단하는 수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에는 CRISPER Cas9을 활용해 원하는 유전자로 편집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주목할 점은 CRISPER Cas9으로 치료제 개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 식물 제작이 가능해 푸드 산업에도 적극적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CRISPER Cas9으로 생선 특정 유전자를 제거함으로써 근육량을 늘리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미래 식량 확보를 위해 유전자가위가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고무적인 일이다.”
유망 기술을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 중 주목할 곳은 어딘가.
“바이오산업은 핵, 기반 기술, 세포, 항체 등 크게 네 가지 섹터로 나뉜다. 그중에서 세포 관련 바이오 기술이 앞에서 언급한 CRISPER Cas9이다. 툴젠,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인텔리아 테라퓨틱스, 에디타스 메디신 등이 이쪽 계열에 해당한다. 이들 모두 DNA를 편집해 희귀 유전병을 치료하는 사업을 영위한다. 그중에서 미국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가장 앞서 있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와 버텍스 파마슈티컬스가 공동 개발한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치료제 ‘엑사셀(exa-cel)’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유전자 편집 치료제가 FDA 신약 승인을 얻는다면 혁신 바이오텍 주식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혁신적이면서 위험성 낮은 mRNA·siRNA 기술
mRNA 백신 개발에 뛰어든 셀트리온. [셀트리온]
“혁신 기술을 소개하기에 앞서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만일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원하는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거나 기형 단백질이 만들어지면 어떻게 될까. 심각한 희귀 질병이 발생할 것이다. 이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CRISPER Cas9이라는 유전자가위를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직 초기 임상 단계인 데다 치료 범위를 넓히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잖다. 이러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희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다른 핵산 치료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메신저 리보핵산(mRNA)과 작은 간섭 리보핵산(siRNA)이다. mRNA는 핵산의 일종으로,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DNA를 복사한 전령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siRNA는 유전자의 단백질 정보를 가진 mRNA에 염기서열을 특이하게 결합한 뒤 mRNA를 분해해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 RNA 기술 전망이 밝은 이유는 CRISPER Cas9만큼이나 혁신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고 모든 유전자를 대상으로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신약 물질을 개발하는 기간이 어느 기술보다도 빠를 뿐만 아니라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mRNA를 지질(유기용매에 잘 녹는 생체 물질)로 이뤄진 나노 입자에 탑재해 체내에 전달하는 치료제를 만드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뜨겁다. 미국 모더나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스티팜 등이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mRNA 백신 개발 분야 진출을 선언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스티팜은 mRNA 원재료 생산 투자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다양한 기술로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 가운데 눈여겨볼 곳은 어디인가.
“지씨셀, 툴젠, 올릭스, 알테오젠 등이 꼽힌다. 지씨셀은 NK세포(림프계 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미국 관계사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에 지분을 투자하고 NK세포 치료제를 기술 이전해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동시에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툴젠은 CRISPER Cas9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전자가위 1세대, 2세대, 3세대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다만 투자 시 CRISPER Cas9에 대한 원천기술과 관련해 특허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툴젠은 미국에 CRISPER Cas9의 원천기술과 관련해 4개 특허를 출원한 상황이다. 그중 1개는 특허권을 받았고, 2개는 출원 중이며, 1개는 저촉심사 중이다. 저촉심사 중인 특허 심판 결과에 따라 향후 글로벌 유전자가위 관련 사업을 전개하는 데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바이오 종목 공부 어렵다면 ETF도
올릭스와 알테오젠의 기술경쟁력은 어떤가.“올릭스는 자체 개발한 RNA간섭(RNAi) 플랫폼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 바이오텍이다. 기존엔 저분자 화합물이나 항체 신약이 이미 만들어진 단백질을 저해해 약으로 작용하는 원리를 이용했다면, RNAi 기술은 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에서 mRNA를 제거한다. 알테오젠은 국내 바이오 기업 중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기술 수출을 가장 많이 한 기업이다.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피하주사 제형 기술과 항체 약물 접합체, 지속형 기술 등 다양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피하주사 제형 기술로 많은 기술 수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바이오산업과 기업 분석에 어려움을 겪어 포트폴리오 구성이 힘든 투자자에게 해법을 제시한다면.
“그럴 땐 주가연계증권(ETF)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바이오 ETF가 ARKG ETF와 GNOM ETF다. 전자의 발행사는 아크 인베스트먼트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성장주 투자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캐시 우드가 운용하는 투자사다. 후자는 2014년부터 7년째 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운용의 틀이 확고히 잡힌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자산이 급격히 증가했기에 이제부터는 수익률을 포함한 초대형 ETF 운용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보유 기업 사이즈 측면에서 ARKG ETF는 소형 종목과 초소형 종목의 비중이 높은 반면, GNOM ETF는 대형 종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기업 사이즈가 작을수록 성과 변동성은 커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