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호

“지금 이 순간 말과 행동, 생각이 미래가 됩니다”

人材 산실 천년 고찰 옥천사

  • 글·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사진·박해윤 기자 land6@donga.com

    입력2023-04-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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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고성군 연화산 기슭에 자리 잡은 옥천사는 서기 676년, 신라 문무왕 1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대웅전 바로 옆에는 1년 내내 맑은 물이 솟아나는 샘이 있다. 물이 달고 맛있다 해 ‘옥샘’이라고 불리는데, 옥천사라는 이름이 옥샘에서 유래했다.

    쌍계사의 말사이지만 절의 규모는 본사를 능가할 만큼 크다. 대웅전 앞에는 전통미가 물씬 풍기는 자방루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방루는 지난해 국가 보물로 지정됐다. 자방루 외에도 옥천사에는 고려 고종 때 동으로 만든 악기 ‘임자명반자’(보물 제495호)와 조선 후기 18명의 화승이 참여해 제작한 대형 불화 ‘괘불도’(보물 제2110호) 등 보물이 여럿 있다.

    옥천사는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에 합격해 중앙·지방정부와 법조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한 영남 출신 인재의 요람 구실을 했다. 옥천사에서 공부한 대표적 인물로는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대검 중수부장·대구 고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 대검 감찰본부장로 일한 정병하 변호사, 법제처장을 지낸 제정부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공민배 전 창원시장, 박완수 경남지사 등이 있다. 설운도의 노래 ‘다함께 차차차’를 작곡한 이호섭 작곡가도 옥천사에 기거하며 공부했다.

    그런가 하면 일제강점기 항일 독립운동에 나선 옥천사 스님이 아홉 분 있다. 그중 동고당 문성 스님이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에 국가독립유공자로 추서됐다. 문성 스님은 종단 감찰원장을 두 차례 지내기도 한 독립운동가다. 광복 이후 성철 스님과 함께 불교정화운동을 주도한 청담 스님도 1926년 옥천사에서 남경봉 스님을 은사로 수계하고, 법명 순호를 받아 출가했다. 청담 스님은 1956년 조계종 종회의장, 1961년 도선사 주지, 1966년 통합종단 2대 종정을 지낸 큰스님으로 ‘부처님오신날’을 공휴일로 제정하는 데 앞장선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훈장을 수훈했다. 청담 스님 유품과 각종 불교 관련 보물을 모아놓은 성보박물관은 옥천사에서 항일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스님들의 유품까지 한데 모아 호국박물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옥천사 주지(住持)는 ‘마음 충전’ ‘평화의 첫걸음’ ‘100일 명상’ 등의 책을 펴낸 마가 스님이다. 프랑스 플럼 빌리지와 미얀마 마하시 명상센터에서 수행한 마가 스님은 템플스테이를 통해 상실로 고통받는 이들이 새 희망을 얻어갈 수 있도록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자비명상 대표, 자비나눔공덕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마가 스님은 “비워내야 다시 채울 수 있다”며 “오늘은 가장 젊은 날이고, 내 남은 생의 첫날도 바로 오늘”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 말과 행동, 생각이 미래가 됩니다. 오늘 만나는 사람과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하루이고 싶습니다.”

    경남 유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된 옥천사 대웅전.

    경남 유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된 옥천사 대웅전.

    국가 보물로 지정된 자방루가 대웅전과 마주해 서 있다.

    국가 보물로 지정된 자방루가 대웅전과 마주해 서 있다.

    옥천사를 찾은 불자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기와에 적어놓았다.

    옥천사를 찾은 불자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기와에 적어놓았다.

    달고 맛있는 물이 1년 내내 솟아나는 ‘옥샘’.

    달고 맛있는 물이 1년 내내 솟아나는 ‘옥샘’.

    옥천사 주지 마가 스님이 내방객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옥천사 주지 마가 스님이 내방객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대웅전에서 새벽 5시와 저녁 6시 하루 두 차례 예불을 드린다.

    대웅전에서 새벽 5시와 저녁 6시 하루 두 차례 예불을 드린다.

    체험형 템플스테이를 하면 오후 6시 타종식에 참여할 수 있다.

    체험형 템플스테이를 하면 오후 6시 타종식에 참여할 수 있다.

    옥천사 주지 마가 스님.

    옥천사 주지 마가 스님.

    옥천사 산내 암자 청련암에서 바라본 연화산.

    옥천사 산내 암자 청련암에서 바라본 연화산.

    연화산 중턱 편백나무 숲에서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다.

    연화산 중턱 편백나무 숲에서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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