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호

텃밭 TK에서 국민의힘보다 인기 없는 대통령 윤석열

[집권 보수 다섯 기둥 大해부] TK는 尹을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3-03-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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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주간 여론조사 흐름 보니

    • TK 지지율, 黨 62% 尹 45%

    • 安 저격·정순신 낙마 변곡점

    • 10년 전 박근혜와 반대 양상

    • 무소속 연대 구심 없다지만…

    • “이준석 측 공천 날리면 후폭풍”

    [여의도 머니볼⑦] TK에서 윤석열은 박근혜가 아니다



    2022년 8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년 8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구·경북(TK)은 보수의 심장이자 고토(故土)다. 지난해 치러진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대구에서 75.14%, 경북에서 72.76%를 득표했다. 윤 대통령은 대구지검에서 초임 검사 생활을 했지만, 고향은 서울 서대문구다. 그런 그는 경북 안동 출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대구 21.60%·경북 23.80%)를 상대로 TK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보수정당에 대한 전통적 지지세에 올라탄 결과다.

    한데 최근 TK 여론에 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TK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좀체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보수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TK에서 과반 지지율을 밑도는 성적표를 받는 실정이다. 최근 만난 국민의힘 인사들은 공히 “TK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숫자가 말하는 바도 그렇다. 약 6주간의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TK 유권자들이 윤 대통령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는 흐름이 읽힌다.

    -14%p와 –17%p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2월 첫째 주에 윤 대통령이 TK에서 얻은 지지율은 57%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은 TK에서 53%를 얻었다. 변곡점은 그다음 주였다. 2월 둘째 주에 윤 대통령의 TK 지지율은 45%로 급락했다. 단숨에 12%포인트가 빠졌다. 대신 국민의힘은 59%를 기록해 외려 6%포인트가 올랐다.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14%포인트가 낮아졌다. 2월 셋째 주에는 TK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52%로 나타나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율도 1%포인트 반등해 60%에 도달했다.

    2월 넷째 주에는 상황이 또 달라졌다. TK에서 윤 대통령은 54%, 국민의힘은 53%를 얻었다. 미세한 차이이긴 하나 윤 대통령 처지에서는 긍정적 지표다. 문제는 흐름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3월 첫째 주에 윤 대통령의 TK 지지율은 다시 45%로 급전직하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TK 지지율은 62%로 되레 급등했다. 3월 둘째 주에는 TK의 윤 대통령 지지율이 50%로 반등하긴 했다. 다만 같은 기간 국민의힘의 TK 지지율(59%)에는 뒤처졌다. 2~3월을 통틀어 보면 집권 세력 텃밭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또렷하다.



    2월 둘째 주와 3월 첫째 주 결과가 흥미롭다. 하나씩 살펴보자. 2월 둘째 주 조사는 2월 7일과 9일 사이에 이뤄졌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창 예열되던 시점이다. 조사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 2월 4일과 6일 사이에 대통령실에서 안철수 의원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른바 ‘윤안연대(윤석열-안철수 연대)’라는 슬로건을 두고 2월 5일 이진복 대통령실정무수석비서관은 “대통령과 (당대표)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이야기하느냐”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튿날에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코멘트로 “특정 후보가 윤 대통령과의 연대를 이야기하는데 그런 연대가 없지 않으냐”며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경선이 왜곡되면 안 된다”는 말이 나왔다. 2월 7일엔 김기현 의원(현 당대표)과 나경원 전 의원이 회동했다. 두 사람은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처음 만났다. 서로 웃지 않는 얼굴이 카메라에 담겨 입길에 오른 만남이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와중에 TK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쭉 빠졌다. 윤 대통령에겐 고약한 일이다. 대통령 뜻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대통령 권위를 흔들지 말라’고 얘기하는데, 텃밭에선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안 의원과 나 전 의원이 스스로 의도하진 않았으나 ‘주류에 핍박받는 비주류’로 각인됐을 때 생긴 일이다. 정치적 에너지는 다르지만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당시 여권 주류와 대립하던 구도를 닮았다.

    이를테면 국민의힘을 지지하되, 대통령을 비롯한 주류의 지나친 권력 행사에는 비판적인 TK 유권자층이 적잖게 존재한다는 점이 입증됐다.

    ‘정순신 낙마 사태’ 나비효과

    3월 첫째 주 조사는 2월 28일과 3월 2일 양일간 이뤄졌다. 그에 앞선 2월 넷째 주 조사는 2월 21~23일에 진행됐다. 그렇다면 2월 24일에서부터 2월 27일 사이에 여권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른바 ‘정순신 낙마 사태’가 있었다.

    대통령실은 2월 24일 오전 11시에 정순신 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를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당일 저녁부터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졌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강원도의 기숙형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서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언어폭력을 가해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다.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정 변호사는 이튿날 오후 3시 입장문을 내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그리고 이날부터 시작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TK 성적표가 나빠졌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빠진 만큼(9%포인트)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랐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숫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TK에서 ‘정순신 낙마 사태’가 윤 대통령 지지율에만 반영됐다는 말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을 일정 부분 분리해서 보는 현상이 2월 둘째 주에 이어 재차 확인됐다. ‘문제적인 시기’만 놓고 봤을 때 ‘윤심’에 대한 비판 정서가 TK에 존재했다는 얘기다.

    10년 전의 박근혜는 달랐다. 2023년 2월은 윤 대통령 임기 10개월 차였다. 박 전 대통령의 임기 10개월 차는 2013년 11월이었다. 같은 선상에서 6주간의 지표를 비교해 보자.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2013년 11월 첫째 주 TK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68%였다.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율은 55%로 나타났다. 대통령 지지율이 13%포인트 높다. 11월 둘째 주로 보면 박 전 대통령의 TK 지지율은 72%로 올랐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58%가 나왔다. 11월 셋째 주에는 TK에서 박 전 대통령이 72%, 새누리당이 6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새누리당의 상승세가 돋보이지만 여전히 대통령에 미치지 못한다.

    11월 넷째 주에 이르자 박 전 대통령은 TK에서 74%의 지지율을 얻었다. 반면 새누리당은 전주에 비해 하락해 58%에 그쳤다.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을 16%포인트 웃돈다. 12월 첫째 주에는 TK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76%까지 치솟았다. 박 전 대통령의 TK 지지율은 12월 둘째 주 들어 하락세를 보이긴 했으나 그래도 여당 지지율보다는 5%포인트가 높았다. 같은 임기 10개월 차 기준으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사이의 관계와는 반대 양상이다.

    두 ‘보수 대통령’ 이야기

    두 ‘보수 대통령’이 받아 든, 상이한 지표가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윤석열은 박근혜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다. TK에서는 맹주 이상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경쟁력에서건 TK에서의 영향력에서건 박 전 대통령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당원들과 지지층이 본선 경쟁력을 고려해 경선에서 전략적으로 지지한 후보라 말하는 게 사실에 부합한다. 실제로 2021년 11월 5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책임당원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이 57.77%로 홍준표 현 대구시장(34.80%)을 압도했다. 이에 여론조사 열세(윤 37.94% vs 홍 48.21%)를 만회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본관은 경북 고령이고 고향은 대구다. 국회의원 지역구 역시 대구였다. 덕분에 TK에서는 구름처럼 유권자를 몰고 다니던 박 전 대통령도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진박’ 후보들을 모두 국회에 입성시키지는 못했다. 되레 ‘공천 파동’으로 번지면서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윤심’을 등에 업었다고 평가받는 김기현 당대표 처지에서는 복잡한 방정식이 눈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연초부터 TK 정가에는 ‘현역의원 물갈이론’이 돌고 있다. 대통령실 주요 인사들과 검찰 출신들의 출마설도 끊이질 않는다. 실제로 총선 때마다 TK 지역 현역의원 교체율은 높은 편이었다. TK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을 웃돌지 못하면 지역구마다 교통정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현역의원들로서는 경선만 치러지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을 거치면서 이 같은 기류가 간접적으로나마 확인된 바 있다.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TK 출신 여권 인사의 말이다.

    “TK 의원들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 보니 공천에서 대거 교체한다는 소문이 지역에 돌았다. 그래서 TK 의원들이 전당대회에서 ‘낮김밤안(낮에는 김기현, 밤에는 안철수)’을 한다는 말이 나온 거지. 그렇다 보니 전당대회 당시 TK에서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았다. TK에서는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어쨌든 보수 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기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움직임이 또렷하지 않았다. 조용했다. (당협) 조직이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솔직히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다”

    김기현 대표는 과반 득표로 당선됐지만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TK에서 기대만큼의 초강세를 보이지는 못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이 안철수 의원과 각을 세우던 2월 6~7일 실시된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김 대표는 TK에서 31.9%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는 같은 조사에서 김 대표가 부산·울산·경남(36.2%)과 대전·충청·세종(33.0%)에서 얻은 지지율보다 낮은 수치다.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의 강세가 이어졌지만, TK 선거인단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비상’에 가까운 상황이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와의 문답이다.

    김기현 대표가 왜 TK에서 기대만큼 힘을 못 썼을까.

    “솔직히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다. 언론에 의해 친윤으로 분류된 최고위원 후보 중에도 캠프에서 여론조사를 돌려보면 수도권에 비해 영남권에서 3분의 2 수준밖에 안 나오는 결과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도리어 충청권이 TK보다 잘 나온 적도 있고. 그래서 친윤을 표방하는 후보들이 막판에 TK를 열심히 돌았다.”

    TK 의원들이 ‘낮김밤안’ 행보를 했다는 해석도 있지 않나.

    “그렇다고 하면 안 의원이 TK 표를 발판으로 (최종 결과에서) 더 선전했겠지. 오히려 TK의 2030세대 당원 중에서는 천하람 후보 지지세가 적잖게 있었다고 알고 있다. 여론조사를 연령대별로 잘라서 보면 김 대표가 20~40대에서 뚜렷한 강세를 보이진 못했다.”

    공천에서 밀린 현역의원들은 무소속으로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할 개연성이 크다. 과거 TK와 PK에서는 공천을 못 받은 현역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전례가 많다. 당장 TK를 대표하는 두 정치인이 모두 무소속으로 당선된 경험이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제20대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새누리당에 복당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제21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생환했고, 후에 복당해서 당내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주 원내대표와 홍 시장이 무소속으로 당선된 지역구는 모두 대구 수성을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보수 세력 내에서 ‘윤석열표 공천 물갈이’와 ‘TK 무소속 연대’가 맞부딪치는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TK 출신 여권 인사는 “공천 탈락자 중심으로 무소속 연대를 띄울 수는 있는데, 구심점이 없다”면서 그 가능성을 낮게 봤다. 대선주자 위상을 갖춘 인물이 없는 이상 구현되기 어려운 그림이라는 얘기다.

    반면 국민의힘과 상대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이준석 전 대표가 변수라고 생각한다. 그는 “총선에서는 ‘세대 연합’이 중요한데, 윤 대통령 측이 이준석 전 대표 계열을 전부 공천에서 날릴 경우 후폭풍이 클 것”이라면서 “이 전 대표의 TK 독자(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주류 측 인사는 올해 초 기자에게 “이 전 대표가 TK에 출마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이 전 대표가 실제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지금까지는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2022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를 듣고 있다. 왼쪽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2022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를 듣고 있다. 왼쪽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조용히 요동치는 故土

    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 이야기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2016년 11월 넷째 주 박 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였다. 역대 대통령을 통틀어 최저치다. 부정 평가 비율은 93%였다. 역대 대통령 최고치다. 같은 달 20일 검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한 직후다.

    조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이 TK에서 얻은 지지율은 전국 지지율을 밑도는 3%에 불과했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대전·충청·세종(7%)과 서울(4%), 부산·울산·경남(5%)에서 얻은 지지율보다 낮은 수치다. 외려 TK가 적극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셈이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붕괴하자 박 전 대통령은 급속히 국정 동력을 상실했다.

    고로 보수 집권 시대에 TK 여론은 매우 중요한 바로미터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그 중요성은 배가될 것이다. 보수의 고토가 조용히 요동치고 있다.

    * 이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여의도 머니볼⑧] ‘당수’ 김기현에게 尹心은 독인가 득인가



    신동아 4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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