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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이여! ‘창녀’를 ‘아내’로 삼지 말라

개인 투자자 주식 서바이벌 게임 참패 관전기

개미들이여! ‘창녀’를 ‘아내’로 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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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형적 개인 투자자인 20명의 ‘개미’들이 실전 주식투자 게임을 벌인 결과 시장 평균에도 못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참패했다. 근본적인 패인은 ‘손실의 악순환’. 주가가 내리면 원금이 아까워 주식을 선뜻 팔지 못했고, 주가가 오르면 한푼이라도 만회할 생각에 너무도 쉽게 내다팔았다. 게다가 알짜 정보엔 둔감했고, 속빈 정보엔 민감했다.
개미들이여! ‘창녀’를 ‘아내’로 삼지 말라

연이은 주가 폭락에 실망스러워 하고 있는 증권사 객장의 개인 투자자들.

“주식시장이란 주식을 매개로 운용되는 자금시장이다. 주식의 발행과 유통을 통해 이뤄지는, 산업자금의 안정적 조달시장이다.”

대부분의 주식 관련 서적들은 주식시장을 이렇게 설명한다. 경제를 쉽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일을 하는 필자 또한 주식시장에 대해 도리 없이 같은 설명을 한다.

그러나 이 설명에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기업과 정부의 입장만 지나치게 부각돼 있다. 이들은 증시에서 조달된 자금으로 발전을 도모하는 자금 수요자다. 반면 증시에 돈을 쏟아붓는 공급자는 개인들이다.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도 공급자로 볼 수 있지만, 이들도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투자자금을 ‘밑천’으로 삼는다.

개인들은 결코 기업이나 정부에 산업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해주기 위해 주식시장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이 투자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애사적인 차원에서, 혹은 애국적인 이유에서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은 없다.

주식시장과 고스톱판의 차이



돈을 벌기 위해 한다는 점에서 주식투자는 기본적으로 도박과 다를 게 없다. 고스톱판도 자신은 돈을 벌 것이란 생각에서 뛰어든다. 차이가 있다면 돈을 벌고 나서 발을 빼기가 고스톱판보다는 주식시장이 훨씬 쉽다는 정도일 것이다.

고스톱판에서 돈을 벌면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 대개는 돈을 잃은 상대방이 발끈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마지못해 눌러앉으면 다시 돈을 따겠다는 의욕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잃지나 말아야지’ 하다가 결국은 딴 돈을 다 잃고서야 판을 마무리한다.

주식시장은 좀 다르다. 주식투자로 돈을 번 후 손을 뗀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또 남의 일에 참견하려야 할 수도 없다. 그뿐인가. 주식시장은 고스톱판과는 달리 늘 제로섬(zero-sum) 게임은 아니다. 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부(富)를 거머쥐기도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엄청난 부가 공중 분해되기도 한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 현실에서 두 ‘시장’ 간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우선 주식시장이나 고스톱판이나간에 돈을 많이 번 상태에서 손을 떼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딴 사람보다는 잃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그 두 가지 일에 뛰어든 지 오래된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1883∼1946)가 자본주의에서 도박꾼 기질과 같은 동물적 감각(animal spirit), 즉 이른바 ‘투기적 수요’의 역할을 간파한 이래 이렇듯 도박과 흡사한 주식시장의 특성은 전혀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과 관련한 다음의 두 가지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 정부와 사회가 공개적으로 도박보다 주식시장 참여를 더욱 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첫째, 우리나라는 주식시장이 발달한 나라 가운데 개인 투자자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다. 개인들이 직접 판단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선진국 투자자들과는 달리 각종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등을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둘째, 세계 주식시장을 일시적 혼수상태로 몰고간 2001년 9·11테러 이후 다시 한번 확인됐지만, 우리 주식시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변동성을 자랑한다. 그 며칠 사이 우리 주가의 등락폭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많은 사람이 주식을 매력적인 투자수단으로 생각하고 뛰어들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오히려 불확실하고 위험한 투자수단이라는 얘기다. 주식투자는 장기적으로 저축상품 이자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를 보더라도 현재의 주가 수준은 20여 년 전인 1980년대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은 1990년대의 사상 최장기 호황에 힘입어 10여 년 동안 대세 상승장을 경험하며 주식이 가장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일본 같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

우리 정부는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주식투자를 적극 권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노태우 정부의 국민주 파동, 김영삼 정부의 외환위기, 김대중 정부의 벤처 버블 등 대형 사건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털었다.

이런 일련의 악재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을 날렸을까. 시가총액이 총량의 변화를 뜻하긴 하지만, 새로운 종목의 편입 등으로 과거와 객관적으로 비교하기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개인의 손실에 관한 엄밀한 통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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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방희 경제칼럼니스트 riverside@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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