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의 회장은 당연직으로 따라붙는 직책만 40여 개일 정도로 바쁜 자리. 손경식(孫京植·67) 대한상의 회장은 두산그룹 비리 사건으로 중도 퇴임한 박용성 회장의 후임이다.
손 회장은 경기고 2학년 때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수재다. 그러나 서울대 법대생의 정통 코스였던 고등고시를 준비하지 않았다. 기업이라는 넓은 세계가 그를 유혹했기 때문이다. 그의 누나 손복남(73)씨는 한국 최대 재벌 삼성가(家)의 장자(長子)인 이맹희씨의 부인이다. 손 회장은 삼성그룹이 대주주였던 한일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분가해 오늘의 CJ그룹으로 자리잡기까지 사령탑을 맡아 진두지휘하며 매형(이맹희씨)의 장남 재현씨의 경영 스승 노릇을 했다. CJ그룹은 현재 이재현·손경식 공동 대표이사 회장 체제로 꾸려가고 있다.
손 회장은 8월 7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과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마치고 나서 4시30분부터 ‘신동아’ 인터뷰 스케줄을 잡아놓고 있었다. 회의가 예정시간보다 길어지는 바람에 그는 5시경에야 접견실에 나타났다.
▼ 실물경제 점검회의는 어땠습니까.
“발언하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시간이 모자랐어요. 제가 이 인터뷰 때문에 신경을 쓰자 이현석 상무가 서둘러 마무리 했어요. 정세균 장관께 결례가 안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이 점검 결과를 보고하고, 현대경제연구소와 산업연구원(KIET)은 경제전망을 발표했습니다. 관변 연구소보다는 민간 연구소 쪽 경제전망이 더 어두웠습니다. 중립적으로 생각되는 한국은행은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더군요. 기업들은 환율 때문에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여당에 대한 기대
▼ 환율은 뾰족한 대책이 없지 않습니까.
“오늘 회의에 한국은행 외환 담당이사도 나왔습니다. ‘환율은 원래 시장 기능에 맡길 수밖에 없지만 시장 개입을 전혀 안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큰 관심을 갖고 대처하겠다’고 했습니다. 금리도 기업에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금리가 높아지고 채산성이 악화하면서 금융기관에서 중소기업에 빌려준 돈을 빨리 회수하려 한다는군요. 건설 경기가 나빠 지방경제가 죽어간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땅값이 비싸 공장 설립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기업인도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