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수(56) 삼성전자 전무(서남아 총괄)는 인도시장의 특징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만큼 변화와 발전이 빠르게 진행 중인 국가라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에는 5000만~1억명에 달하는 개발도상국 수준 이상의 소비계층과 8억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하루 1~2달러로 생활하는 최하위 계층이 공존한다. 수도인 델리에도 구걸하는 걸인(乞人)들이 사는 길 건너편에 숙박비만 하루 300달러가 넘는 초호화 호텔과 최고급 쇼핑몰이 즐비했다. 델리에서 만난 한 교민은 인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도를 허접한 국가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 1000달러가 인도의 모든 것을 설명하진 못해요. 12억 인구가 만드는 시장과 잠재력이 있죠. 예를 들어 인도에는 IIT(델리공과대학)에 떨어져서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 간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이 나라가 경쟁력이 있다는 얘깁니다.”
IIT 떨어져 MIT 간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는 1995년 8월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인도시장에 진출했다. 델리에서 남동쪽으로 25㎞ 지점에 있는 산업도시 노이다에 부지 3만6300평을 마련하고 컬러TV 공장을 건설했다. 외국 기업이 독자적인 생산법인을 만들 수 없었던 당시 인도법에 따라 현지 기업인 비데오콘과 합작 형태로 법인을 설립했다. 삼성전자는 연간 40만대 규모로 시작한 컬러TV 생산 능력을 점차 60만대 수준으로 늘려 나갔다. 1998년 12월에는 연간 3만대 규모의 전자레인지 생산 공장도 세웠다. 삼성전자가 인도에 내디딘 첫발은 이처럼 소박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삼성은 현재 인도의 전자제품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위치에 서 있다. 특히 LCD·LED TV 같은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세계적인 전자기업인 소니(SONY)의 추격과 경쟁을 가볍게 물리쳤고, 삼성전자보다 먼저 인도시장을 점유했던 LG전자와도 점차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인도시장에서 프리미엄 기업, 프리미엄 제품의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했다. 삼성전자 인도 현지법인에서 전략기획 부문을 담당하는 설훈(40) 차장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이 합쳐진 결과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부터 발효된 한·인도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 관계, 포괄적인 의미의 FTA)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불어닥친 2008~09년에도 인도는 6% 이상의 견고한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성장이 빠른 곳이다. 모바일폰 분야에서도 조만간 시장점유율 50%인 노키아를 제치고 삼성이 1위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인도에 2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델리 인근 도시 노이다와 인도 남부의 산업도시 첸나이에 각각 가전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노이다 공장은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전화기 등을 만드는 복합 공장으로 운영되고 있고 첸나이 공장에서는 에어컨, TV 모니터, 세탁기가 생산되는데 올해 말에는 냉장고 공장도 준공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앞으로 5년간, 매년 50% 이상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간 성장률 50%? 과연 가능한 수준일까. 그러나 삼성전자 서남아 총괄을 맡고 있는 신정수 전무는 자신감을 보였다.
“얼마 전만 해도 삼성의 프리미엄 전략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인도시장이 곧 폭발적인 증가를 보일 것이라고 판단한 삼성전자의 예상이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과감하게 저기술·저부가가치 상품 라인을 없애거나 줄이고 프리미엄, 고부가가치 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꾼 것이 지금은 매출,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제3, 제4 공장도 지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