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설 귀성길, 고속도로에서 최소 8~12시간은 보낼 각오로 승용차를 끌고 나온 이들의 입에선 이런 칭찬이 흘러나왔다. 명절 때마다 교통대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전국 고속도로가 올 설에는 상대적으로 소통이 원활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연휴가 3일로 짧아 극심한 혼잡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연휴 3일간 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하루 377만 대로 지난해보다 7.8% 늘었지만 정체시간대 교통 흐름은 시간당 47㎞에서 63㎞로 34%나 개선됐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목포 구간은 귀경 시 최장 소요시간이 지난해보다 3시간 10분이나 줄었다. 서울~부산 구간은 1시간 45분 , 서울~광주 구간 1시간 40분, 서울~대전 구간도 1시간 10분 줄었다.
“이제 명절 교통대란은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번 설에 고속도로를 달려본 사람은 체감했겠지만 한국도로공사의 ‘스마트’한 교통정보 앱(App, 애플리케이션) 안내와 갓길차로제가 위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도로공사 살아 있네’란 농담이 나올 만했다.
전국 고속도로의 놀라운 변화는 2011년 6월 부임한 한국도로공사 장석효 사장(66)의 취임 일성에서 비롯됐다. ‘빠른 길,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가 당시 그가 내건 슬로건이다. 지난 1년 반 넘게 노력한 결과 쌓인 노하우가 설 명절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빛을 발한 것.
“우리는 고속도로를 만들고 유지, 관리하는 공기업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들이 고속도로를 보다 빨리, 보다 안전하게, 보다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큰 임무죠. 당연한 일을 했는데 칭찬을 들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사실 기자는 장 사장 인터뷰와 도로공사 취재를 통해 설 이전부터 이번 명절 기간 교통대란은 없을 것임을 어느 정도 예견했다. 장 사장과 도로공사의 대책이 그만큼 탄탄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인터뷰를 한 2월 7일 오후만 해도 장 사장은 다음 날 밤부터 시작될 귀성 전쟁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고속도로 정체 때 우회할 수 있는 구간을 챙기는 등 특별 고속도로 소통대책을 마련하느라 바빴다. 귀성객과 귀경객에게 실시간으로 고속도로 정체 상황을 알려주는 앱과 일부 구간 갓길 통행 허용은 실제로 큰 힘을 발휘했다.
“그 외에도 임시 감속차로를 연장해 나들목 또는 분기점을 빠져나가는 차량이 미리 이용할 수 있게 해 병목으로 인한 정체를 완화했죠. 정체구간 사이에 여성용 화장실을 대규모로 확충해 차량의 휴게소 대기시간을 줄이는 등 휴게소 이용 차량을 골고루 분산한 것도 정체를 해소하는 데 주효했습니다. 우리 임직원들이 명절 휴가를 포기하고 힘써준 덕분이기도 하죠.”
고속도로가 빨라졌다
1969년 2월 15일 창립한 도로공사는 올해 2월 15일로 44주년을 맞았다. 창립 1년여 만인 1970년 6월 6일 개통된 경부고속도로의 유지·관리 업무로 시작한 도로공사는 44년 동안 총 4000km의 고속도로를 만들고 관리해왔다. 장 사장과 도로공사 임직원들에게 올해 창사 기념일은 더욱 뜻 깊다. 장 사장 부임 이후 상복이 터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로공사는 정부경영평가의 기관장 평가에서 우수등급, 기관 평가에서 3년 연속 A등급의 성적을 거둬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공기업 자리에 올랐다.
더욱이 공기업 최초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객만족경영(CCM) 인증을 받았으며 교통문화 발전대회 대통령 표창, 부패방지 시책평가 우수 대통령 표창, 대한민국 나눔 국민대상,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장 사장은 “세계로 뻗어가는 초일류 도로교통 전문기업을 만든다는 각오로 전체 임직원이 힘을 합쳐 안간힘을 써온 결과물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취임 후 1년 8개월을 “‘빠른 길’‘안전한 길’‘쾌적한 길’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는 한편, 부채를 줄이고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기간”이었다고 정리했다. 이 모든 일의 전제는 두 가지였다. “고속도로에서는 어떤 상황에도 멈춰 설 수 없다”와 “항상 상식 선에서 고객이 원하는 일을 먼저 하고, 고객의 불편사항을 앞장서 해소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