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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직원 믿고 맡기면 매출은 절로 올라

‘가장 정중하게 대접받는 백화점’ 노드스트롬

고객과 직원 믿고 맡기면 매출은 절로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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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은 어딜 가나 판매원들이 친절하다. ‘감정노동자’란 말이 생겼을 정도다.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왜곡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의미다.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행복하고 떳떳할 수는 없을까. 미국의 노드스트롬 백화점에서 방법을 찾았다.
고객과 직원 믿고 맡기면 매출은 절로 올라
바야흐로 쇼핑의 계절이다. 미국에선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한 달여 동안이 연중 최대 쇼핑 시즌이다. 미국 유통업계는 이례적으로 이번 추수감사절엔 정상 영업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소비자의 꽉 닫힌 지갑을 열어보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는 추수감사절인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엔 영업을 쉬고, 다음 날부터 크리스마스 세일에 들어가는 게 관행이었다. 그래서 업계는 연말 장기 세일의 첫날인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불러왔다. ‘흑자 금요일’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올해는 목요일부터 흑자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업계가 가족과 보내야 할 명절을 반납하면서까지 대목 잡기에 나선 것은 올 한해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깨기가 쉽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유통업계 매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셈이다.

미국의 경제·금융 전문 사이트 ‘마켓워치’는 9월 말,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유통업체’ 10곳을 발표했다. 유통업계가 좀처럼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 기업들을 골라냈다. 애플스토어와 이동통신기기 판매점 AT·T, 유기농식료품점 홀푸드마켓, 치킨 전문 레스토랑 칙필레이 등이 포함됐다.

취급 품목이 제한적인 업체들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백화점으론 유일하게 노드스트롬(Nordstrom)이 이름을 올렸다. 노드스트롬은 미국 35개 주에 257개 점포를 운영하는 패션 전문 백화점 체인 이름이다. 고급 백화점으로 분류되지만, 할인판매 전용 매장 노드스트롬 랙(Nordstrom Rack)과 온라인 스토어도 함께 운영한다. 마켓워치는 “노드스트롬이 지난해 118억 달러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12.1% 성장했다”며 “향후 개점하는 새 점포를 모두 노드스트롬 랙으로 계획하는 등 효율성을 추구한다”고 평가했다.



노드스트롬은 1901년 스웨덴 출신 이민자 존 W 노드스트롬이 시애틀에 창업한 작은 신발가게로 출발했다. 1960년대 들어 의류매장을 인수해 사업을 다각화했으며, 1971년 상장했다.

‘무조건 환불’

노드스트롬은 유통업계에서 ‘고객 서비스의 전설’ 혹은 ‘고객 서비스의 대명사’로 통한다. 일찍이 ‘무조건 환불’ 정책과 판매직원의 전적인 재량권을 앞세워 고객만족 서비스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뿐 아니라 다른 백화점에 비해 매장 이 널찍하고, 탈의실 공간도 넉넉하며, 고객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곳곳에 놓여 있고, 로비에서는 피아니스트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고객을 돕는 판매직원 수도 훨씬 많다. 그래서 쇼핑객이 한번 들어가면 나올 줄 모르는 ‘블랙홀’이라고까지 불린다.

1970년대 알래스카에 있는 백화점을 인수한 노드스트롬에 고객이 낡은 타이어 두 개를 들고 와 환불해 간 사례는 상징적으로 언급되는 일화다. 패션 전문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타이어를 팔지 않는다. 그러나 노드스트롬이 인수하기 전 백화점에서 타이어를 구입했다며 자기 차에 잘 맞지 않으니 환불해달라는 고객의 요구에 직원은 선선히 현금을 내주었다.

‘고객이 요구한다면 얼마나 오래됐든, 어떤 이유에서든, 설령 고객의 실수로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즉시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게 노드스트롬의 환불 정책이다. 선의를 악용하는 나쁜 소비자들도 있을 것 같은데, 노드스트롬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고객 감동이고 나머지는 차후의 문제”라고 말한다.

“당신의 판단을 믿어라”

“대다수 고객은 우리의 진심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아니다. 정직하지 못한 소수의 고객 때문에 다수의 고객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 이런저런 걱정은 접어두고 바로 앞에 있는 고객에게 집중하면 된다.”

그뿐 아니다. 마땅히 주차할 곳을 못 찾은 고객을 대신해 주차위반 과태료를 내주고, 고객이 놓고 간 항공권을 공항까지 가져다 주는 등 차원이 다른 서비스도 영웅담처럼 전해진다. 1980년대 ‘뉴욕타임스’에는 이런 사례가 소개됐다.

“한 직장인 여성이 노드스트롬에서 그날 저녁 모임에 입고 나갈 드레스를 한 벌 골랐는데, 입고 있는 속옷 색깔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자 직원은 얼른 다른 매장으로 달려가 드레스에 받쳐 입을 속옷을 가져왔다. 드레스를 입어본 고객은 이왕이면 구두도 맞춰 신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직원은 어느새 신발매장에서 어울릴 만한 구두를 가져다놓았다. 결국 이 여성은 노드스트롬에서 기분 좋게 500달러를 썼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드레스 뒤쪽에 흠집이 나 있었다. 판매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하니 판매직원은 망설이거나 윗사람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즉각 답했다. ‘오늘 저녁에 그냥 입으시고, 언제든 편할 때 가져오시면 전액 환불해드리거나 100달러를 깎아드리겠습니다.’ 이 고객은 ‘노드스트롬에선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정중한 방식으로 대접받는다’라고 말했다.”

이런 일화들이 특별한 것은 단지 환불이 수월해서가 아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판단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노드스트롬은 정책적으로 직원들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empowerment)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오래전부터 노드스트롬 신입사원들은 ‘모든 상황에서 최고의 판단을 내리세요. 더 이상의 규칙은 없습니다’라고 적힌 직원수첩을 받았다. 노드스트롬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한다. “첫째,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을 믿고 진행하라. 둘째, 첫 번째 원칙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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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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