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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밤 미국으로 쇼핑 간다~”

인터넷 쇼핑 즐기는 해외직구족

“나는 매일 밤 미국으로 쇼핑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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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구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 이른바 해외직구족이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 비싼 배송료와 세금을 내고도 국내 판매가의 절반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블랙프라이데이.’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을 일컫는 이 단어가 지난 연말 대한민국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싹쓸이했다. 이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직구(直購)족’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준다.

해외직구족인 직장인 A씨가 지난 연말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물품은 총 20여 종. 평소 눈여겨보았던 티셔츠부터 스피커, 비타민제, 심지어 ‘신발정리용 도구’처럼 사소한 물건까지 모두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했다. 특히 그가 구매한 외장형 DVD 라이터는 국내에서 생산된 LG전자 제품이었다. 그는 해외직구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물 건너온 물건이 더 싸다?

“일단 가격이 저렴합니다. 같은 물건을 절반 이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말에는 대대적인 가격 할인행사를 하는 곳이 많습니다. 거기다 지난 연말엔 비씨카드사가 해외 사이트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해외배송비를 카드사에서 대납해주는 행사를 진행해 배송비 한 푼 안 내고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모조리 구매할 수 있었죠. 흥청망청 술 마시고 유흥비로 탕진하는 것보다 훨씬 뿌듯하고 기분 좋은 연말을 보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여름 온라인 쇼핑족 16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 직접구매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4.3%가 “해외 인터넷 쇼핑몰이나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직구 건수는 2010년 318만 회, 2억4200만 달러에서 2011년 500만 회, 4억3100만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2012년에는 720만 회, 6억4200만 달러로 급증했다.

“나는 매일 밤 미국으로 쇼핑 간다~”
해외직구족의 성장으로 인천공항세관이 북적인다. 인천공항세관은 2013년 한 해 해외 인터넷 쇼핑을 통한 국제특송화물의 반입량이 전체 1000만 건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외 인터넷 쇼핑 건수는 전체 특송물량과 대비해 2008년 29%(195만 건)였으나, 2011년에는 50%(506만 건)를 넘은 후 2013년에는 전체 69%(1003만 건)를 기록했다.

몇 해 전만 해도 해외직구는 인터넷과 외국어에 익숙한 소수 젊은 네티즌의 ‘마니아적인’ 문화였다. 외국어로 된 어려운 제품 설명과 구매방법을 해석하고, 까다로운 해외 배송 절차를 확인해가면서까지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던 것. 용기를 내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거나 국내산에 비해 제품 질이 확연히 높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네티즌은 해외직구를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직구가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해외직구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비싼 배송료와 세금을 치르고 나서도 국내 판매가의 절반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이 많아졌기 때문. 게다가 해외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위해 비싼 배송비에 대행 수수료까지 지불해가며 배송대행업체를 이용했던 과거와는 달리, 물건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생겨났다. 이제 해외 쇼핑몰을 이용한 직구는 사치나 허영이 아닌 알뜰족의 스마트한 발품 팔기로 인식된다.

한편 한미 FTA, 한·유럽연합(EU) FTA가 발효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물품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6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3%가 “FTA 체결 이후에도 해외 브랜드 상품가격은 동일하거나 상승했다”고 밝혔다. 관세장벽은 낮아졌지만 유통비 절감으로 인한 이득이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고 있지 않은 것. 반면 해외직구를 이용할 경우 과거와는 달리 관세 부담이 적어 유통비 절감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유난히 국내에서만 ‘가격 콧대’가 높은 것은 수입 물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같은 모델의 전자제품을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훨씬 저렴한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난 연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는 삼성 스마트 TV를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하려는 한국의 소비자들 때문에 일부 배송지 대행업체의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외국에서 결제할 때 붙는 국제카드 수수료 1%를 내지 않아도 되는 비씨글로벌카드의 인기 역시 폭발적이었다. 2011년 발급되기 시작한 이 카드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400만좌를 돌파했다.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을 겨냥해, 한시적이긴 했지만 아마존 결제 건에 한해 배송비 무료행사를 진행한 것도 크게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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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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