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통일하자’는 원론적 구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 듯하다. ‘언제’라는 통일 시점은 남북 경색으로 인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어떤 모습으로 통일로 나아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실현을 위한 건축·건설 분야 설계도를 그리는 이는 김석철(71)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1960년대 말 서울 여의도 종합개발, 1970년대 서울대 관악캠퍼스 조성, 1980년대 예술의전당 프로젝트를 수행한 건축계의 거목이다. 또한 일찌감치 서울-개성 역사 회랑, 서울-원산을 잇는 동서관통운하와 같은 남북 합작 프로젝트를 주창해왔다. 김 위원장을 8월 7일 그가 대표로 있는 서울 동숭동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에서 만났다.
통일 한국의 ‘퀀텀 점프’
▼ 평소 구상해온 한반도 프로젝트에 대해 대통령과도 교감이 있었나요.
“아직 자세한 보고는 드리지 않았어요.”
▼ 대통령과는 자주 소통합니까.
“필요할 때 편지를 보내요. ‘조금 기다려달라. 이북(함경남도 안변 출신인 김 위원장은 북한을 ‘이북’으로 자주 표현했다) 문제는 섣불리 할 필요가 없다’ ‘이북 지도자를 만날 때 이런 내용을 제안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는 자주 연락해요. (조윤선) 정무수석은 여기(아키반)에 자주 오거든요. 국회의원, (새누리당) 대변인 할 때도 자주 왔어요.”
▼ 대통령에겐 언제쯤 보고할 예정입니까.
“9월 초쯤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 보고할 내용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습니까.
“큰 방향은 잡혔고, 세부 내용을 정리하고 있어요. 지금 막바지 작업 중입니다.”
▼ 김 위원장이 구상하는 한반도 프로젝트에는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제안이 많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추진된 한반도 인프라 프로젝트는 대부분 영구 분단을 전제로 한 것들이에요. 그렇게 해서는 통일이 되더라도 남북한이 공존하기 어려워요. 지금 남북한의 격차는 과거 동서독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통일이 됐을 때 우리의 부담을 줄이고 북한 경제를 살리려면 퀀텀 점프(대도약)가 가능한 계획을 세워둬야 합니다. 공장 몇 개 세우는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남한은 물론 북한까지 잘살게 하는 그레이트 프로젝트가 필요하죠. DMZ 남북공동도시와 두만강 하구 다국적 도시, 서울-원산을 잇는 동서관통운하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어요.”
김 위원장은 서재에서 빨간색 표지의 책 한 권을 꺼내왔다.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이란 제목에 ‘2013 대통령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달렸다.
“국정사업은 대통령이 직접 구상하고 전권을 위임받은 사람이 실행에 나서야 이뤄질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차기 대통령이 임기 내에 직접 나서야 실현 가능한 사업들을 모아 책으로 묶어냈죠.”
박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제안한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을 2012년 대선의 주요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지난해 12월 그를 대통령소속 제3기 국가건축정책위원장에 임명했다.
‘작지만 행복한 집’
▼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맡고 나서 해오신 일을 소개한다면.
“국가 고유 자산인 국토환경을 개선해 국민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건축과 도시는 경기침체에 발목이 잡혀 있어요. 국토라는 공간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해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을 한데 모아 11월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세 가지 주제로 전시회를 열 계획이에요.”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아직 대통령께 보고하지 않은 내용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