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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첩한 스타트업에서 혁신 배우는 대기업

GE, 소니, 유니레버, 코카콜라…

민첩한 스타트업에서 혁신 배우는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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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트업 기업들이 고객의 요구와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반면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의사결정 속도가 더디고 변화도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타트업 기업이 가진 혁신의 민첩성을 배우려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민첩한 스타트업에서 혁신 배우는 대기업

GE의 자회사 퍼스트빌드.

스타트업 기업들이 작은 규모만큼이나 민첩하게 움직이며 기존 대기업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핀테크(금융+정보기술) 스타트업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영역으로, IoT(사물인터넷) 스타트업들은 전자 기업의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낸다.
조직이 오래되고 규모가 클수록 변화하기가 어렵다. 수많은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과 조정, 오랜 기간 누적된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 신화처럼 굳어진 과거의 성공 방정식, 층층이 쌓인 보고 체계 등이 혁신을 위한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내부의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다지 혁신적이지도 않고 이미 때늦은 혁신안이 채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변화를 추진하던 구성원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며 무력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반면 스타트업 기업의 혁신은 조직이 작고 가벼운 만큼 민첩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고객 목소리에 기민하게 움직이고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한다. 대처가 빠르니 비용도 적게 든다. 조직 구조나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도 용이하다.
민첩하게 움직이는 스타트업 기업들을 보며 스스로 혁신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에 자본을 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아이디어를 얻던 방식에서 더 나아가 스타트업 기업으로부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배우려 한다. 스타트업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혹은 스타트업 기업을 모방하며 이들처럼 빠르게 움직이려는 실험을 하고 있다.

대기업의 ‘모순된 작업’

대기업에서 혁신이 어려운 것은 혁신이 근본적으로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그 존재 자체로 하나의 성공을 상징한다. 그 기업의 방식을 통해 성과를 냈기 때문에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성공적이었고 지금도 나름대로 성과를 내는 방식을 ‘이제는 틀렸다’고 여기기가 쉽지 않다.
잘 다듬어진 내부 프로세스도 혁신에 걸림돌이다. 기존의 프로세스는 오랜 기간에 걸쳐 다듬어진 방식으로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대단히 효과적이며, 자원이 낭비될 여지를 최소화했기에 효율적이다.
이러한 장점이 혁신에는 단점이 될 수 있다. 기존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새로움을 위한 다양한 시도는 언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달성할지 불확실해 효과적이지 못하며, 무수한 실패에 따른 자원 낭비를 허용해야 하기에 비효율적이다. 기존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이러한 시도는 규정에서 벗어난 일이다. 기존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도 있지만, 그 시간만큼 일은 더 늦어진다.
자원이 한정된 것도 문제다. 새로운 시도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보다 자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어렵게 자원을 얻은 이후에도 순탄치만은 않다.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경영진은 빈번하게 성과와 진척 상황에 대해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 보고 준비로 인해 지연되는 시간도 적지 않다. 또한 어느 팀이나 자원이 여유롭지는 않기 때문에 호시탐탐 자원을 빼앗아가려는 시도를 막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기업 내 수많은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일도 남아 있다. 혁신이 기업 전체 관점에서 득이 될 수 있어도 기업 내 누군가에게는 일자리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어떤 변화가 경영진 중 누군가가 과거에 반대한 것이라면 길은 더 험난하다. 어느 한 사람이라도 크게 반발하는 일이 없도록 이해를 구하고, 피해가 발생하거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대기업에서의 혁신은 백지에 새로운 글을 쓰는 일이 아니라 기존의 글을 가능한 한 유지하면서 새롭게 써야 하는, 모순된 작업에 가깝다.
이런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기업 내에서는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한 변화, 변화를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지연되기 쉽다. 대기업이 스타트업 기업의 일하는 방식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타트업 기업은 대기업과의 비교가 무색할 만큼 모든 것이 빠르다. 스타트업 기업은 고객의 마음을 읽고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가치를 창출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다. 빠르게 배우며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스타트업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대기업이 향후 최대의 이익을 얻으리라는 주장도 나온다.

GE  ‘패스트웍스’ 퍼스트빌드

GE는 오랜 역사를 가진 대기업임에도 스타트업 기업에서 생존 방식을 활발하게 찾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2012년, 스타트업 구루인 에릭 리스의 도움으로 기존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개선해 신속한 제품 개발을 가능하게 해주는 패스트웍스(FastWorks)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바 있다.
스타트업 기업의 린 스타트업 방식을 적용한 패스트웍스는 완성도는 낮지만 어느 정도 기능이 구현된 제품을 빨리 만들어낸다.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해 제품 개발 방향을 수시로 민첩하게 전환함으로써,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며 고객의 요구에 근접해가는 방식이다. 가스 터빈 개발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고, 전사적으로 확대 적용해 지난해 말 기준 4만 명 이상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했으며 30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GE는 이에 더해 지난해 4월 고객과 시장에 한결 더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퍼스트빌드(First Build)’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고객으로부터 직접 피드백을 받아 신속하게 제품을 개발한다는 점은 패스트웍스와 유사하지만, 내부 구성원이 중심이 돼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패스트웍스와는 달리 퍼스트빌드는 아이디어 발굴 단계부터 개발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실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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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권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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