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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관심사업’ 한화 63빌딩 면세점 휘청

외국인 외면, 적자행진, 주가 폭락…

  • 최재필 | 자유기고가 jp_choi@hotmail.com

‘김승연 회장 관심사업’ 한화 63빌딩 면세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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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5년 김 회장 “더 높은 목표 향해” 면세점 독려
  • ● 2016년 300억대 적자 예상…면세점 사업 포기說
  • ● 여행업계 “개성 없고 서비스 미흡…롯데 배워라”
  • ● 본사 63빌딩 이전 승부수도 별무효과?
  • ● 한화 “초기 투자비용 많아서…장기적으로 봐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2016년 1조 클럽 가입한다.’

2015년 9월 3일 한화그룹의 갤러리아면세점63(서울 면세점)을 다룬 한 경제신문 기사 제목이다. 한화그룹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면세점을 열기로 한 지 2개월 정도 지났을 때다. 이 회사는 2016년부터 5년간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4개 층(지하 1층~지상 3층)을 활용해 1만72㎡ 규모의 ‘갤러리아면세점63’을 운영한다.

금융권도 한화 63빌딩 면세점에 대해 ‘매출 상승 기대’ ‘기업가치 개선 가능성’ 같은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유안타증권·신영증권·NH투자증권 등은 신규 면세점 사업자가 발표된 2015년 7월 10일을 전후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에 대해 ‘매수’ ‘강력 매수’ 의견과 함께 주당 20만 원이 넘는 목표주가를 내놓았다.

2015년 유안타증권 김모 애널리스트는 “첫해 예상 매출액은 약 6000억 원 수준”이라며 “국내 면세점 중 가장 수익성이 좋은 시내 면세점,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서울지역 시내 면세점 특허권 획득으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실적과 기업가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 회사의 2016년 예상 총 매출액은 1조1089억 원으로, 매출 1조 원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63빌딩 면세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래서 증권사들도 이런 ‘재벌 오너 프리미엄’을 얹어서 전망한 측면이 있다. 사주가 ‘작심’하고 달려드는 만큼 기업 역량이 이곳으로 총집결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실제로 김 회장은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을 면세점 태스크포스(TF)팀에 합류시킬 정도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밋빛 전망, 김승연 프리미엄

김 회장은 2015년 신년사에서도 “유통 등 서비스사업 분야에서 어려운 시장 환경을 딛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와 금융권에서는 이를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사주의 ‘오더’가 떨어진 후 한화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한화는 신규 면세점 특허를 따내기 위해 63빌딩 내에 9900㎡ 규모의 면세점에다 쇼핑·엔터테인먼트·식음료시설 2만6400㎡를 연계해 아시아 최고의 문화쇼핑센터를 만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63빌딩을 중심으로 여의도와 한강 일대 관광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인근 노량진 수산시장과 63빌딩, KBS, 한강유람선, 국회의사당을 잇는 관광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이를 위해 한강유람선 프로그램, 노량진수산시장 투어, 여의도 봄꽃 축제, 서울 세계불꽃축제 같은 13개 관광 진흥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63빌딩에 면세점이 생기면 명동과 종로에 집중된 외국인 관광객을 분산시켜 서울 서남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도 폈다. 당시 한화 측은 “63빌딩 주변에는 선유도공원 등 관광 요지가 많아 관광 클러스터 구축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시내 면세점이라는 새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그룹 차원의 기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넓은 주차장 텅텅 비어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현재, 한화의 면세점 사업은 어떤 상황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낙제점에 가깝다. 오너의 의중은 빗나갔고, 면세점은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긴커녕 적자투성이 계륵(鷄肋)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최근 오후 2시쯤 63빌딩 갤러리아면세점63을 찾았다.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빌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수십여 대의 대형 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면세점 주차장엔 관광버스 3~4대만 덩그러니 주차돼 있었다. 면세점 사업권을 따낼 당시 넓은 주차장을 최대 장점 중 하나로 손꼽은 것을 떠올리면 ‘썰렁’하기만 했다.

한강공원, 선유도공원, 국회의사당 등 주변 관광지에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관광지로서는 뭔가 부족한 듯했다. 한강공원에는 관광객이 즐길 만한 시설이 부족해 보였고, 면세점 앞엔 재건축대상 아파트 단지가 마주하고 있어 관광지라는 느낌과는 거리가 있었다.



구찌, 보테가베네타 등 명품 숍과 샤넬, 코스메틱 등 화장품 매장이 있는 G층에는 기껏해야 20~30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쇼핑을 하고 있어 한산해 보였다. 1층 시계 매장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시계 매장의 한 직원은 “입점 후 외국인 손님이 늘어난 것 같진 않다”며 “중국인 관광객은 오히려 조금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관광객들이 몰려 있는 곳은 3층 한국특산품 코너와 주류·담배 매장이었다. 하지만 특산품 코너 매장의 한 직원은 “이들의 방문이 그리 달갑지 않다”고 했다.

“실제 매출로 잘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단체 관광객들이 공항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르는 코스라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구매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한화그룹의 면세점 사업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사전 정보 유출설에 휘말린 것이다. 이 회사 주식은 신규 면세점 사업자 발표 하루 전날 6만 원(종가 기준)에 불과했지만, 사업자 발표가 예정된 당일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상한선(30%)인 7만8000원으로 올랐다. 거래량은 평소의 50배 수준인 87만 주가 넘었다. 이후 내리 4일간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발표 7일 후엔 20만 원(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다. 1주일간 무려 156.4%나 폭등한 것이다.



“특별한 것 없고, 교통도 불편” 

당초 면세점 사업권을 따낼지 불확실했던 이 회사의 주가가 사업자 선정 발표 직전에 급등하면서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위원회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기관인 관세청 공무원들이 외부와 통화한 사실, 일부 관세청 직원이 이 회사 주식을 거래한 사실을 파악했으나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혐의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15년 7월 특허 심사 당시 2016년 예상 매출 목표가 약 6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15년 매출액은 1689억 원, 영업이익 156억 원이었다. 2016년 상반기엔 매출액 285억 원, 영업이익 43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 하반기 실적도 그리 밝지 않다. 신한금융투자는 이 회사의 2016년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63.6% 줄어든 5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가 적자로 돌아선 가장 큰 요인으로는 갤러리아면세점63이 꼽힌다. 김규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문제는 서울 면세점”이라고 말한다. 이 면세점의 2016년 3분기 매출액은 668억 원, 영업적자는 75억 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2016년 전체 영업적자는 322억 원(상반기 179억 원, 하반기 143억 원)으로 추산된다. 김 연구원은 “2018년 3분기에나 면세점이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면세점의 2016년 목표 매출액은 5040억 원(순매출 3760억 원)이지만 현재 하루 평균 매출은 1억~3억 원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판매 물량을 선(先)매입하고 후(後)판매하는 면세점 특성상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매장 구성과 마케팅 비용 등 자연발생적 부분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능력과 경험 부족’을 주요인으로 꼽는다. 입지, 인테리어, 서비스, 마케팅 등 어느 분야에서도 고객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문객 수 감소, 매출 감소, 적자 증가는 당연한 결과라는 이야기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서울의 랜드마크인 63빌딩에 자리 잡았지만 여행객이 찾아가기에는 교통망이 열악하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1km 이상 떨어져 도보로 15분 이상 걸린다. 노선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불편하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갤러리아면세점63은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한 점이 많아 쇼핑객뿐만 아니라 여행가이드들에게도 외면받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곳의 인테리어나 서비스에도 특별한 게 없다고 지적한다. 12년차 여행가이드 김모(여·42) 씨는 이렇게 꼬집었다.

“후발 면세점이라면 ‘중국관’이나 ‘한류(韓流)관’ 같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 또한 치밀한 마케팅 전략과 차별화한 서비스로 입소문을 내야 한다.

그러나 갤러리아면세점63은 이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특별한 게 없는데 교통까지 불편하니 이곳을 찾겠나. 한화는 면세점 노하우를 많이 축적한 롯데를 보고 배워야 한다.”


김 회장 마음도 흔들?

2015년 6월 폐점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국내 최대 규모의 국산 화장품 특화 코너를 운영했다. 한류 체험 공간인 ‘스타 애비뉴’에 김수현, 이민호, 장근석 등 한류 스타의 실물 같은 피규어를 전시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2015년 서울시내 면세점 중 3위에 해당하는 6112억 원(하루 평균 1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면세점의 총체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한화는 ‘본사 이전’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듯하다. 한화갤러리아는 “(2016년) 8월 29일부터 태평로 한화금융센터 사옥을 떠나 63빌딩으로 본사를 이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원부서 인력들이 신규 면세점 현장과 밀착해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면세점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빌딩에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63시티와의 시너지를 도모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한화갤러리아의 본사 이전은 면세점 사업과 관광레저 사업을 연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룹 차원에서 면세점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본사 이전 승부수는 처음엔 제대로 먹혀드는 듯했다. 본사 이전을 발표한 8월 19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는 4만 원(종가 기준)이었지만, 8월 26일 5만5900원으로 상승했다. 7일 만에 39.75%나 오른 것이다. 특히 8월 24일에는 상승제한폭(29.89%)까지 뛰었다. 이 회사가 종가기준 5만 원 선을 회복한 것은 45일 만이었다.

그러나 약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이 회사 주가는 계속 곤두박질쳤다. 12월 9일 현재 3만5050원으로 떨어졌다. 20만 원을 찍은 2015년 7월 이후 1년여 만에 80% 가까이 폭락한 셈이다.

이 같은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은 면세점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김승연 회장의 마음도 흔들리게 한 듯하다.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에 ‘불참’하기로 한 것이다. 한화 측은 10월 4일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는 면세점63의 영업 활성화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시장 변화 추이를 지켜보면서 국내외 면세점 진출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의 입찰 포기 결정에 업계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면세점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대표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화가 면세점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면 사업장을 늘리는 데 승부를 걸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티켓 확보전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 입찰에 불참했다는 것은 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지가 크게 흔들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한화 측이 면세점을 추가로 운영하는 데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매출 상승세”

이에 대해 한화 측은 “추가 입찰 불참은 사업 환경을 반영해 다각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한화 측과의 일문일답.

▼ 업계 일각에선 ‘김승연 회장이 사실상 면세점 사업 포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면세점 사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다. 갤러리아는 면세사업을 성장시킬 의지를 갖고 있다. 국내외 면세점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올해 말 공고 예정인 인천공항 T3 면세점 입찰 참여를 적극 검토 중이다.”

▼ 갤러리아면세점63의 실적 부진과 관련해 ‘한화의 63빌딩 면세점 사업 진출은 김승연 회장의 오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시내에 면세점이 늘었다. 이로 인해 고객 유치를 위해 투입하는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갤러리아면세점63은 정식으로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점 사업 진출이 오판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무리하다.”

▼ 한화 측이 면세점 허가를 받으려 했을 땐 63빌딩에 면세점을 열기만 하면 외국인 관광객이 몰릴 것처럼 홍보한 것으로 안다. 언제쯤 63빌딩 면세점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나.

 “면세점 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로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단기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수익 구조를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 특히 면세업계가 수익 개선과 과열 경쟁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수익 문제가 긍정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 면세점 사업 진출이 한화그룹 관광레저사업 부문의 전체 실적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도 있다.

“면세점에 대한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해 참여했다. 면세점 매출도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의 외형적 성장에 힘입어 그룹의 서비스레저산업 매출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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