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운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이 사내 도서실에서 책을 보고 있다.
그러나 (주)인터랙티비는 10명 중 7명 이상이 5년 이상 장기 근무 직원이다. IT 회사인데 직원끼리 시 낭송도 하고, 독후감을 돌려 읽으며 ‘글이 잘 나왔다’고 격려한다. 동호회 스터디 모임도 많아 임직원 간 스킨십도 자연스럽다. 대부분의 회사가 꺼리는 사내 커플이 매년 최소 한 쌍 이상 ‘대놓고’ 탄생한다. 이걸 두고 직원들은 ‘사랑이 꽃피는 회사’라며 자랑한다.
2001년 창립한 인터랙티비는 유무선 광고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마케팅 전문기업. 100여 명의 직원이 국내 최대 제휴 마케팅 플랫폼 ‘아이 라이크 클릭’과 위치기반 소셜커머스 ‘딩동’, 개인 미디어 마케팅 플랫폼 ‘아이 라이크 스폰서 애드’ 등을 통해 디지털 마케팅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 벤처 회사다. 연매출 200억 원을 올리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이 회사 문성운(48)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회사 설립 초기 5년간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직원들이 회사를 만들어나가는 만큼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매일 출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고난의 행군’ 동지들
인터랙티비가 ‘사랑이 꽃피는 회사’가 된 연유를 추적하려면 문 대표의 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던 문 대표는 2000년 벤처회사 투자 심사 업무를 하다가 한 벤처회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이직했다. 이직한 회사가 투자 유치에만 치중하자, ‘돌아오라’며 오매불망 기다리던 이전 직장에 재입사하려 했다. 그때 이 벤처회사 직원 12명이 문 대표를 붙잡았다. 문 대표 스스로도 ‘재입사할 면이 안 선다’며 직원들과 아예 벤처회사를 차렸다.
당시 문 대표의 회사는 ‘홈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거실 TV로 방문객을 확인하고, 냉장고 바깥에 붙은 LCD 화면에 냉장고 속 음식물의 정보가 공개되는, 주거 환경과 IT를 융합한 ‘스마트 라이프’를 구현했다. 배우 이영애가 휴대전화로 가스 불을 끄던 옛 아파트 광고를 떠올리면 된다. 2004년 3월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청사 1층에 들어선 ‘유비쿼터스 드림 전시관’(U-드림관) 실무 작업을 맡은 이도 문 대표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홈 네트워크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막상 뛰어들어보니 건설회사, 시행사, 부동산업계 등 홈 네트워크 시장의 내부 사정이 복잡하더라고요. 그래서 미래를 대비해 우리가 특화할 수 있는 유무선 마케팅 사업을 하기로 방향을 틀었죠.”
2000년부터 사업을 시작했지만 2004년에야 제대로 매출 실적을 냈다. 직원 10여 명은 그 기간 동안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등 ‘외도’를 해야 했다. 생계를 생각하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주력사업’에만 매달릴 수 없었다.
“돈이 없어서 몇 만 원짜리 기술 서적 사는 것도 며칠씩 고민할 정도였어요. 결국 그 시절 직원들과 함께한 ‘고난의 행군’이 지금의 ‘사랑이 꽃피는 회사’를 만든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신입사원 첫 과제는 독후감
그래서일까. 인터랙티비는 IT 회사로는 드물게 독서와 인문학을 강조한다. 회사는 매월 직원들의 요청이 많은 책 10여 권을 사 도서실에 비치한다. 인문학과 소설 중심의 ‘라이브러리 도서실’과 기술·디자인 서적 중심의 ‘디자인 도서실’도 만들었다. ‘디지털 도서관리시스템’을 만들어, 언제든 직원들이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하게 했고, 대출과 반납도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다. 읽은 책에 대해 독후감을 써 다른 직원들과 공유한다. 요즘은 드라마 히트에 힘입은 ‘미생’ 만화판과 조정래 장편소설 ‘정글만리’가 인기라고 한다.
신입사원이 입사하자마자 하는 일도 ‘독후감 쓰기’다. 문 대표가 책 한 권을 사서 읽어보라고 하면 신입사원은 2주일 뒤 독후감을 써 도서관리시스템에 올린다. 선배 직원 누구나 독후감을 읽다보면 신입사원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 돼 이들을 회사에 적응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직원 누구나 자신이 읽은 책을 요약해 자유로 독후감을 올리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도 많은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
문 대표가 독서 바람을 일으켰다면 직원들은 돛을 올린 형국이다. 10년 근속한 양은식 차장은 “주로 인기 도서 리스트를 검색해서 책을 고르다보면 누가 많이 읽었는지 알 수 있어 은근히 ‘독서 경쟁’이 된다”며 “독후감을 본 동료들과 토론을 자주 하면 조직 유대감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 회사에는 새로운 유무선 트렌드 관련 스터디 모임을 비롯해 외국어 스터디, 볼링 등 각종 동호회도 활성화해 있다. 스터디 모임이 필요한 책을 신청 하면 지원해준다. “권당 5만 원쯤 하는 기술 서적은 개인이 사기에는 적잖이 부담되는데 회사가 대신 사주니 무척 고맙다”는 게 양 차장의 부연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