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사내 어린이집에 아이 맡기니 근무 만족도·생산성 쑥쑥”

LG그룹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입력2014-11-19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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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산을 주저하는 젊은 세대는 “일시적, 금전적 지원보다 사회, 기업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기업도 ‘20대 여성은 남성보다 업무 능력이 좋지만, 가정을 가진 30대 여직원의 업무 효율은 떨어진다’는 식의 불평만 할 때가 아니다. 직원의 출산·육아를 어떻게 지원해 업무 공백을 메울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사내 어린이집에 아이 맡기니 근무 만족도·생산성 쑥쑥”
    LG그룹은 여성 근로 인력의 육아 부담을 줄이려 오랜 시간 고민해왔다. 1996년부터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시작해 현재 전국 주요 사업장 28곳에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LG그룹 복지재단은 현재까지 6곳의 지역 어린이집을 건설해 지방자치단체에 기증했다. 믿을 만한 보육 시설을 직접 만들어 직원의 자녀 보육 부담은 덜고 업무 효율은 높이겠다는 의지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3층 LG사랑어린이집. 사방이 뚫린 넓은 통유리를 통해 마포대교와 가을빛 머금은 한강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본래 LG상사 사무실과 그룹 기자실 자리였던 이곳에 어린이집이 문을 연 건 지난해 3월. 현재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하우시스, LG상사 등 5개 계열사 직원 아동 70여 명이 다닌다.

    오전 7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10월 31일 오후 4시. 기자가 이곳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은 각자 교실에 모여 앉아 교사들과 함께 간식을 먹으며 재잘재잘 떠들었다. 어린이집 중앙에 마련된 큰 놀이 공간에서 미끄럼틀을 타며 삼삼오오 노는 아이들도 있었다. 한쪽 벽에는 아이들이 만든 공작 작품이 저마다 뽐내듯 걸렸고, 한쪽 면이 거실을 향해 완전히 개방돼 안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조리실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원장 우현경 씨는 이 어린이집 기획 단계부터 개원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어린이집 개원 과정을 보며 ‘LG그룹이 참 사려 깊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예로 이 어린이집은 지난해 3월 개원했지만 공사는 재작년 12월에 끝났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3개월 동안 천천히 어린이집 시설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그는 “어린이집 설계에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조금이라도 위험할 수 있는 구조물은 다 빼고 철저히 안전 위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라면 “아이가 너무 오랜 시간 보육시설에 있으면 정서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과학적 근거를 따지지 않더라도, 다른 아이들이 모두 귀가한 후 홀로 어린이집에서 엄마를 기다릴 아이를 떠올리면 그 어떤 부모라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그 때문에 상당수 ‘직장맘’이 별도 비용을 들여 ‘어린이집 하원 도우미’를 두거나 조부모의 도움을 받아 오후 6시 이전에 아이를 집으로 데려간다.

    하지만 LG사랑어린이집은 오전 7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부모가 마음 놓고 야근할 수 있게 장시간 아이를 봐주는 것. 아이가 길게는 15시간 가까이 어린이집에 있는데 정서상 문제는 없을까. 우 원장은 “물론 너무 오랜 시간 보육시설에 있는 건 좋지 않지만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으니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게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이는 부모와의 교류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배웁니다. 하지만 보육시설에서는 여러 아이와 함께 선생님의 보살핌을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죠. 대신 우리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참아야 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고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일반 어린이집보다 교사가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내 어린이집에 아이 맡기니 근무 만족도·생산성 쑥쑥”

    LG복지재단이 15억 원을 들여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건립, 기증한 구립 새롬어린이집.

    “저녁밥까지 논스톱으로!”

    오후 6시. 대다수 ‘직장맘’이 직장에서 ‘퇴근’하고 가정으로 ‘출근’하는 시간이다. 아이를 데리고 와 저녁밥상을 차리고 아이를 씻기고 재우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체력이 요구된다. LG사랑어린이집이 저녁 5시 반부터 아이들 저녁 식사를 챙겨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 원장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유기농, 친환경 재료로 만든 저녁밥을 먹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면 그냥 바로 씻겨 재워도 된다. 부모의 부담을 그만큼 줄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직장에 다니느라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없는 부모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의 활동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아이를 이곳 어린이집에 보낸 한 사원의 경험담이다.

    “이전에 동네 어린이집에 다닐 때 아이가 아프면 급하게 휴가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업무 공백이 생기고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내 어린이집에 다니니 아이가 감기에 걸려도 일단 출근한 후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리고 간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회사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면 다시 어린이집 양호실에서 보살펴준다. 마음 아픈 거야 똑같지만 발을 동동거리면서 돌아다니지 않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회사 내 어린이집인 만큼 ‘우리는 한 직원’이라는 인식이 있어 교사들의 책임감이 남다른 것 같다.”

    “사내 어린이집에 아이 맡기니 근무 만족도·생산성 쑥쑥”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LG광화문빌딩 내 사내 어린이집.

    하지만 이곳 어린이집도 보육할 수 있는 아동 수가 한정된다는 단점이 있다. 매년 초 신규 아동을 뽑는데, 부부사원이 1순위다. 그다음으로 여직원, 세 자녀 이상, 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따른다. 그러다보니 현재 보육 아동의 절반 이상이 부부사원의 자녀다.

    우 원장은 “상당수 기업이 ‘사내 어린이집을 만들면 부모가 계속 아이를 찾게 되고 일과 가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직장에 최선을 다하려면 가정이 안정돼야 하는데, 가정 안정화에 사내어린이집이 크게 기여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LG그룹은 지역 곳곳에 어린이집을 지어 국가에 기증하기도 한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구립 새롬어린이집’은 LG복지재단이 지자체에 기증한 6호 어린이집이다. LG그룹이 15억 원을 들여 지은 곳이다.

    이곳 어린이집은 한눈에 보기에도 주변 어린이집에 비해 시설이 깔끔하고 규모가 크다. 지하에는 단체활동을 할 수 있는 대강당이 있고 지상 3층까지 큼직하고 깔끔한 교실이 이어졌다. 창, 바닥, 벽지 등은 LG하우시스가 생산한 친환경 자재가 사용됐다. 박명례 원장은 “천장마다 공조기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공기가 순환된다. 아마 서울시내 어린이집 중 가장 시설이 좋은 곳일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국립 어린이집을 매년 150개 확충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국가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대한 부모들의 기대는 크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만큼 민간 어린이집에 비해 회계가 투명하고 교사 자질이 훌륭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국립 어린이집 하나를 마련하는 데 최소 10억 원이 들기 때문에, 정부는 국립 어린이집 확충에 쉽게 ‘드라이브’를 걸지 못한다.

    박 원장은 “LG그룹이 자본과 노력, 자재를 제공해준 덕분에 서울 금천구 지역에 좋은 어린이집이 생겼다. 학부모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곳 어린이 99명 중 7명은 LG그룹 임직원 자녀이고, 92명은 추첨을 통해 선정된 아이들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인디언 속담처럼, LG그룹은 임직원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게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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