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얘기만 듣고 투자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
코로나 물러난 이후 실적 좋아질 기업에 투자하라
매수 시점 : 가슴 떨리는 기업을 발견했을 때
매도 시점 : 기대했던 기업가치 하락했을 때
주식농부 박영옥(왼쪽)은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 3~4개를 찾아 평생 동행하라”고 조언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가슴 뛰는 기업을 발견했을 때가 매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홍중식 기자]
대세 상승장이라 할 수 있는 올 상반기에 개인투자자들이 이처럼 낮은 투자 수익률에 머문 이유는 뭘까. ‘가치투자의 대가’에서 ‘ESG 행동주의’라는 한 단계 진화한 투자 기법으로 투자업계에 복귀한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과 국내 개인투자자 가운데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는 책을 펴내 ‘주식농부’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등 두 투자 고수로부터 개인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성공투자 노하우를 들어봤다.
금리 인상되면 성장주는 불리, 가치주는 유리
- 최근 한국 증시 흐름을 어떻게 보나.이채원(이하 이) : “서서히 변하던 세상의 흐름이 코로나19로 급격히 빨라졌다. 화상으로 업무를 보는 언택트 라이프가 현실이 되면서 게임과 인터넷 등 언택트 관련주가 테마를 형성해 한동안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 올 상반기에는 철강, 화학, 건자재, 시멘트 등 경기에 민감한 가치주까지 크게 오르는 반전이 일어났다. 그 덕에 성장주와 가치주의 괴리가 크게 좁혀졌다.”
- 올 하반기 시장 전망은 어떤가.
이 : “하반기에는 미국의 경기부양과 그에 따른 인플레 우려, 그리고 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면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더는 테마를 쫓아서 돈을 벌기 어려운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성장주의 가치를 평가할 때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기법을 사용하는데 할인율로는 이자율을 사용한다. 즉 이자율이 높아지면 할인율이 커져 성장주에 불리하고 가치주는 상승하는 궤적을 그리게 된다.”
박영옥(이하 박) :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 물가, 유가 등 기업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외적 요인보다 자신이 투자한 기업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일찌감치 투자한 투자자의 수익률은 외국인이나 기관보다 더 좋았을 것이다. 나는 코스피지수 3000이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시작이라고 본다.”
- 어떤 이유로 그렇게 판단하나?
박 : “지금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배터리 관련 기업이나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도 3~4년 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시대 상황이 바뀌면서 돈 잘 버는 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가치주라는 프레임에 갇혀 현재 돈을 잘 벌고 있는데도 주가가 오르지 못한 기업이 많다. 앞으로는 실적 좋은 기업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
기업가치 판단의 3가지 기준
- 실적 좋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어떻게 구분하나이 : “기업의 가치는 세 요인으로 결정된다. 첫째는 안정성이다. 기업이 과거에 벌어들인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현금이나 땅·유가증권 등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해당 지표로 판단하는 것이다. 둘째는 수익성이다. 지금의 비즈니스모델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의 양과 질을 따져보는 것이다. 수익가치는 곧 현재가치라고도 할 수 있다. 셋째는 성장성이다. 과거에 얼마나 벌었고, 지금 얼마나 벌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투자 성향에 따라 중시하는 가치는 다를 수 있다. 성장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현재가치를 중시해 PER(Price Earning Ratio·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의 수익성 지표로 주가수익비율을 뜻한다)이 낮은 기업을 찾거나, 자산가치가 좋은 안정적인 기업을 선호하는 투자자는 PBR(Price Book Value Ratio·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주가순자산비율을 의미)이 낮은 기업을 선호할 것이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낮은 가격에 투자하고 몇 년 뒤 시장에서 제 평가를 받아 인기가 있을 때 매도하는 게 진정한 가치투자다.”
- 예를 들면?
이 : “10년 전에 카카오를 발굴해 장기투자한 분이 있다면 엄청난 가치투자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많이 올랐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주가가 높으면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에 대해 연구도, 분석도 안 하고 ‘어느 기업이 좋아질 거야’라는 얘기만 듣고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진정한 가치투자라 할 수 없다.
나는 성격 자체가 많이 버는 것보다 돈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한 사람이라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중시하는 편이다. 그래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중시한다. 과거에 기업활동을 잘해 곳간에 자산을 두둑하게 쌓아놓고 좋은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어 지금도 돈을 잘 벌고 배당도 잘 주면 ‘앞으로도 잘되겠지’하는 믿음으로 투자한다. 정량 지표를 분석할 때는 PER과 PBR이 낮은 것을 선호한다. 단 이유 없이 낮은 기업의 주식을 사야 한다. 정량 지표가 낮은 확실한 이유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 이유가 있어 정량 지표가 낮은 기업이라면?
이 : “지금 영위하는 산업이 곧 없어질 사양산업이라든지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데 예전 비즈니스모델을 고집하는 경우가 그렇다. 예를 들어 도시가스와 신재생에너지가 보급되는 상황에 연탄만 고집하거나, 모두가 LED로 바뀌고 있는데도 나홀로 LCD를 고수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겠나. 시장에서 저평가된 이유가 뚜렷한 회사는 피하는 게 좋다. 기업의 펀더멘털은 괜찮은데 시장의 오해나 편견, 무관심으로 소외돼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저평가됐다고 판단했을 때 투자한다. 정성적으로는 비즈니스모델을 제일 중시한다. 그 기업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느냐, 좋은 지배구조를 갖고 있느냐를 본다. 경영의 투명성과 경영자의 자질, 주주환원 정책 등을 보고 좋은 시기에 사서 길게 들고 가는 편이다.”
박 : “가치투자의 바이블 같은 말씀이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도 이 의장 말씀대로 투자하고 인내심만 있다면 손해 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 투자자라기보다는 기업과 동업하는 사업가라고 생각한다. 동업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두 가지를 따져본다. 첫째는 국민이 지속적으로 사랑할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는지, 시장지배력이 있는지를 본다. 둘째는 경영자의 덕목이다.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지, 책임감이 있는지를 본다.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경영자라야 급변하는 시장에서 혁신을 통해 도태되지 않을 수 있다. 3~4년 정도의 미래를 보고 투자한 뒤 성과가 나면 약간의 거래세와 수수료를 내고 동행할 다른 기업을 찾는다.”
박 대표는 “업종 1위 기업에 투자한다”고 부연했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시장지배력이 약한 기업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크지만, 1등 기업은 위기 상황을 기회로 활용해 시장지배력 강화에 나서 위기 극복 이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란다. 그는 투자한 기업과 꾸준히 소통할 것을 특별히 주문했다.
평생 동행할 기업 3~4개를 찾아라
-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기업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박 : “투자한 기업의 사장이나 CFO(최고재무책임자), IR 담당자를 만나는 것만이 소통은 아니다. 해당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해 보고, 투자한 기업을 방문해 직원을 만나보는 것도 소통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투자한 기업에 대해 잘 모르면 불안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투자한 기업에 대해 잘 알면 위기에 처하더라도 충분히 극복해 낼 것이라 믿고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다. 기업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코로나 사태와 같은 어려운 시기는 투자를 확대해 더 큰 수익을 올릴 기회다. 다만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자는 평생 동행할 기업 3~4개를 찾아 동행하는 것이 좋다.”
- 코스피지수가 3300을 돌파한 후 등락을 거듭하면서 조정 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수 3300까지 오는 동안 조정다운 조정이 없었다. 더 큰 상승을 위해 작은 하락은 감내할 필요도 있다. 마냥 지수가 올라갈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높은 가격에 매수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투자한 기업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주가가 조금 떨어져도 ‘언젠가 오르겠지’ 하며 참을 수 있다. 그런데 확신이 없으면 지수가 떨어져도 팔고, 조금 올라도 금방 팔게 된다.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 불안해서 내려도 팔고 조금 올라도 팔게 되는 것이다.
지금(7월 9일) 코로나 4차 대유행이라고 하는데, 거꾸로 얘기하면 폭풍 전야처럼 반전의 징조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영원히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상식적으로 봤을 때 연말쯤 백신접종이 충분히 이뤄지고 나면 코로나 상황도 마무리될 것이다. 지금 고민할 것은 그동안 코로나에 익숙한 생활을 해왔는데 코로나가 물러난 이후 어떤 상황이 펼쳐지느냐다. 아무도 마스크를 끼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 다니고 노래방을 다니는 시절이 올 것이다. 그때 어떤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까. 또 코로나 수혜를 본 기업은 코로나가 극복된 이후에는 계속 실적이 좋을 수 있을까. 일상이 회복된 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삶이, 기업활동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느 기업이 각광받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 : ”한발 앞서 고민해 봐야 한다. 주가는 급락했는데 코로나 상황에도 실적이 나빠지지 않은 업종도 많다. 또 코로나로 피해를 본 업종 중 소비재 관련 기업에 기회가 올 수도 있다. 반대로 집콕이 유행하면서 수혜를 본 업종이라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박 : “코로나로 인해 우리 일상에 디지털화가 정착됐다. 이 같은 트렌드는 코로나가 극복되더라도 크게 바뀌지 않을 거다. 코로나가 있든 없든 우리는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살아가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한 각 분야 1등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게 좋다. K-방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 극복 과정에 우리나라 위상은 세계적으로 크게 높아졌다. 대한민국의 인식이 좋아진 만큼 K-컬처와 K-푸드 등 세계를 무대로 우리 기업이 비즈니스할 수 있는 환경도 좋아지고 넓어질 것이다.”
투자 대가들은 지금 눈앞에 펼쳐진 코로나 4차 유행 상황이 아니라 연말 이후 내년 초 코로나가 극복된 이후 삶과 기업의 실적을 예상해 보라고 조언했다. 투자 대가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 ‘주가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미리 반영한 지표’라고 얘기하는 이유가 이해됐다. 최근 라이프자산운용을 설립하며 ESG 행동주의라는 새로운 투자 개념을 제시한 이채원 의장의 포부로 화제를 돌렸다.
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바뀌었다
- ESG 행동주의를 키워드로 제시했는데, 투자 트렌드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이 : “한 단계 진화하고 확장된 형태의 가치투자로 보면 된다. 가치투자에 ESG 행동주의를 입힌 것이다. 우리는 결코 기업과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않을 것이다. 극히 우호적인 입장에서 기업과 협력적인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해 상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SG를 잘하고 있는 기업과 동행할 수도 있지만 역발상으로 시장에서 소외된 기업을 찾아 컨설팅하고 응원하며 동행할 계획이다. ESG에 대한 의지가 있는 기업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제고함으로써 기업과 주주에게 이익이 되고 사회 공헌까지 할 수 있도록 동행할 계획이다.”
- 왜 ESG인가?
이 : “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권력과 군사력이 지배했다면, 20세기 들어서는 압도적으로 자본이 세상을 지배했다. 그런데 지금의 시대는 명확히 도덕이 지배하고 있다. 전 세계 부자들이 미친 듯이 기부에 나서고 재난과 빈곤, 질병과 온갖 불평등에 맞서 싸우고 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도덕적이지 못하면 존경받지 못한 사회가 된 것이다. 어떻게 돈을 벌었느냐보다 어떻게 돈을 쓰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왔다. 국내 사회적 이슈도 그렇지 않나. 미투, 학폭, 인성 논란이 생기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재기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갑질을 하거나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불매운동이 벌어져 치명적 상처를 입는다. 기업이나 사람의 본성이 모두 선하진 않을지라도 최소한 착한 척은 해야 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 같은 사회 변화를 뒷받침하는 제도까지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공정 경제 3법이 그것이다. 가치투자를 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박 : “우리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기업의 문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는 기업이 환경과 윤리 문제까지 생각하지 않으면 기업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ESG도 그렇고, 국민연금의 주주행동주의도 그렇고.”
- 대주주들은 사회적 책임성 강화가 경영 간섭으로 작용할까 우려한다.
이 : “물론 건전한 경영활동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좋은 조언자가 되려고 한다. 경쟁사의 동향도 얘기해 주고, 사업에 도움이 될 아이템도 소개해 주고, 때로는 인수합병하기 좋은 기업도 소개해 주려 한다.”
- ESG 행동주의 투자는 기존 자산운용사의 투자 패턴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
이 : “단순 투자자를 넘어 ESG를 매개로 기업과 윈윈할 수 있도록 컨설팅도 하고 조언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먼저 교수님 두 분을 자문단으로 모셨고, 함께할 법무법인과도 계속 컨택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주기에 맞춰 투자하라
- 개인투자자들은 동행할 기업을 찾는 것도 그렇지만, 언제 기업과 동행을 시작할지 언제 동행을 마무리할지 시점을 판단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박 : “우리 삶이 지속되는 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활동은 계속된다. 그 같은 입장에서 기업의 성장주기에 맞춰 투자하는 게 좋다.”
- 성장주기를 어떻게 판단하나.
박 : “2~3년 해당 기업을 관찰하다 보면 여러 이유로 퀀텀 점프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업망을 크게 확충한다든지, 신제품을 출시한다든지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인다든지 한 기업을 오래 관찰하다보면 알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시장에 내놔도 시설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 때문에 몇 년 동안에는 매출이 크게 늘지 않는다. 그러나 3~4년이 지나면 현금흐름이 생겨 회사 실적이 좋아진다. 맘에 드는 기업을 3~4년 관찰하면서 성장 타이밍이 보이면 그 성장주기에 맞춰 투자하고 동행하는 게 좋다. 그렇지만 모든 기업이 마냥 성장할 수는 없기에 일정 정도 성장한 후 정체기에 접어들 때면 수익의 일부를 환수해 또 다른 성장할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게 좋다.”
이 : “개인 투자와 자산운용사의 투자는 관점이 달라 어떻게 투자하는 게 좋다고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매수 시점은 가슴 떨리는 기업을 발견해 주식을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을 때 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주 싼 가격에 사면 좋겠지만 적정한 가격에 사서 장기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개인이 관리할 수 있는 5종목 이내의 이해할 수 있는 기업과 산업에 투자하는 게 좋다.
매도 시점은 그 기준이 여럿인데, 우선 내재가치에 도달했을 때다. 투자하려던 비즈니스가 새로운 법이나 규제가 생겨 내재가치에 변화가 있을 때 매도하는 게 좋다. 미국의 저명한 투자의 전설 피터 린치는 이렇게 말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주식을 팔지 않겠다. 단 기업가치가 하락하면 당장 팔겠다.’ 주가가 하락했다고 파는 것은 모멘텀 투자다. 그에 비해 가치투자는 주가가 떨어질수록 안전마진이 하락했다고 보고 더 산다. 대신 규제가 생긴다든지,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다든지, 천재지변으로 상황이 바뀐다든지 그 기업의 가치가 변하면 판다. 마지막으로 더 나은 대안이 있을 때도 판다. 더 매력적인 기업이 있으면 덜 매력적인 기업의 주식을 팔고 더 매력적인 기업의 주식으로 갈아 끼우는 식이다.”
- 개인투자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볼 분야나 기업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박 : “투자자의 시선으로 기업을 봐야 한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일상이 모두 기업에서 만든 제품과 서비스다. 부러운 제품과 서비스를 갖고 있는 회사, 우리 아이들을 취업시키고 싶은 회사, 이 회사 물건 너무 좋다고 생각되는 회사가 있다면 그 기업과 동행하는 게 좋다. 남 얘기에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한다. 남이 투자한다고 잘 모르면서 따라서 투자하는 게 문제다. 아는 범위 내에서 투자해야 실수가 없다.
나는 35년을 자본시장에서 일했지만, 지금도 잘 알지 못하는 기업은 불안해서 투자하지 않는다. 투자자는 기업의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투자한 기업과 동행하며 소통해야 한다. 주가만 바라볼 게 아니라, 기업의 주인으로서 의무를 다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자기가 투자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써보고 주위에게 권하는 게 진정한 주인 아닐까.
투자 기회는 늘 있다. 지금의 기회를 놓쳤다고 영원히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불안해할 필요 없다. 주식투자는 농사를 짓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이 주는 정보에 의지해 이른바 ‘몰빵’을 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올바른 마음으로 투자해야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금융경제 교육은 어려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내가 밥상머리 경제 교육과 ‘일가일사(一家一社)’운동을 벌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올 하반기 우리나라 증시를 어떻게 전망하나.
이 : “연말이나 내년이면 코로나에서 벗어나는 국면이 오지 않을까.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인프라와 경기부양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과거에 움츠렸던 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켤 기회가 올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재와 산업재 쪽이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의식주 관련 업종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다. 카테고리로 봤을 때는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을 많이 주는 고배당 쪽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유동성 장세 속에서도 고배당 쪽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측면이 있어 가치투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곧 올 것
그리고 지주사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 우선주와 보통주의 주가 괴리가 큰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선가 그 차이가 없어졌다. 저평가된 이유도 뚜렷하지 않았지만 그 갭도 이유 없이 메워졌다. 지주사가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다. 대형 지주사뿐 아니라 중소형 지주사들도 보유한 유가증권 가격이 반값 이상 할인돼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생각해 보면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오해가 풀리면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본다.”박 : “이 의장의 말씀에 공감한다. 이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굴레에서 벗어나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가 올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 명이 넘고 소득도 3만 달러를 넘긴 세계 7번째 국가다. 앞으로 코리아 프리미엄 시장이 열리면 저평가돼 있던 지주사들이 제대로 평가받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지배주주들이 수익이 나는 기업을 분할하고 따로 상장시켜 자신들만 이익을 취하는 행태를 보여 일반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기도 했는데 그런 점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주식농부와 이채원 의장 두 명의 투자 고수는 델타 변이로 코로나 4차 유행이 한창인 상황 속에서도 백신 보급 이후 코로나가 물러갈 올 하반기와 내년 우리 기업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고 있었다. 올 상반기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에 머물렀던 동학개미들이 두 투자 고수의 조언을 토대로 성공 투자의 길로 들어서 더 큰 성과를 공유하기를 기원한다.
#주식농부 #박영옥 #라이프자산운용 #이채원 #신동아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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