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장 이전, 주가·유동성과 상관관계 없다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하면 실패 확률 높아
상장기업 심사 전문성과 공정성 높일 것
민홍기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 [박해윤 기자]
문제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수많은 회사 가운데 도대체 ‘좋은 회사’가 어느 회사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투자자의 고충을 이해한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코스닥글로벌 세그먼트’를 발표했다. 객관적 기준에 따라 ‘좋은 회사’ 요건을 충족한 코스닥 상장사가 어디인지 일목요연하게 제시함으로써 선택의 고민을 덜어주는 것이다.
‘합리적 의사결정’의 차이
코스닥글로벌 세그먼트 도입 1주년을 맞아 코스닥시장 활성화와 건전한 투자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민홍기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코스닥시장 운영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기구로 상장 승인은 물론 상장폐지 등 주요 결정에 대한 심의·결의를 담당하고 있다.‘투자’와 ‘투기’는 어떻게 다릅니까.
“수익을 얻으려 자본을 투입한다는 점에서는 같아요. 다만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사업 전망 등을 충분히 분석한 후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했느냐, 그러지 않느냐에 큰 차이가 있죠.”
민 위원장은 “쉽게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투기를 조장하는 ‘주식 리딩방’”을 대표적 투기 사례로 꼽았다. 그는 “투자할 때는 무엇보다 냉철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감정적으로 투자하면 성공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투자에 성공한 분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게 있어요. 투자하기에 앞서 우선 투자할 기업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부터 하라는 것이죠. 좋은 점뿐 아니라 리스크 요인까지 감안해서 투자해야 실패하지 않는다고요. 투자할 때는 무엇보다 자기 기준이 명확히 서 있어야 합니다.”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지난해 11월부터 ‘코스닥글로벌 세그먼트’를 도입했습니다. 시장 반응은 어떻습니까.
“시가총액뿐 아니라 재무 실적과 지배구조까지 반영해서 코스닥글로벌 세그먼트를 구분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 반응이 긍정적입니다. 올 4월에 개최한 세그먼트 엑스포에 300명 이상 기관투자자가 참가해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코스닥글로벌 IR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 골드만삭스 등 68개 기관이 미팅을 신청했어요.”
‘코스닥글로벌 세그먼트’를 도입해 50개 기업을 코스닥글로벌 기업으로 지정한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올 3월부터 코스닥글로벌 기업의 공시를 영문으로 번역해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들어 영문 공시 건수가 41.3% 크게 증가했다. 6월에는 코스닥글로벌 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 2종목이 상장됐고, 7월에는 개별 주식선물 10종목이 추가 상장돼 코스닥시장의 간접투자 수요 기반은 물론 위험관리 수단이 크게 확대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가총액 상위 기업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코스닥시장이 많은 관심을 받았음에도 몇몇 기업이 시장 이전을 결정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소속 시장을 실리에 따라 선택하려는 기업의 입장을 이해하고,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을 존중합니다. 그렇지만 코스피로 이전하면 주가 상승, 투자 확대 등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다소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최근 여러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주가나 유동성은 시장 이전과는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과거 사례를 통해 확인됩니다. 주가나 유동성은 어느 시장에 상장돼 있느냐보다는 기업의 실적과 내재가치에 따라 결정되죠. 이 같은 정확한 팩트 기반하에 시장 이전이라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코스닥글로벌 세그먼트 외에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준비하는 다른 방안이 있나요.
“7월 28일 금융위원회가 ‘기술특례상장 제도개선을 위한 14개 과제’를 발표했는데, 이와 연계해 유망 혁신기업 발굴을 통해 시장 활력을 제고할 예정입니다.”
금융위가 발표한 14개 제도개선 과제 중에는 △딥테크 기업에 대한 단수 기술평가 허용 △특례대상 중소기업 범위 확대 △상장 재도전 기업 신속심사제도 도입 등이 담겨 있다. 즉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진출할 기회의 문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민 위원장은 기술특례 외에도 “코스닥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유동성, 유연한 심사제도 등에 따라 다양한 기업이 IB와 주관계약을 맺고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 우량기업의 코스닥 상장 유치를 위한 활동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중요 정보, 적시 제공 노력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수 상장기업 확보 못지않게 원활한 수급 개선이 이뤄져야 할텐데요.“코스닥150 등 코스닥 대표기업에 대한 마케팅을 통해 실질적 수급 기반 강화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코스닥글로벌과 코스닥150 등 대표지수를 활용한 연계상품이 더욱 다양화될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해 파생상품도 확충해 나갈 계획입니다.”
민 위원장은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을 넒이기 위한 다양한 상품 개발 외에도 투자자들이 기업의 중요 정보를 적시에 파악해 투자에 참고할 수 있도록 ‘공시 역량 강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중요 정보를 적시에 제공함으로써 투자자들께서 참고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상장법인 공시 체계 구축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하고, 불성실 공시 법인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 교육도 실시하고 있어요. 투자 정보가 부족해 ‘깜깜이’ 투자를 하지 않도록 ‘라이징스타’ 등 강소기업 분석 보고서 발간도 지원하고 있고요.”
코스닥 투자를 고려하는 예비 투자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까.
“코스닥시장은 기술특례 상장 같은 혁신적 진입 제도를 통해 유망 벤처기업이 시장을 통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코스닥에는 성장 초기 단계 기업에서부터 코스닥글로벌 기업과 같은 대형 우량기업까지 다양한 기업이 공존하고 있어요. 이 같은 시장 특성을 고려해 본인의 투자 성향과 투자 목적에 따라 기업의 사업 전망, 리스크 등을 충분히 분석하고 인지한 후 투자 판단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코스닥시장위원회는 딥테크 등 혁신기업을 발굴해 상장 활성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심사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제고해 코스닥시장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함께 국민 금융자산의 주요 포트폴리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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