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호

기업 화제

“한전 이익은 공익에 투자해야”〈조환익 사장〉

에너지 신산업 집중 투자하는 한국전력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입력2016-03-23 16: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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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 저장하는 시대로 패러다임 전환 중’
    • ESS 기술은 세계에서 한전이 독보적
    • 태양광, 풍력으로 나주 본사 전력 42% 충당
    • IEA, 에너지 신산업 12조5000억 달러 시장
    에너지 신산업의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에너지 저장장치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전기를 저장한다는 것은 소위 만화 같은 데서 나오는 그런 걸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어디 가서 강연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요. 여러분 과거에는 결혼할 때 냉장고를 꼭 하나 장만한 것처럼 앞으로는 ESS 전기저장고를 장만하게 될 겁니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저는 이걸 전장고라고 얘기합니다만 그로 인해서 가정도 모든 시스템이 바뀝니다.”
    조환익 한국전력(한전) 사장이 2월28일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말이다. 조 사장은 에너지 신산업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실감 나게 설명했다. 그동안 전기는 저장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모든 전력 관련 제도가 마련돼 있는데, 여기에 패러다임의 변화가 오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에너지 신산업은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이 산업계의 필수 과제가 되면서 떠오르는 분야다. 박근혜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에너지 신산업 등을 통해 국내에서 25.7%를 줄이고, 국제 배출권 거래시장을 활용해 11.3%를 추가로 줄이겠다는 것.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선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100조 원 시장과 5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와 민간은 물론 에너지 공기업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특히, 에너지 신산업 분야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투자비의 단기간 회수가 어려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한전은 최근 흑자전환 등 재정이 호전돼 에너지 신산업 분야 등에 대한 투자 여건이 성숙돼 있고, 이 분야에 대한 산업 의지가 강하다. 올해 초 에너지 신산업단(단장 황우현)을 출범하고, 흩어져있던 관련 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해나가기 시작했다.
    한전의 핵심 사업은 기존의 송전·변전·배전 등 전력 공급·운영 중심이다. 여기서 에너지저장장치(ESS)뿐 아니라 스마트그리드, 마이크로그리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를 확대해나가고 에너지 신산업 R&D 및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또 본사 이전 지역인 광주·전남 빛가람혁신도시를 글로벌 에너지 신산업의 중심지로 만드는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 핵심 분야 ESS

    한전은 2월 25일 경북 경산시 경산변전소에서 조환익 한전 사장과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등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 주파수 조정(Frequency Regulation)용 ESS 구축을 축하하는 준공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조 사장은 “한전은 새롭게 변화하는 기후체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전력산업의 새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업(業)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주파수조정용 ESS사업은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한전의 에너지 신산업 핵심 분야”라고 밝혔다.
    ESS는 전기를 저장해서 기존 발전기가 담당하는 주파수 조정 역할을 대체해 전기 품질을 높이고 발전비용을 낮출 수 있어 각광받는 장치다. 한경태 에너지신사업단 ESS사업부 차장은 “ESS는 일종의 거대한 배터리다. 여기에 PCS(Power Conditioning System)와 운영 시스템이 추가된다. PCS는 직류(DC)를 쓰는 배터리를 우리나라 전력계통에 쓰는 교류(AC)로 변환하는 장치다”고 설명했다.
    주파수 조정은 전력을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수요 변동에 따라 발전량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표준 주파수인 60Hz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발전량이 부하량보다 많으면 주파수가 상승하고, 그 반대면 하락한다. 이때 주파수 조정이 필요하다.
    현재 일부 발전기 최대출력의 5%가량을 주파수 조정용으로 쓰고 있다. 이를 ESS로 대체하면 연간 약 32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한전은 2015년 7월, 28MW 서안성변전소와 24MW 신용인변전소 구축을 시작으로 올해 48MW 경산변전소 등 7개 변전소에 총 184MW 주파수조정용 ESS를 구축했다. 이로써 한전은 세계 최대 규모인 총 236MW 주파수조정용 ESS 변전소 9개를 운영 중이며, 일정한 전기 품질을 확보하고, 전력계통 운영을 효율화해 연간 약 600억 원의 전력구입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014년부터 LG화학, 삼성SDI, 코캄 등 한전의 주파수조정용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시스템 효율과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등 기술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또 사업 경험과 실적을 바탕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해외시장에 진출해 약 1700억원의 사업을 따냈다.
    한전은 2017년까지 총 5680억 원을 투자해 248MW의 ESS 설비를 추가로 설치해 총 500MW의 주파수조정용 ESS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전체 전력계통에서 필요한 주파수조정용 예비력의 3분의 1 수준이다.

    배터리 좋아지면 가정에서도 ESS
    이외에도 한전은 전력과 ICT가 융복합된 에너지 신기술인 ESS를 신재생출력 안정용 및 피크절감용으로도 활용 범위를 넓혀 ESS 분야 생태계를 적극 조성할 계획이다. 조중훈 에너지신사업단 차장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이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일정치 않아 이것을 전력계통에 연결해 출력을 조정해야 할 때 ESS가 유용하다. 또 일반 빌딩이나 가정에서 이것을 설치할 경우 전기료가 싼 야간에 충전했다가 낮에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ESS의 주파수조정을 제외한 다른 용도는 아직 경제적 편익이 높지 않은 편이다. 배터리 기술이 문제다. 한경태 차장은 “현재 배터리 가격이 kW당 100만 원 정도인데, 이것이 40만 원대 정도는 돼야 가정의 전기수요관리나 신재생출력용으로도 경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력 갖춘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

    고품질의 전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에너지 이용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력망과 ICT의 융합으로 전력망을 지능화·고도화한 ‘스마트그리드 (Smart Grid, 지능형전력망, 이하 SG)’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한전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SG 실증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14년부터는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Smart Grid Station, 이하 SG스테이션)’을 한전 사옥(구리지사 등)에 구축해 운영 중이다. SG스테이션은 건물 내 전력, 가스, 물 등을 ICT 기반의 냉난방 운영설비, 태양광, ESS, AMI(원격검침인프라), EV(전기차) 충전소 및 스마트기기 등과 융합해 최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스마트그리드 통합 제어센터다.
    구리지사에 설치된 SG스테이션은 미래형 에너지 시설이어서 관심 있는 방문객이 많다. 해외에서도 30개국 473명이 다녀갔다. 20kW 용량의 태양광발전 시스템과 50kW급 ESS를 적용해 피크 전력 5%, 연간 전력사용량의 10%를 절감한다.
    특히, 한전의 SG스테이션은 2015년 국제 스마트그리드 대회인 ISGAN (International Smart Grid Action Network)과 GSGF(Global Smart Grid Federation)에서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경합 끝에 우수상을 수상해 기술성과 독창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한전은 2015년에 73개의 전국 사옥을 대상으로 SG스테이션을 구축 중이며, 나주 혁신도시로 이주한 여타 공공기관 사옥들에도 SG스테이션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박용성 한전 홍보실 부장은 “나주 한전 본사에 설치된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기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업무용 빌딩 가운데 국내 최대이며, 설비용량이 7127kW에 달하고 전체 사용량의 42%를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한전은 정부의 SG 확산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SG 확산사업은 제주도 SG 실증 및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화가 가능한 모델을 실제 환경에서 구현하는 지능형 전력망 구축사업으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구축하고 2025년까지 운영 예정이다. 현재는 한전 및 민간 기업과 지자체 등 17개 기관이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사업 대상 선정, 설계, 시행계획 수립과 사업시행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한전은 가파도 마이크로그리드, SG 스테이션 등 실증모델 운영 실적을 분석하고 표준화해 단계별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제주 SG 실증결과를 활용한 V2G(Vehicle to Grid, 친환경자동차의 충전 전력을 외부로 송전하는 기술), ESS, EV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사내외로 사업모델을 확대 적용하는 데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컨트롤 타워 역할도 수행할 계획이다.
    한전은 스마트그리드 분야 해외 수출에도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9일에는 두바이수전력청과 약 300만 달러(34억 원) 규모의 ‘한전-두바이수전력청 간 스마트그리드 구축 시범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두바이 계약 체결로 한전은 중동지역 에너지 신산업 시장 최초 진출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협의가 본격화해 계약이 이뤄졌는데, 2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스마트그리드 시장 진출에 물꼬를 튼 데 의의가 있다. 한전은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쿠웨이트, 괌, 에콰도르 등지에서 추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성과가 더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로그리드 친환경에너지 자립섬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이하 MG)’는 섬 지역 등 한전의 전력계통과 연계되지 않은 고립 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설비와 ESS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저장· 공급할 수 있는 소규모의 독립형 전력망을 말한다.
    신재생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내비건트(Navigant Research)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MG 시장규모는 2015년 109억 달러에서 2024년 196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섬이 많은 한국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도서지역의 전력난을 해소하고 친환경 전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자 MG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제주 가파도에 국내 최초로 MG를 구축한 후 이를 기반으로 전남 진도 가사도에 MG 에너지자립섬을 구축·운영 중이며, 규모가 큰 울릉도(경상북도), 덕적도(인천시)로도 확대 구축 중이다.
    울릉도 ‘친환경 에너지자립섬 조성 시범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8대 에너지 신산업 중 하나인 도서지역 독립형 MG 사업이다. 2015년 10월 착공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올해 덕적도를 포함한 5개 도서에 대해서도 민간 참여 방식으로 친환경 에너지자립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기존 실증 성과를 바탕으로 민간 사업자에게 기술을 지원하는 등 에너지자립섬 사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5년 8월 한전은 캐나다 파워스트림(Power Stream)사와 130억 원 규모의 MG시스템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MG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또 2015년 7월 아프리카 모잠비크와 MG 사업 협력협약을 체결하고 MG망을 구축 중이다. 특히 10월 14일에는 미국 메릴랜드 주와 MG를 포함한 에너지 신산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의 주정부와 에너지 신산업 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인프라 구축

    신재생에너지 사업 가운데 특히 흥미로운 것은 밀양 희망빛 태양광발전사업, 대구시 테크노폴리스 청정에너지 공급 사업이다. 희망빛 발전사업은 송전선로 건설지역 인근 주민과 갈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주민 지원사업이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km 이내 밀양시 5개면(청도·부북·상동·산외·단장)의 일부 토지와 건물 옥상에 약 4.1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주민에게 제공하는 주민 참여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채권을 투자한 주민에게는 5% 이자수익률, 토지 제공 주민에게는 토지 감정가의 5% 임대수익, 옥상 임대 가구엔 kW당 12만 원을 제공한다.
    대구 달성군 안에 조성된 산학연 신도시인 테크노폴리스 사업은 2020년까지 연료전지(60MW급)와 태양광(7MW급) 단지를 조성해 청정에너지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연료전지 사업엔 약 3414억, 태양광 및 지열 사업엔 약 175억 원의 사업비가 정해졌다.
    한전은 또 국내 최대 규모의 2.5GW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사업 개발을 위해 발전 6개사(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와 함께 실증을 진행 중이며, 새만금 풍력사업, 제주 한림 해상풍력사업 등 신규 신재생사업도 준비 중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한전은 제주도 실증사업(2009.12~2013.5) 성과를 기반으로 국내 최초로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개발했다. 충전소 시설기준 제정, 전기차 충전전용 전기요금제도 신설 등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도 앞장서왔다. 지난해 8월 민간 사업자와 함께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전기차 유료 충전 서비스를 추진 중이며, 2017년까지 3660기의 충전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100억 원의 예산 가운데 한전은 28억 원, 나머지 예산은 KT, 현대기아차, 비긴스, SG조합 등이 분담한다.

    SK텔레콤과 5000억 투자
    지난해 4월 나주혁신도시를 시작으로 전국의 72개 한전 사업소에 충전 인프라가 설치됐고, 전국 단위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인 ‘스타네트워크(Star-Network)’가 구성됐다. 광주·전남권에 14개 사업소가 있고, 충전소도 40곳을 구축했다. 올해는 250기의 충전소가 추가로 설치된다.
    전기차 사업은 장기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고, 당장 한전에는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한전이 이 사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공기업 한전의 사회적 책임 때문이다. 조환익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전이 최근 수년간 창출한 이익을 공적인 부분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며 “인프라 구축으로 전기차 산업 발전에 기여하면 그것이 궁극에는 전력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에너지 신산업을 이끌어가면서 민간기업과의 협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난 1월 한전은 SK텔레콤과 에너지 신산업 공동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친환경 에너지산업을 선도하고 해외 공동 진출을 추진하면서 2020년까지 5000억 원 이상을 공동 투자키로 했다.
    임기 3년을 마치고 연임에 들어간 조환익 사장은 올해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 적극 투자 ▷ 전력 생태계 안 기업들과 공생 ▷에너지밸리 완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세계 에너지벨트 진출 등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의 에너지 신산업 투자
    해외 주요 국가들도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8%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태양광을 100GW, 풍력을 200GW까지 확대하고, 전기차 500만 대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연합(EU)은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분야에 50억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고, 2020년까지 전기차 470만 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4조 달러와 수송·산업·빌딩의 에너지 효율화 부문에 8조3000억 달러, 총 12조30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에너지 패러다임이 에너지 신산업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독일에서는 풍력, 태양광발전만으로 당일 전체 전력량의 60%를 공급하는 사례가 있었고, 덴마크에서는 풍력발전으로 당일 전체 전력을 생산하기도 했다.
    글로벌 IT 기업들도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춰 에너지 신시장으로 과감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구글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총 15억 달러를 투자했고, 애플은 총 2000억 달러를 전기차 프로젝트에 투자키로 했다.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는 총 50억 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2차전지 생산기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페이스북은 외부 냉기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공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빛가람 에너지밸리

    한전의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했다. 에너지밸리는 나주로 본사를 옮긴 한전이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공기업뿐 아니라 전력 관련 에너지 기업도 대거 입주시켜 일본의 자동차도시 도요타시나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에너지 분야 특화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원래 목표는 2016년까지 100개, 2020년까지 500개 기업을 빛가람과 인근 광주로 유치하는 것이지만 올해까지 이미 105개 기업을 유치해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2013년 3월 우정사업정보센터가 공기업으로선 처음 빛가람혁신도시에 입주한 뒤 올해 3월 현재 14개 공기업이 이전을 완료했고, 내년까지 2개 공기업이 추가로 이전할 계획이다.
    3월 7일엔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에서 조환익 한전 사장, 지자체장, 기업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빛가람 에너지밸리 기업투자 협약식이 열렸다. 28개 기업이 에너지밸리 조성에 참여키로 했는데, 투자 규모는 1080억 원, 고용 창출 효과는 800여 명에 달한다.
    1, 2년 전만 해도 도시 기반이 거의 없어 황량했던 빛가람시는 이제 건물과 사람이 늘어나면서 활기가 넘친다. 1년 전 1992명이던 인구는 2015년 10월 현재 1만1124명으로 늘었다. 아파트 등 주택 공급도 크게 늘고 있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벅차다. 스튜디오 형태의 1인 주거용 아파트는 대기자가 줄을 섰지만,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조환익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에너지밸리를 완성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힘이 되도록 하는 게 간절한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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