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호

발행 주식 10억 주 앞둔 HMM, 매각 어려움 커져

[Focus] ‘영구채 리스크’ 털어내는 HMM, 대주주 지분율 72%는 부담

  • 유수진 연합인포맥스 기자 sjyoo@yna.co.kr

    입력2025-03-3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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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영구채’ 스텝업 도래…조기상환 가능성↑

    • 산은·해진공 현금 3600억 vs HMM 7200만 주 선택

    • 지분 매입 가능성 높지만 향후 매각에 불리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4월 ‘마지막 영구채‘에 대해 조기상환 카드를 꺼내 들 전망이다. 사진은 HMM의 컨테이너선. HMM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4월 ‘마지막 영구채‘에 대해 조기상환 카드를 꺼내 들 전망이다. 사진은 HMM의 컨테이너선. HMM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3년 반 동안 이어진 ‘대주주의 영구채 주식전환 리스크’ 해소를 앞두고 있다. HMM은 4월 ‘마지막 영구채’에 대해 조기상환 카드를 꺼내 들 전망이다. 양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두 곳의 합산 지분율은 72%에 육박하게 되는데, 언제까지 HMM을 품을 수 없는 두 주주로선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HMM을 성공적으로 매각하기 위해선 지분율을 낮추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곳간 현금 두둑한 HMM 조기상환 원하겠지만…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HMM은 3월 말께 산은과 해진공에 7200억 원 규모의 ‘제197회 전환사채(CB)’에 대한 조기상환(콜옵션)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해당 CB는 2020년 4월 발행한 30년 만기 영구채로 산은과 해진공이 각각 절반(3600억 원)씩 인수했다.

    만기까지 25년이나 남았지만 상환을 서두르는 까닭은 ‘스텝업(Step up)’ 조항 때문이다. 스텝업 조항이란 채권 발행 이후 일정 기한이 경과하면 금리가 가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CB는 발행일로부터 5년 동안은 이자율이 연 3%지만, 6년째에 접어들면 3%포인트가 더해져 6%가 된다. 7년차부턴 매년 0.25%포인트씩 추가돼 최고 10%까지 높아질 수 있다. 발행 후 만으로 6년 차가 시작되는 시기가 4월이다. HMM으로선 이자 비용을 두 배로 부담하면서까지 상환을 늦출 이유가 없다.

    해상운임이 상승하면서 HMM의 곳간 현금이 두둑한 점 역시 조기상환을 바라게 하는 요소다. 지난해 9월 기준 HMM의 현금성 자산은 약 15조 원으로 추산된다. 연결 재무제표상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9925억 원이고, 기타 유동 금융자산이 13조3497억 원이다. 기타 유동 금융자산은 단기 자금 운용 목적으로 만기 1년 이하의 금융상품에 넣어둔 돈으로,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HMM이 지난해 1월부터 9개월간 거둬들인 이자수익만 4675억 원으로 파악된다. 지금이라면 7200억 원을 갚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돈을 갚고 싶다고 갚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HMM이 콜옵션 의사를 밝히더라도 채권자인 산은과 해진공이 이를 수용해야 중도 상환이 가능하다. 산은과 해진공은 각자 현금 3600억 원을 돌려받을지, HMM 주식 7200만 주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5000원으로, HMM 주가(3월 6일 기준 2만1450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들 입장에선 2만 원 상당의 주식을 단돈 5000원에 취득할 기회다.

    두 기관은 스텝업 적용 직전까지 고민하다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해운업계에선 전례와 전환가액 등을 고려할 때 양대 주주가 HMM의 조기상환을 거절하고 ‘주식전환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주식을 획득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HMM 주가가 5000원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적은 만큼 일단 받아두기만 하면 향후 지분 매각 때 이익을 크게 볼 수 있다.

    HMM이 신종자본증권 상환 이슈에 직면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6월 이래 총 8번(제197회 포함) 마주했다. 해운업황 악화로 회사 운영이 어려웠던 지난 2016~2020년 산은과 해진공을 상대로 발행한 사채의 만기 혹은 스텝업 시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했기 때문이다.

    2016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HMM(당시 현대상선)은 적자가 누적돼 유동성이 말라붙었고 외부 자금 조달 역시 어려웠다. 재무구조 악화로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평가받은 탓에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HMM 입장에서는 채권단을 상대로 영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HMM은 3년 반 동안 3조58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찍어냈다.


    시작은 2016년 12월 산은을 상대로 발행한 3000억 원 규모의 CB(제190회)였다. 유일하게 영구채가 아닌 4년 6개월 만기 채권이다. 2021년 6월 만기를 앞두고 시장 관계자들의 눈이 산은에 쏠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보내며 재무 상태가 나아진 HMM으로부터 3000억 원을 돌려받을지, 주식 6000만 주로 바꿔갈지가 핵심이었다. 이동걸 당시 산업은행 회장은 망설임 없이 주식전환을 택했다. 그는 2021년 6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당연히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이익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라 전환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이 전 회장은 “합리적 투자자라면 산은이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기자간담회 당일 HMM 주가는 4만6250원으로 장을 마감해 주식전환 가격(주당 5000원)의 9배를 넘겼다. 산은이 CB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2조5000억 원 상당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계산됐다. 그렇게 산은의 HMM 보유 주식 수가 6000만 주 늘었다. 11.94%였던 지분율 역시 25.90%로 높아졌다.

    이 전 회장의 발언은 이후 HMM의 영구채 스텝업 시기가 도래할 때마다 가이드라인처럼 산은과 해진공이 주식전환을 택하는 근거가 됐다. 예외는 없었다. HMM은 매번 중도 상환 의사를 밝혔지만, 번번이 양대 주주의 벽에 막혀 상환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제191회 CB부터 제196회 CB까지 전부 주식으로 전환됐다. 모두 2조5600억 원 상당으로 4억7564만7009주에 달한다. 제197회 CB 조기상환을 앞두고 산은과 해진공이 다시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섰지만 사실상 답은 정해져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들의 주식전환은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HMM의 주가가 부진한 원인으로 수조 원대의 영구채와 해당 물량의 주식전환 가능성이 꼽히면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5월 한때 5만1100원까지 도달했던 HMM 주가는 이후 하락세를 지속했고, 좀처럼 반등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다. ‘역대 최대 실적’도 여러 번 경신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2만 원 선이다.

    김경배 HMM 대표이사가 2022년 7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 타워1 HMM 대회의실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경배 HMM 대표이사가 2022년 7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 타워1 HMM 대회의실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양대 주주가 영구채에 대해 전환권을 행사하면 그 규모만큼 신주가 발행되고 이들의 지분율 역시 높아진다. 신주가 전량 산은과 해진공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여타 주주들의 지분율은 희석된다.

    당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실적은 기대 이상이지만 영구채 물량에 따른 신주 발행을 감안해 목표가를 하향한다”고 밝히곤 했다. “HMM 주가는 실적보단 매각 이슈와 영구채의 주식전환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영구채 주식전환 현실화 시 주당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주가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소액주주 입장에선 지분율 희석에 더해 주가가 내려갈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참다못한 소액주주들은 대주주의 “반복적인 영구채 주식전환으로 주주 가치가 희석돼 큰 피해를 봤다”며 이동걸 전 산은 회장과 강석훈 현 회장, 김양수 전 해진공 사장 등을 형사 고발했다.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일간지 1면에 이들의 전횡을 막아달란 호소문을 싣기도 했다.

    일부 주주는 HMM 주주총회에서 김경배 대표이사에게 영구채 중도 상환을 강력히 요구했다. 김 대표는 “남은 영구채는 조기에 상환하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주식전환은 대주주의 결정이기 때문에 실제 콜옵션 행사가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도 상환 자체가 HMM 경영진이 의지로 밀어붙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패 경험 밑거름 삼아 대주주 지분율 낮출까

    제197회 CB는 HMM이 산은과 해진공을 상대로 발행한 ‘마지막 영구채’다. 이번에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하면 관련 리스크는 해소된다.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만큼 HMM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란 기대 역시 높다. 특히 HMM이 1월 발표한 ‘밸류업 계획’과 맞물려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될 거란 얘기도 나온다.

    만일 주식전환이 현실화하면 양대 주주의 지분율은 지금보다 높아진다. 2월 말 기준 이들의 지분율 합은 67.05%인데 4월 말 이후엔 71.68%로 뛸 전망이다. 산은이 36.02%, 해진공은 35.67%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중 HMM 매각 작업이 재추진될 것으로 예상한다. 산은과 해진공의 높은 지분율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어떤 방식으로 거래될지 예상은 어렵지만 지나치게 높은 대주주 지분율이 경영권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는 덴 이견이 없다. 원매자의 자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HMM 매각이 한차례 무산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산은과 해진공은 2023년 7월 HMM 경영권 매각을 위한 공고를 냈다. 당시 보유 중이던 주식 전량(1억9879만156주)과 전환 예정 영구채(2억 주)를 포함해 3억9879만156주(57.9%)가 매각 대상이었다. 매각 직후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율이 0%가 되지만, 1조6800억 원 규모의 영구채가 남아 추후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이들이 2대 주주로 남는 구조였다. 영구채를 전량 주식으로 바꾸면 인수기업의 지분율이 38.90%로 떨어지고, 산은·해진공의 지분은 32.78%가 돼 양측 간 차이도 얼마 나지 않게 된다. 수조 원을 들여 경영권을 인수하는 원매자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실제로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해 하림그룹과 ‘경영 주도권’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협상 결렬을 맞았다. 하림그룹은 이들이 영구채만 보유한 최대 채권자 신분이니 과도한 경영 개입을 해선 안 된다고 했지만, 매각하는 측은 HMM이 국가 해운산업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일정 부분 경영 감시가 필요하단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은 HMM 현금배당 제한과 지분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권 행사 등의 기간을 두고 끝내 의견 합치를 이루지 못했다. 게다가 잔여 영구채 주식전환을 3년간 미뤄달라는 하림그룹의 요구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림그룹은 협상 결렬 직후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작심 비판했다.

    한차례 실패를 겪은 만큼 산은과 해진공은 향후 신중하게 거래 구조를 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70%를 훌쩍 넘는 지분율을 낮출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HMM이 밸류업 계획의 일환으로 연내 2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겠다고 밝힌 만큼, 양대 주주 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게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시기상 영구채 주식전환이 끝나는 4월 이후 관련 작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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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3-31 21:19:10
      대한민국정부는 백해무익한 세금도둑놈집단인 기생충해진공을 즉각 해체하라. 그래야 국가산업발전과 해운산업이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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