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중 홀로 당기순이익 2조 못 넘어
비이자 이익 확대·비대면 금융 강화로 수익성 개선 모색
인사 논란 속 리더십 시험대…성과가 관건

강태영 NH농협은행장. NH농협은행
농협은행은 지난해 부실한 내부통제로 논란을 겪었다. 한 해 동안 16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탓이다. 이 중 100억 원 이상 규모의 대형 사고도 3건 포함돼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금융감독원이 2월 4일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649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이 적발됐다.
잇따른 금융사고, 내부통제 강화가 최우선 과제
강 행장은 1월 3일 취임식에서 ‘금융사고 제로(Zero)화’를 선포하며 내부통제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은행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내부통제를 한층 강화해 금융사고 예방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농협은행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디지털 내부통제 고도화 △내부통제 취약점 전면 재정비 △책임 체계 및 조직문화 혁신 △내부통제 인프라 강화 등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7월 금융사고 조기 적발을 위한 상시 감시 탐지 고도화를 도입했고, 올해부터 자점감사(영업점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감사) 본부 집중화 및 디지털화 등에 나선다.
준법감시인력은 여신 등 전문 분야 5년 경력자 등 내부통제 전문인력을 확보해 연말까지 122명으로 확충한다. 아울러 사고예방팀·자점감사 모니터링반·책무관리팀 3개 조직을 신설키로 했다. 기존 수기 검사 방식으로 진행하던 순회감사제도를 폐지하고 관제센터인 자점감사 모니터링반으로 대체한 것이다. 수기 검사에서 디지털 상시 감시로 전환한 것이다.
금융사고에 대한 임원과 임직원들에 대한 관리 책임도 강화됐다. 예컨대 지점에서 10억 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두 번 발생하면 해당 지역 본부장은 직권 정지 및 대기 발령 처분을 받는다. 영업점장에게도 금융사고가 터지면 즉시 같은 조치가 내려진다.
여신 리스크 관리를 위해 모든 여신 단계를 분석해 금융사고 취약점을 파악한 후 15개 테마별 과제를 도출할 계획도 수립했다. 비여신 부서의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업권 최초로 ‘금융사고 위험지도’를 작성해 취약 지점뿐만 아니라 금융사고 사각지대를 해소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전 임직원에 확대 시행할 ‘내부통제전문가 인증 제도’는 문제은행 방식의 컴퓨터 시험으로 △자점감사 △금융사고 △여신절차 △IT △윤리 행동지침 등을 평가한다. 올해 사무소장과 자점감사자 등에 합격·불합격 제도로 자격 인증을 부여하고 내년부터는 레벨 1~3의 마스터 제도를 운용할 계획이다.
수익성 부진 역시 강 행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8070억 원으로 전년보다 1.5% 증가했지만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2조 원을 넘지 못했다. △신한은행(3조6954억 원) △하나은행(3조3564억 원) △KB국민은행(3조2518억 원) △우리은행(3조470억 원)이 3조 원 넘는 순이익을 올린 것과 대비된다. 심지어 IBK기업은행마저 지난해 2조6738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농협은행에 앞섰다.
실제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성 지표도 뒷걸음질했다. 이자 이익과 수수료 이익은 7조6579억 원, 74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 0.3% 감소했다. 유가증권 및 파생이익은 16.0% 급감한 5873억 원이었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도 각각 전년 대비 0.4%포인트, 0.01%포인트 낮아진 7.6%, 0.44%를 기록했다.
건전성 지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농협은행의 연체율은 0.56%로 전년 대비 0.13%포인트 상승했으며,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51%로 0.14%포인트 증가했다.
농협은행은 비이자 이익 확대와 비대면 금융서비스 강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입출금, 펀드, 대출, 개인형 퇴직연금(IRP), 방카슈랑스 등 비대면 금융상품 판매 확대를 통해 비이자 이익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강 행장은 “비대면,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고객 접점을 반영한 새로운 고객 전략을 제시하고, 고객 일상에 금융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다양하고 편리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효율적 자산운용과 자본적정성 제고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기업금융, 자산관리(WM), 디지털 등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전문인력 양성과 과감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농협은행이 수익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농업 관련 금융 지원이라는 정책적 임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디지털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단순히 비대면 서비스 확대를 넘어 차별화된 금융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강 행장은 ‘디지털 리딩뱅크’로 도약을 선언하며 “비대면·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고객 접점을 반영한 전략을 제시하고 일상에 금융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오픈이노베이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업무 자동화로 효율성과 혁신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강 행장은 ‘자타 공인 디지털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농협은행의 올해 주요 경영전략인 디지털 혁신 주도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부합한 인물로 강 행장을 꼽았다. 농협은행에서 올원뱅크사업부장, 디지털전략부장을 지내며 전문성을 키워온 그는 2023년 DT부문장 재임 시 농협금융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했다. 당시 강 행장은 NH올원뱅크 앱을 농협금융 슈퍼 앱으로 전환하는 데 앞장섰다. 그가 담당했던 NH올원뱅크는 출시 2년 6개월 만인 2018년 12월 가입자 300만 명을 기록했으며,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말 기준 431만9896명에 달한다.
농협은행은 신기술 기반의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AI 금융 상담과 지식정보 검색 등 AI 기반 금융서비스를 확대한다. STO(토큰 증권 발행) 플랫폼 및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신사업을 발굴하고,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와 글로벌 블록체인 협력 프로젝트 참여 등 활용 방안도 연구한다.
기업금융 부문의 디지털 전환에도 집중하고 있다. 기업종합금융 플랫폼을 구축해 기업 고객 맞춤형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오픈뱅킹 서비스 도입 등 기업금융 서비스 비대면화도 추진한다. 전사자원관리(ERP) 및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 연계를 통한 기업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강 행장은 고객의 일상에 금융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다양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수익성 개선과 함께 비이자 이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강호동 농업중앙회 회장이 1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강호동 라인’ 인사 논란 불식해야
결국 강태영 행장은 성과를 통해 리더십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경남 진주 출신인 그는 같은 경남 출신인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과 지연 관계로 인해 ‘강호동 라인’의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이번 인사가 중앙회장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농협금융지주 및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영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발탁되면서 지역 편중 논란이 불거졌다.
강 행장은 현장 경영과 소통 강화에 주력하면서 관련 논란을 불식하려 하고 있다. 조직 내부에서 공감을 끌어내고, 금융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강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전국 각 지역을 순회하며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2월 5일 경기를 시작으로 서울, 경북, 경남 현장을 찾아 지역 직원들과 2025년 경영 목표를 공유했다. 19일에는 충청을 찾았으며, 27일 호남 방문을 끝으로 현장 경영을 마무리했다.
내부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2월 21일에는 서울 본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은행장과 함께’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곳에서 강 행장은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더욱 효율적이고 행복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강 행장의 행보는 단순 방문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조직 내 신뢰를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 금융서비스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강 행장이 내세운 ‘체질 개선’이 일시적 구호로 그칠지 농협은행의 실질적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향후 2년간의 성과가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주요 경력
1991년 농협중앙회 입사
2009년 농협중앙회 구조개혁추진단 NBD팀장
2017년 농협은행 종합기획부 전략기획단장
2018년 농협은행 올원뱅크사업부장
2019년 농협은행 디지털전략부장
2023년 농협은행 DT부문장 겸 농협금융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
2024년 NH농협캐피탈 지원총괄 부사장
2025년 NH농협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