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1위’ 김문수…‘정치력’은 강점, ‘확장성’은 약점
‘권토중래’ 한동훈…뛰어난 학습 능력, 준비 안 된 국정 비전
서울시장 ‘4선’ 오세훈…행정력은 검증, 조직력은 취약
‘선거 달인’ 홍준표…대중적 인기, 확실한 지지층 확보는 불투명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동아DB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동아DB
한국갤럽이 3월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월 2주차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4%로 여야 통틀어 1위다. 범여권 대선주자 중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0%로 가장 높다. 이외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6%, 오세훈 서울시장 4%, 홍준표 대구시장 3% 순이다. 범여권 대선주자 1위 김문수 장관 지지율이 이재명 대표의 3분의 1수준이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자세한 사항은 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만약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불과 2개월 만에 이 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결국 개인기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대선주자로서 역량과 자질인 ①정치력 ②행정력 ③확장성 ④도덕성 ⑤통찰력을 기준으로 범여권 1~4위 경쟁력을 분석해 본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김 장관은 정치력이 뛰어난 인물이 아니다. 1996년 제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 소속으로 경기 부천시 소사구 지역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내리 3선을 했지만, 핵심 당직인 원내대표나 당대표를 역임하지 못했다. 2023년 3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해 공동대표를 맡았지만 김 장관이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 장관은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선거는 노무현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고,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싹쓸이했다. 다시 말해 경기도지사 당선 당시에도 개인적 역량보다는 선거 구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김 장관이 대선주자로 등극하게 된 계기는 2024년 12월 11일 국회에서 계엄 사태에 대한 야당 의원이 요구한 사과를 거부한 일 때문이다.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범여권 대선주자 1위로 올라섰다. 당시 사과 거부가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줘야겠다.
김 장관은 경기도지사에 이어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다. 경력 단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행정 경험은 어느 정도 한 셈이다. 김 장관의 경기도지사 시절 대표적 도정 성과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이다. 이 사업은 경기도가 2009년 4월 국토해양부에 제안하면서 본격화했다. 무한 돌봄 사업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08년 11월부터 전국 최초로 시작한 이 사업은 중앙정부가 벤치마킹해 ‘희망복지지원단’ 제도를 도입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대중교통 통합 환승 할인제도 성과 가운데 하나다.
김 장관은 과거 노동운동을 했던 경력 덕분에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지난 몇 년간 언행은 친노동적이라고 볼 수 없을 듯하다. 2022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불법 파업에 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이라는 영상을 올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 결과 노동계의 비협조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정상화하지 못했고, 장관이 된 이후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김 장관의 최대 약점은 확장성 부족이다. 최근 몇 년간의 강성 보수 행보로 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그것이 최근 지지율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 지지층 전체를 기준으로 했을 때 그는 여전히 주류라고 보기 어렵다. 친윤계 전체가 확고하게 그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친한계는 오히려 그를 멀리한다. 결국 그가 가진 자산은 오로지 강성 보수 지지층일 뿐이다. 그래서 본선에 오르더라도 중도층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다못해 ‘분칠’이라도 해야 하는데 조기 대선 기간 두 달 사이에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더욱이 김 장관은 확장성을 한 차례 검증받은 터다. 2018년 서울시장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는데, 당시 가장 크게 발목을 잡았던 것이 극우적 발언이었다. 대표적인 게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발언이었다. 물론 문재인 정권 초기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도 남아 있던 때라 선거 구도가 유리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김 장관은 박원순 후보와 벌인 대결에서 52.8%대 23.3%으로 완패했다. 조기 대선에서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김 장관의 경우, 이재명 대표만큼 도덕성 논란은 크지 않다. 범죄 이력도 없다. 오히려 청렴하다는 이유로 국무총리 후보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경기도지사 시절 측근들의 출마와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불거졌지만, 비리 의혹은 불거진 바 없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김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은 물론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공수처 설치를 강력하게 또 여러 차례 주장하기도 했다.
김 장관에게 국가 미래 비전은 있을까. 이재명 대표처럼 경기도지사 시절 도정 비전을 확장해 기본사회론 같은 것을 제시할 법도 한데, 아직 뚜렷하게 잡히는 것은 없다. 다만 그동안의 강성 보수 행보로 볼 때, 자신을 발탁한 윤석열 대통령과 유사한 비전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겠다. 문제는 새롭지 않은 이런 비전이 중도층에게 먹힐까 하는 것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한 전 대표의 정치력은 이미 두 차례 검증대 위에 올랐다. 2024년 총선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이 그 첫 번째 검증대였고, 대선 후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에 오른 것이 두 번째 검증대였다. 검증 결과는 현재의 지지율이 잘 말해 준다. 성공보다는 실패 쪽에 훨씬 더 가깝다. 한 전 대표는 총선 당시 이재명 대표를 꺾고 한때 전체 대선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4%였다. 그때와 비교하면 살림이 많이 쪼그라든 상황이다.
2024년 총선 당시 보수 지지층 내에서조차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에 대한 요구가 많았지만,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그는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약속대련’ 논란만 유발했고, 총선에서도 참패하고 말았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소추안 처리 국면에서도 한 전 대표는 애매한 태도로 당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비상계엄에 반대했지만 탄핵에는 반대했다 찬성으로 선회한 것이 대표적이다. 모두 정무적 판단 부족에 따른 문제였다.
한 전 대표도 오래 공직 생활을 했다. 문제는 검사 활동이 전부였다는 점이다. 사법행정도 행정의 일부이긴 하지만, 사회 전 분야를 다루는 국정이나 시정 또는 도정과 거리가 멀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적 실패 대부분은 국정에 관한 이해도 부족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한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 한계를 지녔다는 점은 불리한 변수다. 이재명 대표의 행정력을 뛰어넘을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버금갈 정도는 돼야 하는데, 한참 부족하다는 뜻이다.
물론 한 전 대표의 학습 능력으로 볼 때, 본격적으로 공부에 돌입하면 빨리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시간이다. 대표직에서 사퇴한 뒤부터 열심히 공부했다 치더라도 불과 2개월이다. 국정 전반에 관한 학습을 마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다. 이 상태로 다시 선거에 임한다면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가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황당한 공약만 남발할 가능성이 높다.
한창 지지율이 높았던 시절에는 일부 중도층도 한 전 대표에게 호감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떠난 상태다. 다시 그들을 끌어모으려면 새로운 엔진을 장착해야 하는데, 밑천이 별로 남아 있는 것 같지 않다. 등장 초반의 신선함도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국정 비전과 관련한 큰 그림을 보여줄 역량도 포착되지 않는다. 정치권 복귀를 알리는 저서 발간이 결정적 계기였지만, 여기에서도 자기변명만 눈에 띄었다.
한 전 대표는 세대교체를 강조한다. 젊은 정치인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청렴성이다. 한 전 대표는 오랫동안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가까이 지냈다. 관련해서 검언유착 사건은 물론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에도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것이란 의혹이 존재한다. 부인 진은정 변호사 관련 의혹도 적지 않다. 딸 유학 시 허위 스펙 논란부터 조폐공사 파업 유도 혐의로 처벌받은 장인(진형구 전 대전고검장) 관련 의혹 등이다. 대선 국면에서 ‘한동훈 X파일’이 본격적으로 풀린다면 최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젊은 정치인 한동훈은 이 나라를 어떤 나라로 이끌어나갈까. 기대가 컸지만 한 전 대표가 최근 저서에서 선보인 국정 비전은 너무 원론적 수준이라 세간의 관심조차 끌지 못했다. 스스로 그것을 해내지 못하면 참모라도 그런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습이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이 먼저입니다’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성장·복지 동반론’도 제시했다. 어떤가? ‘심쿵’한가? 이재명 대표의 ‘기본사회론+성장’ 하이볼보다 더 당기는 조합인가?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동아DB
이처럼 주된 정치 이력이 서울시장이다 보니 당내 조직 기반이 취약하다. 그나마 과거 방송인 활동으로 유명해진 덕분에 대중적 지지세가 유지되는 경우다. 오 시장은 정치적 자생력이 있을까.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2021년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데에는 개인기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무적 판단 역량과 관련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특히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건 일은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불완전한 임기가 두 차례였지만 서울시장 4선이면, 행정에 관해서는 이해도가 높다고 봐야 한다. 성과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한강 르네상스 사업, 다산콜센터, 기후동행카드, 디딤돌소득, 서울런 등이다. 물론 실패 사례도 없지 않은데, 버스 노선 표시 시설물 설치 이후 벌어진 버스대란이 대표적이다. 오는 6월부터 운행에 들어갈 한강버스와 관련해서도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오 시장의 시정 비전은 ‘약자와의 동행’이다. 중도보수 성향을 반영한 비전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시정 철학이다. 이것이 부드러운 이미지와 어우러져 중도층 사이에서도 호감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경계하는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이 오 시장이다. 중도 외연 확대 가능성을 야당도 높게 본다는 뜻이다.
오 시장도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에 휩싸인 상황이다. 최근 검찰이 측근으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 씨와 이창근 전 서울시 대변인까지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오 시장 관련 여부가 확인될 경우 대형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오 시장은 조만간 ‘다시 성장이다’라는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그 책의 부제가 ‘오세훈의 5대 동행, 미래가 되다’이다. 서울시의 시정 비전인 ‘약자와의 동행’을 국정 비전으로 확장한 것인데, 이재명 대표가 기본소득 공약을 기본사회론으로 확장한 것과 유사해 보인다. 오 시장 측은 이것이 ‘대한민국 미래 설계도’라고 한다. 정말 그러한지는 미래 지향성과 구체성 그리고 실효성으로 판명이 날 전망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동아DB
이 정도면 선거의 달인이자 정치 9단으로 봐야 한다. 정치력에 관한 한 논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대중적 인기도 상당해서 한때 ‘홍카콜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내 조직 기반이 탄탄하지는 않다. 원내대표와 당대표까지 지냈지만, 당내 주류였던 적도 없다. 스스로 이것을 소신으로 포장하지만, 불통과 아집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아마도 그것이 일정한 지지가 폭발적 지지로 연결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가 아닐까 한다.
3선 이상이면 대체로 행정 전반에 관한 이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홍 시장은 광역지자체인 경남도지사에 대구시장까지 경험했다. 이 정도면 실무 행정에도 상당한 역량이 생긴 것으로 봐야 한다. 홍 시장의 경남도지사 시절 최대 도정 성과는 부채 1조3000억 원을 전액 상환해 ‘채무 제로’를 달성한 것이다. 최근 무기 수출 증가와 관련해 관심을 끌고 있는 항공우주산업단지를 조성한 것도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해서 논란을 빚었다. 공공기관 효율화 차원에서 단행한 진주의료원 폐쇄 조치도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도정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대구시장 당선 이후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과 영호남을 잇는 ‘달빛철도’ 특별법 통과 등 ‘대구혁신 100+1’ 성과가 적지 않지만, 시정보다 중앙 정치판에 관심이 더 많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홍 시장에 대한 지지는 일관성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지지 세력의 충성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뜻이다. 이유는 역시 앞서 지적한 독단적 언행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을 본인도 인식했는지 윤석열 정부 기간 내내 홍 시장은 윤 대통령 편에 섰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내외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려 한 것이다. 시도는 좋았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윤 대통령을 비판도 하는 바람에 일관성 부족으로 윤 대통령 지지층으로부터 점수를 많이 따진 못한 상황이다.
친윤석열 행보를 보이면서 호감을 가졌던 일부 중도층이 떨어져 나간 것도 그에게는 치명적이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광역시 시장인 데다가 친윤 발언을 쏟아내면서 홍 시장은 극우로까지 분류되는 실정이다. 김문수 장관만큼은 아니지만 이것은 향후 중도 외연 확대를 어렵게 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홍 시장은 도덕성 논란도 스스로 유발했다는 점에서 특이한 경우다. 원내대표 시절 아내가 특활비를 생활비 등에 썼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아들의 친구가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다. 검찰이 명태균 씨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상황이 홍 시장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켜볼 일이다.
오랜 정치 경력과 광역자치단체장 경험을 고려하면 이재명 대표를 능가하는 국정 비전을 제시해야 마땅한데 홍 시장에게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채무 제로’ 정도가 해당하는데, 윤 대통령이 재정 건전화를 약속하고도 성공시키지 못한 터라 재탕 성격이 강해서 흡인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오히려 강성 보수화하면서, 무상급식 중단을 포함한 선택적 복지를 지향한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범여권 대선주자 4인의 이재명 대표 대비 경쟁력을 분석해 봤다. 10점 척도로 점수를 매겨 공개하고 싶지만, 이 부분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긴다. 시간이 날 때 이재명 대표의 정치력, 행정력, 확장성, 도덕성, 통찰력 점수를 매긴 뒤 범여권 대선주자 개개인의 점수도 매겨 비교해 보길 권한다. 그 점수판을 놓고 차기 대선을 관전하면 훨씬 더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대선 이후에 결국 누가 대통령이 됐는지, 어떤 요인이 당선에 결정적이었는지를 대조해 보는 것도 잊지 마시길 바란다.

신동아 4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