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왼쪽)이 3월1일 인도 뉴델리 공항에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만나고 있다. 이 방문을 통해 미국과 인도는 민수용 원자력협력협정을 완결지었다.
이러한 이중잣대를 사용하는 미국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한국과 같은 약소국 처지에서는 당연한 측면이 있다. 억울할 수밖에 없다. 반면 생각해보면, NPT체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이란과 북한이 핵개발을 시도하기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NPT체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방안으로 원자력협력을 들고 나선 것이 아닌가 풀이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미국이 꿈꾸는 더 강화된 NPT체제’의 정체다. NPT를 바탕으로 출범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세월 동안 핵사찰 제도를 꾸준히 강화해왔지만, 국제기구가 언제까지나 각국의 농축시도와 원자력발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무한정 막고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십수년 전부터 사용후핵연료를 국제적인 관리하에 두자는 제안이 나왔고, 최근에는 IAEA 본부에서 타당성 연구도 진행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기존의 농축과 재처리시설 외에 더는 시설을 건설하지 말자”고 제안하고, 미국 또한 유사한 안(案)으로 화답했다. 러시아는 이란에 대해 농축 서비스를 해줄 테니 농축공장 건설을 중단하라고 제의하기도 했다.
2월6일 미국이 발표한 ‘국제원자력 제휴(Global Nuclear Energy Partnership·GNEP)’ 계획은 이런 맥락에서 준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핵무기를 가진 다섯 나라와 일본이 파트너가 되어, 농축 재처리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 조건으로 개발도상국에 적정한 가격의 원자력발전용 연료를 임대 공급하겠다는 것이 GNEP의 골자다. 사용후핵연료를 회수해 대신 처리해주는 방안이나, 소규모 원자력발전을 원하는 나라에는 10~15년간 연료교체가 필요 없는 원자로를 임대해 준 뒤 나중에 원자로를 통째로 회수하는 식의 구상도 포함돼 있다. GNEP와 관련해 새뮤얼 보드먼 미 에너지부 장관은 2007년 예산으로 2억5000만달러를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이 이 구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에는 많은 정치적·기술적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GNEP를 발표하기에 앞서 미국은 일부 해당국과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 한국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면, 미국은 한국이 농축이나 재처리기술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원자력발전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고 이 계획에 필요한 일부 기술분야에서 미국과 장기간 협력해온 점을 들어 GNEP에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1990년대에 원자력발전소와 핵연료 설계기술을 독자적으로 수립해 국내 원자력발전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으며 해외수출을 바라보고 관련연구를 추진해왔다. 그런 까닭에 미국이 GNEP 계획을 발표하리라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국내에서는 이에 참여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잘 활용하면 한국에 득이 된다는 의견, 미국과 강대국들의 일이니 한국과는 상관없다는 견해, 이 계획에 동승하지 못하면 원자력 수출은 물론 앞으로 원자력을 이용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 등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GNEP에 거는 미국의 기대는 어떤 것이고, 유일한 자립 에너지인 원자력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이 선택해야 할 카드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