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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대국 꿈꾸는 인도의 두 얼굴

막강 IT파워·전문인력 양극화·대량실업 시름

초강대국 꿈꾸는 인도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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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말 기준으로 인도 인구는 11억 6000만명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곧 12억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2050년경이 되면 16억이 되어 14억의 중국(지금은 12억)을 따돌리고 세계 최다 인구 보유국이 된다는 것이다. 그 무렵 유럽연합(EU) 25개국 전체 인구가 4억6000만 정도에 그치고, 미국은 이보다 조금 적은 4억2000만이 될 것이며, 이슬람권에서도 인구가 급증하겠지만 인도를 앞서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도의 인구 구성을 보면 25세 이하가 전체의 54%를 차지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평균 연령은 24.7세로 알려져 있다. ‘인도의 장래가 밝다’는 이야기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배가 부른 젊은 여성들과 젖을 먹이는 엄마들을 세계 어느 도시에서보다 자주 볼 수 있다.

IIT(인도 공대)가 MIT 능가?

젊은이가 많다 보니 해마다 대학에서 배출되는 졸업자도 무려 360만명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다. 이 대목에서는 인구가 더 많은 중국도 인도에 손을 들 수밖에 없고, 미국도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공계 출신만도 45만명이고, 회계학을 전공한 자만 7만명에 달하며, 경영대학원에서만 8만9000명의 MBA를 배출하고 있다. 이렇게 방대한 노동력이 제대로 취업해 일한다면 향후 인도 경제는 또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인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학문은 과학, 공학, 의학, 경영, 회계학 분야. 학교에서도 수학과 과학, 회계학에 역점을 둔다. 이는 실용성을 중시한다는 증표다. 공학과 의학, 회계, 경영 등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통용되는 학문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 가치를 발하는 학문이란 뜻.



이를 두고 혹자는 영국 식민지로 있으면서 배운 합리성이 낳은 결과라고도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예부터 ‘문제 지향적’이던 인도인 특유의 민족성에 연유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들은 현실을 살면서 불가피하게 맞닥뜨리게 되는 이런저런 문제에 미봉책으로 대처하지 않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늘 ‘지금 여기’에 주목했던 것이다. 그래서 인도에는 연대기 식으로 정리된 역사서나 철학서가 없다고 한다. 문제 지향적인 연구서가 있을 뿐이다.

국내의 자원과 힘으로는 나라를 꾸려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아는 인도로서는 국경의 벽을 의식해야 하는 일반 사회·문학 과목보다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고 어디서도 가치를 발하는 공학, 과학, 경영학, 회계학, 의학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래야만 세계 어디로도 진출할 수 있고, 아웃소싱을 받아낼 수도 있지 않은가. 인천에서 뭄바이로 가는 기내에서 만난 인도인 선박 디자이너 크리슈난씨는 “기술은 인도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과학과 공학이 강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도 사람들은 예로부터 수학적 능력이 뛰어났다. 영(零)의 개념을 최초로 고안한 민족 또한 인도인이 아니던가. 그들은 지금도 구구단을 24단까지 외운다. 이런 그들이 과학과 공학에 소질이 없을 리 있겠는가.

인도에서 이공계 교육이라면 인도 공과대학(IIT)을 으뜸으로 꼽는다. 카라그푸르, 뉴델리, 뭄바이, 첸나이, 루르키, 칸푸르, 구와하티에 있는 7개 캠퍼스로 이뤄진 IIT는 미국의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와도 비교될 정도로 경쟁력 있는 공과대학이란 평가를 받는다. MIT 교수가 한 인도 학생에게 “자네 나라에는 IIT가 있는데 왜 MIT에 왔냐”고 물었더니 “IIT에 응시했으나 떨어져 MIT에 왔다”고 대답했다는 일화도 있다.

IIT의 역사는 19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 수상 네루가 인도의 장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해 캘커타 북쪽의 카라그푸르에 IIT를 설립한 게 그 시초. 초기부터 입시경쟁은 치열했다. 매년 1000만명이 넘는 고교 졸업생 가운데 겨우 수백명만이 IIT 교정을 밟을 수 있었다. IIT 입학을 위한 보습학원도 등장했다. 1974년 카라그푸르 공대를 졸업한 후 외국 조선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는 크리슈난씨는 그 같은 치열한 경쟁이 IIT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따라서 학생들의 질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IIT 뭄바이 캠퍼스에서 졸업을 앞둔 재학생들을 만났는데, 그들도 이구동성으로 “입학하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뭄바이 북부에 위치한 IIT 뭄바이 캠퍼스는 인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물이 맑고 주위 풍광이 아름다운 포와이 호수를 끼고 있는 곳이다. 일요일인데도 취업 면담을 위해 학교에 나왔다는 우주항공공학 전공의 메클란 마니와드카르군은 “수업은 토론과 세미나, 프레젠테이션, 리포트 제출 등으로 이뤄지는데, 학생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특히 9명이 한 조가 되어 교수와 토론하는 수업은 ‘피를 말리는 작업’이라 밤을 새워 준비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다고 한다. 경쟁이 경쟁력을 낳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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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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