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 평양에서 발간된 사진집 ‘우리의 지도자’에 실린 사진 속의 여인. 탈북 고위인사들과 후지모토 겐지씨는 이 여인이 김옥이라고 단언한다. 이 사진은 김정일이 공화국 창건기념 행사 준비상황을 시찰하던 1988년 촬영된 것이다. 탈북 인사들은 “김옥이 김정일의 눈에 들어 곁에서 일하게 된 직후인 듯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주변에 이러한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아니다. 수년 전부터 관련 당국자들 사이에는 김정일 위원장 옆에 ‘옥이 비서’ 혹은 ‘옥희 비서’라는 여인이 있으며, 김 위원장의 총애를 받아 당 간부들조차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권력 위의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신동아’ 2005년 8월호 ‘김일성 사망 직전 父子 암투 120시간’ 참조).
그럼에도 ‘연합뉴스’의 보도가 의미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김옥이 지난 1월 김 위원장의 중국방문에 동행해 김 위원장의 부인 자격으로 상당한 대우를 받았으며,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도 인사를 나눴다는 내용이다. 2월 일본의 ‘슈칸겐다이(週刊現代)’가 이러한 내용을 기사화했지만, 선정성이 강한 매체의 특성상 전문가들은 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공신력 있는 매체가 이를 다시 보도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단순히 ‘애인이 있다’는 것과 ‘새로운 퍼스트레이디가 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가 김옥이라며 얼굴사진을 공개한 것도 기사 가치를 높인 요인이었다. 해당 기사는 “김옥은 2000년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국방위원회 과장 직함으로 동행했다”면서 당시 촬영된 사진 속의 여인 한 명을 김옥으로 지목했다. MBC 역시 당시 촬영된 자료화면 속에서 같은 얼굴의 여인을 찾아내 방송에 공개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북한을 탈출한 고위관리들은 누구나 김옥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그녀의 얼굴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김 위원장이 개최하는 파티에나 모습을 드러냈던 까닭에 직접 그녀의 얼굴을 본 사람은 권력기관 최상층부 정도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정보당국자가 “북한을 벗어난 사람 가운데 그녀를 직접 본 이는 아마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한마디로 김옥의 얼굴사진 보도는 한국에서뿐 아니라 북한에서도 ‘특종’이라고 할 만한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