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마도 이즈하라 항에 붙어 있는 표지판. 최근의 반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상황을 노골적으로 경계하고 있다. 2009년 일본의 극우단체와 언론이 대마도에서 “조센징은 돌아가라”며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지난 11월 16일 대마도를 방문한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한국 기업의 쓰시마 토지 구입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본 정부는 대마도 곳곳에 남아 있는 한국 관련 흔적들을 지우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그 현장을 찾았다.
부산에서 배를 탄 지 2시간 남짓 만에 대마도 이즈하라 항에 도착했다. 남쪽에 있는 이즈하라 항은 대마도를 끼고 돌아가기 때문에 부산에서 2시간 정도 걸리고, 북쪽 히타카쓰 항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직선거리는 49.5km로 부산에서 제주도까지보다 가깝다. 맑은 날에는 대마도 최북단 후나고시 근처에 있는 한국전망대에서 부산이 보일 정도다. 대마도에서 후쿠오카까지가 138km라고 하니, 대마도는 일본 본토보다 한국과 더 가까운 셈이다. 하지만 거리가 아무리 가깝다 해도 대마도는 한국 땅이 아니라 일본 땅이다. 현재 대마도는 행정구역상 일본 나가사키 현(縣) 쓰시마 시(市)에 속해 있다.
문화재 한국 관련 문구 삭제
이즈하라 항에 도착했을 때 처음 눈길을 끈 것은 “쓰시마 도민은 일한 친선을 소중히 하는 한국인을 환영합니다. 일본 고유의 영토 쓰시마는 역사와 관광의 섬입니다”라고 쓰인 표지판이었다. 단순한 환영인사라고 하기엔 무언가 가시가 돋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해까지 환영 표지판에는 “대마도를 방문한 한국인을 환영합니다”라는 짧은 문구만 쓰여 있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샌가 ‘대마도를 방문한’이 ‘일한 친선을 소중히 하는’으로 바뀌었고, 무엇보다 대마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임을 강조하는 문구가 추가됐다는 것이 이번 여행길을 함께한 임영주 창원시 대마도의날추진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 겸 마산문화원장의 설명이다.
임 위원장은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을 경계하고 있으며 나아가 “대마도를 재정비하면서 한국과 관련한 역사적 흔적들을 없애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 안내판을 바꾸면서 한국과 관련 있는 내용을 삭제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 히타카쓰 항 근처 가미쓰시마 읍(邑)에 있는 1500년 된 은행나무를 한 예로 들었다.
“가미쓰시마의 1500년 된 은행나무 옆에는 원래 ‘백제로부터 유래했다’는 설명이 적힌 안내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안내판으로 교체되면서 ‘백제로부터 유래했다’는 문구가 쏙 빠졌어요. 대마도가 백제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은폐하려는 꼼수인 거죠.”
이뿐만이 아니다. 예전에는 대마역사민속자료관에 한국 관련 자료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 상당량이 사라졌다. 조선통신사가 일본 본토 방문을 위해 대마도를 경유할 때마다 숙소로 사용하던 서산사(西山寺)는 최근 유스호스텔로 사용되면서 유적지 관광 목록에서 삭제됐다.
대마도는 섬 전체 중 농경지가 3%에 불과한 척박한 땅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주로 관광수입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대마도를 찾는 한국 관광객은 연간 15만 명에 달한다. 워낙 가까워 당일치기로 대마도를 찾는 관광객도 적지 않고, 등산과 낚시를 즐기러 대마도를 수시로 찾는 한국 관광객도 많다. 이렇다보니 마트나 음식점 등의 안내판이나 메뉴판에서 한국어를 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한국어 간판들이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대마도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일본 정부에서 대마도 주민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 관광객이 줄면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는 대마도 주민에겐 일본 정부의 한국 흔적 지우기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