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호

일본 기타큐슈

환경오염을 자산 삼아 세계 최고 에코도시로 발돋움하다

  • 글·송화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 사진·기타큐슈시 제공

    입력2009-07-29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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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기타큐슈

    기타큐슈시의 강력한 환경 정책으로 수질이 회복된 무라사키강에서 시민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기타큐슈(北九州)시는 열도의 서쪽 끝, 규슈의 최북단에 있는 도시다. 210km에 달하는 긴 해안선, 시 면적의 40%를 차지하는 삼림 덕분에 시내에 들어서자 쾌적함이 느껴진다. 고쿠라기타(小倉北)구 중심가를 남북으로 흐르는 무라사키(紫)강이 도심에 상쾌함을 더한다.

    그러나 이 강에 서려 있는 옛이야기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 지역 사람들은 칭얼대는 아이를 꾸짖을 때 “계속 울면 무라사키강에 집어넣을 거야”라고 했다고 한다. 시커멓고 악취를 내뿜는 이 강이 아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시민들은 무라사키강가를 지날 때면 으레 손수건을 꺼내들고 코를 막았다.

    이곳이 지금의 모습을 얻은 것은 기타큐슈시가 1969년부터 1980년까지 11년에 걸쳐 무려 2만5000㎥의 오니(汚泥)를 긁어낸 덕분. 기타큐슈시는 이처럼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극복한 ‘기적의 도시’다.

    기타큐슈시청을 찾았을 때 환경국 환경정책부 가지와라 히로유키 계장은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왼쪽에는 매연으로 뒤덮인 잿빛 하늘과 황갈색 바닷물이 찍힌 사진 두 장, 오른쪽에는 청명한 하늘과 푸른 바다가 펼쳐진 사진 두 장이 각각 프린트돼 있었다.

    “보십시오. 왼쪽이 1960년대의 기타큐슈입니다. 오른쪽은 오늘날의 풍경이지요.”



    일본내 최악의 공해 지역

    기타큐슈시는 1970년대까지 일본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였다. 1901년 근대식 용광로를 갖춘 일본 최초의 제철소가 문을 열면서 ‘철강도시’가 됐고, 철로와 항만을 갖춘 편리한 물류 환경 덕에 시멘트 기계 화학 등 중화학공업도 발전했다. 환경오염은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고도성장기 시절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얻은 참혹한 부산물이다.

    기타큐슈시 환경국 환경감시부의 히가시다 미치코씨가 들려준 1950~60년대 대기오염 상태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1965년 제철소가 있는 야하타(八幡)구 시로야마(城山) 지구에서 측정한 결과 한 달에 1㎢당 108t씩 분진이 떨어졌다. 특히 검은 분진이 많아 ‘야하타의 참새는 검다’는 말이 다른 지역까지 퍼질 정도였다.

    제철소와 맞닿아 있는 연안 도카이(洞海)만의 수질 또한 심각하게 오염된 건 마찬가지였다. 196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 해수의 용존산소량은 0.6㎎/ℓ(한국 해수욕장 수질기준은 7.5㎎/ℓ이상)였다. 수은, 비소 같은 유해물질도 고농도로 포함돼 당시 언론은 ‘대장균조차 살 수 없는 물’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1950년대 도카이만에 빠진 한 선원이 무사히 구조되고도 며칠 만에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한 뒤부터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사망원인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타큐슈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다의 유해물질이 그의 생명을 빼앗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타큐슈시 전역은 공포에 휩싸였고, 자녀들의 건강을 걱정한 어머니들이 가장 먼저 들고일어났다. 야하타구와 더불어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지역인 도바타(戶畑)구 주부들이 1957년 ‘도바타 부인협회’를 결성하고 문제 제기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깨끗이 세탁해 널어놓은 빨래가 얼마 만에 더러워지는지, 청소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먼지가 내려앉는지 등을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고, 시청에도 같은 데이터를 보내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야하타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기타큐슈시 공무원 시로야마씨는 “어린 시절 어머니는 빨래를 널기 전 늘 내게 빨래봉을 걸레로 닦으라고 말씀하셨다. 수시로 닦아내도 닦을 때마다 걸레가 새까맣게 변하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이러한 생활경험이 시민운동으로 이어진 셈이다.

    일본 기타큐슈

    재활용 관련 기업이 모여 있는 기타큐슈시 에코타운 전경.

    시민,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이룬 환경 혁명

    기업에서 배출한 오염물질이 도시환경을 심하게 파괴하는 현상이 나타나면, 시민단체와 기업 간에 소송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기타큐슈시에서도 시민운동이 시작되면서 신일본제철 야하타 제철소와 닛테쓰 화학, 오다노 시멘트, 야하타 화학공업 같은 기업에 공해 유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당시 기타큐슈시민 대부분이 공해배출 기업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을 유지하면서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는 ‘제3의 길’을 찾고 싶어했다. 이때 지방자치단체가 나섰다.

    기타큐슈시 환경국 환경감시부의 히가시다 미치코씨는 “기업과 시민 사이를 중재하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당국이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기타큐슈시는 중앙정부에 환경청이 설치되기 전인 1971년 공해대책국을 만들어 전담 공무원 44명을 배치했고, 같은 해 ‘기타큐슈시 공해방지 조례’를 제정해 환경 위반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기 시작했다.

    시가 앞장서자 기업도 동참했다. 1972년 기타큐슈 내 47개 회사 54개 공장이 기타큐슈시와 ‘유황산화물에 관한 공해방지 협정’을 체결하며 자발적으로 공해요인 제거에 나선 것. 기업들은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 드는 비용도 분담했다. 1972년부터 91년까지 기타큐슈시에서 공해 대책에 사용한 예산은 모두 8043억엔. 이 가운데 68.6%는 행정당국이, 나머지 31.4%는 민간기업이 부담했다.

    시민,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이처럼 힘을 합해 환경 개선 노력을 벌이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기타큐슈시의 성공 이후 이 같은 모델은 아예 ‘기타큐슈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히가시다씨의 말이다.

    “일본에는 ‘부끄러움 문화’가 있습니다. 자신이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견디지 못하지요. 야하타 제철소를 갖고 있는 신일본제철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식이 강했습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을 했는지 알고 난 뒤부터, 이 기업이 앞장서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어요. 우리 시가 추진한 ‘유황산화물에 관한 공해방지 협정’에 수십 개의 기업이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신일본제철이 직접 나서서 다른 중소기업을 동참시켰기 때문입니다.”

    해외로 수출하는 환경 기술

    이런 노력 덕분에 기타큐슈시의 환경은 1980년대부터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늘과 바다는 제 빛을 되찾았고, 도카이만에는 110종이 넘는 어패류가 돌아왔다. 무라사키강 역시 마찬가지다. 강변에 건립된 물환경관에 가면 강화플라스틱 벽을 통해 강 속까지 살펴볼 수 있는데, 예전의 오염상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맑은 물이 눈앞에 펼쳐진다. 1985년 발간된 OECD 환경백서에는 ‘회색에서 초록색으로 변모한 도시’라는 제목 아래 이 도시의 성공사례가 소개돼 있다.

    기타큐슈시의 놀라운 점은 이러한 공해 극복 경험을 도시발전의 계기로 삼았다는 점이다. 1980년 환경오염 문제가 어느 정도 극복되자 지역내 500개 기업과 기타큐슈시, 후쿠오카현은 공동출자해 재단법인 기타큐슈 국제기술협력협회(KITA)를 만들었다. 환경기술을 해외로 전파해 환경오염 문제로 고통 받는 개발도상국을 돕는 게 목적이었다. KITA는 기타큐슈 시내에 환경연수관을 짓고 세계 각지에서 연수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1980년부터 지난 3월말까지 이곳을 찾아온 연수생은 세계 133개국 출신 5366명. 아시아 3114명, 중동·아프리카 1042명, 중남미 933명 등 전세계에서 찾아온 공무원·학자·기업인들은 기타큐슈 시에서 공해방지 기술과 환경오염 물질 생성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절약법 등을 배워간다. KITA는 1986년부터 한발 더 나아가 일본내 전문가의 해외파견 사업도 펼치고 있다. 그동안 KITA를 통해 세계로 나간 일본인 환경전문가는 25개국, 144명에 달한다.

    “기타큐슈시의 이 같은 활동은 지원대상국으로부터 전혀 대가를 받지 않는, 원조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기타큐슈시 환경국 환경국제협력실 미토카 요스케씨의 말이다. 기타큐슈시는 이를 통해 ‘세계 으뜸의 환경도시’라는 명성을 얻었다.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 기타큐슈시의 해외지원 모델을 ‘기타큐슈 이니셔티브’라 명명하고, 다른 국가들도 이를 따를 것을 촉구했을 정도다.

    ‘쓰레기 무배출’ 실천하는 에코타운

    기타큐슈시 와카마쓰(若松)구 히비키나다(響灘) 지구에 조성돼 있는 에코타운은 환경산업을 통해 미래로 뻗어나가는 기타큐슈시의 오늘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기타큐슈시의 기간산업인 중화학공업은 서서히 위축세를 보였다. 새로운 산업단지를 만들기 위해 히비키나다 지역에 2000ha에 이르는 공업용 매립지를 확보해놓았던 시는 토지 활용 방안을 찾는 데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환경산업. 계기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과 개발에 관한 유엔 회의’에서 기타큐슈시가 일본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유엔 지방자치단체상을 받으면서 찾아왔다. 스에요시 고이치 당시 시장은 유엔이 기타큐슈시의 공해 극복 사례를 높이 평가하는 것을 보고 “이제 세계의 관심은 환경에 쏠려 있다. 히비키나다 지구 토지를 환경산업을 개척하는 데 쓰자”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타큐슈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재활용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히비키나다 개발 기본계획’을 세웠고, 1997년 7월 마침내 이곳에 일본 최초의 ‘에코타운’이 건립됐다.

    일본 기타큐슈

    기타큐슈의 변화과정을 보여주고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는 기타큐슈 환경 뮤지엄.

    기타큐슈 에코타운의 슬로건은 폐기물을 하나도 배출하지 않는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 모든 쓰레기를 재활용해, 자원이 조금의 낭비도 없이 재활용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타큐슈시 환경국 환경산업정책실의 야마시다 교타로씨는 “이를 위해 환경 산업 관련 학술 연구를 담당하는 ‘기타큐슈 학술도시’, 연구 결과를 활용해 사업화 모델을 만드는 ‘실증연구구역’, 이를 실제로 사업에 적용하는 ‘종합환경콤비나트’ ‘히비키 리사이클 단지’ 등 세 단계의 시설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기타큐슈 학술연구도시에는 기타규슈시립대, 규슈공업대, 와세다대 환경관련 학부와 연구실 등이 들어서 있다. 실증연구구역에는 후쿠오카대의 자원순환·환경제어시스템 연구소와 신일본제철 엔지니어링(주)의 기타큐슈 환경기술센터 등이 입주했다. 에코타운 사업이 실제로 이뤄지는 종합환경콤비나트와 히비키 리사이클 단지 등에서는 페트병, 가전제품, 형광등, 자동차, 폐목재 등 온갖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공장이 활발히 가동 중이다.

    야마시다씨는 “기업들의 에코타운 입주를 촉진하기 위해 단지 안에 공장을 지을 경우 시에서 용지비를 포함한 설비 투자액의 5%를 보조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음식물쓰레기에서 차량용 연료 추출

    에코타운에서 실제로 어떤 사업이 진행되는지 보기 위해 현지를 찾았다. 기타큐슈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40분쯤 달리자 에코타운 히비키나다 동부지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와카토(若戶)대교를 건널 때는 차창 너머로 푸른 도카이만이 스쳐 가더니, 에코타운에 다다르자 맑은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새하얀 풍력발전 프로펠러가 시선을 붙든다. 공장 굴뚝이 곳곳에 서 있지만, 공기는 쾌적하다. 이곳은 ㈜NS윈드파워 히비키로가 풍력발전을 하고 있는 곳. 발전능력 1500kW급 발전기 10기를 가동 중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는 모두 규슈전력에 판매한다.

    에코타운 입구의 페트병 재활용 공장, 자동차 재활용 공장 등을 지나 형광등 재활용사업장 ㈜J·RE-LIGHTS를 찾았다. 이곳은 기업체나 일반 가정에서 배출한 폐형광등을 수거해 수은, 유리, 금속, 형광체 등을 분리한 뒤 모두 재활용하는 곳. 일본 내에서 유일하게 재생 형광관도 제조한다. 이 회사 영업부장 지토시 오카베씨는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고객 가운에 하나는 기타큐슈시”라며 “시에서 2001년부터 공무에 쓰이는 제품을 구매할 때 재활용품 등 친환경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그린 구매’ 제도를 시작했다. 이 덕분에 우리가 생산하는 재활용 제품을 안정적으로 팔 수 있는 판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일본 기타큐슈

    기타큐슈 에코타운에서 생산한 바이오 에탄올을 3% 섞은 자동차 연료는 기타큐슈시 공용차 등에 사용된다(왼쪽). 폐형광등을 재활용하는 ‘J·RE-LIGHTS’공장 작업 풍경.

    공장을 나서 이번에는 실증연구구역에 있는 ‘식품 폐기물 에탄올화 리사이클 시스템’ 실험사업장 ‘기타큐슈 에코에너지’를 방문했다. 신일본제철 엔지니어링과 기타큐슈 환경기술센터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 사업장이다. 이곳에서는 기타큐슈 시내 학교, 병원, 편의점 등에서 수거한 음식물쓰레기로 에탄올을 만든다. 에탄올은 휘발유의 대체재로 사용할 수 있는 연료. 일본 전체에서 쓰레기를 이용해 에탄올을 생산하는 시설은 이곳뿐이다.

    신일본제철 기술본부 기술개발연구소 주간연구원인 히다카 료타 박사는 거대한 탱크 형태의 에탄올 추출기를 보여주며 제조 과정을 설명했다.

    “기타큐슈 시내에서 하루 12t의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합니다. 그 가운데 포장재 등을 제외하면 10t쯤이 남지요. 에탄올 추출의 첫 단계는 이 쓰레기에 함유된 탄수화물을 모아 당화(糖化)하는 거예요. 보통 전체 음식물에서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안팎입니다. 1t 정도가 에탄올의 진짜 원료가 되는 셈이지요.”

    이 공장은 매일 약 400ℓ의 에탄올을 생산한다. 이 에탄올 3%와 휘발유 97%를 섞으면 자동차용 연료가 된다. 이 연료는 올 2월부터 기타큐슈시의 공용차와 신일본제철 관계기업의 공용차에 주유되고 있다.

    기타큐슈시의 에탄올 혼합 비율이 낮은 이유는 아직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히다카 박사는 “미국 브라질의 경우 남는 옥수수, 사탕수수 등의 곡물에서 바로 에탄올을 추출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기타큐슈시의 음식물쓰레기만을 이용하고 있다”며 “이 사업의 목적이 에탄올 대량 생산이 아니라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전역에서 연간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가 2000만t에 달하며 이 가운데 75% 가량은 소각된다. 이로 인한 자원 낭비와 대기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음식물쓰레기 에탄올화 프로젝트가 산업화되면 일본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에탄올의 가격은 1ℓ 당 100엔. 생산비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사업을 하면 기타큐슈시의 쓰레기 처리비용 1t당 2만엔씩을 지원받기 때문에 채산성은 있다고 한다. 기타큐슈시 환경경제부 환경산업정책과의 가와지 히로아키씨는 “이곳에서는 에탄올 추출에 쓰이지 않는 2t 분량의 포장재와 비탄수화물 쓰레기로 화력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그걸 이용해 다시 사업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많이 절감된다”고 소개했다. 기타큐슈 에코타운의 ‘제로 에미션’ 정책이 실감났다.

    저탄소사회 여는 ‘녹색 개척자’

    환경관련기술과 환경산업 면에서 이미 세계 정상의 위치에 올라있는 기타큐슈시의 다음 목표는 저탄소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녹색 개척자, ‘Green Frontier’가 되는 것이다. 기타큐슈시는 지난해 일본 정부로부터 ‘환경모델도시’로 선정됐는데, 이때 내세운 것이 저탄소 사회 구축이었다. 일본에는 기타큐슈시를 포함해 147개 지방자치단체가 모인 ‘저탄소화추진협의회’가 구성돼 있다. 일본 최대의 환경모임인 이 협의회 회장은 기타큐슈시장이 맡았다. ‘저탄소 사회’를 향한 기타큐슈시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타큐슈시 에코모델도시 디렉터 히쓰모토 레이지씨는 “우리 시의 미래 계획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05년의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타큐슈시에서는 157건에 달하는 방대한 계획을 세워놓았다. 공장의 폐열을 다른 시설에서 재활용하고, 태양광 발전을 적극 도입하며, 내구 연수가 긴 주택을 건설해 오염 물질 발생을 최소화하는 등 다양한 구상이 포함돼 있다. 이 계획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기타큐슈시의 탄소 감축 기술을 아시아로 이전할 ‘아시아 저탄소화 센터’도 세울 방침. 빠르면 내년 안에 이 센터가 기타큐슈 시내에 들어선다.

    히쓰모토씨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 지독한 환경오염을 딛고 기타큐슈가 이렇게 새롭게 태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의 기술력과 열정을 모두 쏟아 저탄소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게 미래를 향한 기타큐슈의 포부, 이상, 비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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