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호

한미동맹 강화하고 아시아·태평양에 ‘올인’

美 오바마 집권 2기 한반도 정책

  • 하태원│동아일보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입력2012-11-21 1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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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력협정과 방위비 분담금 현안
    • 北 악행에 대한 보상은 없다
    • 보호무역주의 성향 강화될 수도
    • 한국 대선 결과 따라 냉탕 온탕 오갈 수도
    2012년 미국 대통령선거는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가 선거 막판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대역전극을 펼칠 뻔했지만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민주당)의 재선(再選)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지지율은 51%대 48%로 초접전 양상이었지만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270명) 수로는 332대 206의 ‘싱거운’ 게임이었다. 주별로 득표수가 한 표라도 많으면 해당지역 선거인단을 싹쓸이하는 승자독식 선거방식 때문이다.

    두 번째 임기 4년을 보장받은 역대 미국 대통령은 대체로 역사에 오래 기록될 만한 자신만의 유산(legacy)을 남기기 위해 전력을 다해왔다. 오바마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미 아시아로의 복귀(pivot to Asia)를 선언한 오바마가 4년간 주목할 지역은 한반도가 포함된 동북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이다.

    산적한 한미동맹 현안

    이제 관심은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여부다.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는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관계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보고 있다. 또 중국의 급부상 속에 한국과의 안정적 동맹관계 유지가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만큼 특별한 상황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오바마 스스로 규정한 ‘린치핀(linchpin·수레나 자동차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으로 핵심이라는 뜻)’ 한미동맹, ‘코너스톤(cornerstone·주춧돌)’ 미일동맹의 확대 발전이 아시아 정책의 양대 원칙이 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2013년 새롭게 출발하는 한미 행정부에는 처리해야 할 양자 이슈가 산적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현안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으로 보인다. 2010년 이후 양국 대표들이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2년 넘게 지루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진전은 더디다. 1974년 체결된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르면 양국은 평화적 목적으로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한국은 미국 동의 없이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거나 제3국에 이전할 수 없다.



    한국으로서는 대표적 ‘독소조항’인 농축·재처리 불가가 평화적 핵 이용의 권리를 제약하고 있으며 일본에는 허용하면서 한국은 차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핵확산 방지가 지상과제인 미국 역시 쉽게 양보할 수 없다는 태세다. 특히 미국 협상대표인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군축·비확산담당 특보는 철두철미한 반(反)확산론자다. 설혹 자신을 설득한다 해도 ‘농축·재처리’라는 문구가 담긴 협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제로’라는 말도 자주 했다. 이명박(MB)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당국자는 차기 정부가 어떤 성향을 띨지 모르지만 MB 정부와 결론을 내리는 것이 미국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논리로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의 난관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다. 심각한 재정적자 해결을 위해 향후 10년간 5000억 달러 규모의 국방비 감축을 선언한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이 절실한 상황이다. 2014~2018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의 분담비율을 현재 42%에서 50%까지 올리라고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2008년 한국의 분담금은 7415억원이었다.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한 협의도 관심사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은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에서 한 차례 연기했다. 현재 한미 군사당국은 한미연합사(CFC)의 해체에 따른 전력공백 최소화를 위해 ‘미니연합사’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의 창설을 적극 검토 중이다.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핵심변수는 역시 북한이다. 2011년 말 김정일의 급사(急死)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된 김정은의 정책노선과는 별도로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물론 한국 신행정부의 대북 접근법도 고려해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역대 한미 정부의 정책 협조에 가장 큰 갈등요인을 제공한 것도 바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차와 북한에 대한 관여 정책의 실행 여부였다.

    아직은 추측의 영역이지만 2기 오바마 행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인 대북정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2009년 정권 출범 당시 북한 지도자와 직접 만나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던 오바마였지만 북한이 2009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을 감행하자 ‘악행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제네바 합의에 서명했지만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계획에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은 쓰라린 경험이 있는 민주당 행정부는 “같은 말(same horse)을 두 번 사지 않겠다”며 북한을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결국 오바마 4년 임기 내내 좋게 말해 ‘전략적 인내’를 고수했고 한국과의 철저한 공조를 유지했지만 사실상 북한 핵문제 해결 및 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세계평화에 기여했다는 ‘유산’을 남기려는 욕심이 있다면 북한에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숱한 대통령이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단기적으로도 성과를 내기 어려운 중동평화협상보다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주도하는 편이 더 ‘쉬운 길’이라는 판단을 내린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재임 중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처럼 보였던 조지 W 부시 전임 대통령도 집권 2기 북한과 적극적인 협상에 나섰다.

    오바마 2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한반도 정책을 펼칠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라인’에 누가 배치될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4년 내내 미국의 얼굴로 대외정책을 총괄했던 외교사령탑 힐러리 클린턴의 퇴임이 기정사실화한 만큼 후임 국무장관이 누가 될지가 초미(焦眉)의 관심사다. 그의 퇴장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이른바 ‘힐러리 사단’의 동반사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가에서는 국무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해온 커트 캠벨 동아태담당 차관보와 아인혼 특보의 교체를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힐러리 ‘힘의 공백’ 메울 사람은?

    한미동맹 강화하고 아시아·태평양에 ‘올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월 26일 한국외국어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일단 후임으로 유력한 인사는 수전 라이스 주(駐)유엔대사와 존 케리 상원외교위원장이다. 2004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케리 위원장이 일찌감치 유력 후보로 거론됐고, 본인도 국무장관 자리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지만 오바마와 다소 결이 다른 외교안보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상원외교위원장 자격으로 해외순방에 나설 때도 본인의 개인적인 어젠다를 ‘세일즈’ 하는 등 독자적 행보를 보이는 모습도 오바마를 불편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라이스의 경우 매들린 올브라이트-콘돌리자 라이스-힐러리 클린턴으로 이어지는 여성 국무장관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얻고 있고 오바마참모로서의 충성도도 케리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스는 유엔주재 미국대사로 일하면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유엔의 결의안 통과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많은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임명된 윌리엄 번스 부장관-웬디 셔먼 정무차관 라인은 유임이 유력해 보인다. 북핵 6자회담과 대북정책을 전담하는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특별대표, 클리퍼트 하트 6자회담 수석대표도 현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2·29 윤달합의’를 이끌어낸 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망신을 당했던 데이비스 대표는 지난달 말 한·중·일 3국을 순방하며 6자회담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한반도 정책의 또 다른 축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아시아 라인도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토머스 도닐런 현 국가안보보좌관이 자리를 옮길 경우 데니스 맥도너 부보좌관의 승진이 유력하다. 제프리 베이더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자리를 이어받은 대니얼 러셀과 북한담당 시드니 사일러도 당분간 한미정책협의에 계속해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사태로 새롭게 만들어진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의 한 축인 국방장관 자리는 교체가 확실해 보인다. 로버트 게이츠 장관의 후임이 된 리언 패네타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평가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온건파로 분류되는 척 헤이글 전 공화당 상원의원을 탕평인사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의 이름도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통치철학을 입안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신안보센터(CNAS) 공동 창설자로 미시적 군사작전과 거시적 국방정책에 두루 통달한 전문가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경제정책, 위기이자 기회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퇴장이 확실해 보이는 상황에서 새 재무장관으로는 제이콥 류 현 백악관 비서실장이 1순위 후보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지낸 류 실장은 내년 1월 초 ‘재정절벽(fiscal cliff)’에서 떨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과의 협상을 이끌어낼 정치력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된다.

    공석인 상무장관에는 론 커크 현 무역대표부(USTR) 대표, 프레드 호치버 미 수출입은행장, 제프리 지엔츠 예산관리국(OMB) 국장대행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과의 무역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USTR 대표로는 마이클 프로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제담당 보좌관 이름이 나온다.

    오바마 2기 정부는 기존의 양적완화 기조와 통상 및 무역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지난 9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를 시작한 이후 경기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미국의 수출확대와 해외투자를 끌어내 자국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고 보는 만큼 FTA 발표 2년차가 되는 내년 한국 기업의 수출에도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양적완화에 따른 원화 가치 상승과 외환시장 불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성향 강화에 따른 통상 마찰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바마는 대선 기간 중에도 자동차 등 자국의 주요 제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나라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물론 주요 타깃은 중국이었다. 미국과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와 닭고기 반(反)덤핑관세, 자동차 부품업체 보조금 지급 등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맞고소를 하기도 했다.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1월 한국산 냉장고에 대해 덤핑 예비판정을 했고 올해 들어서도 △한국산 세탁기 상계관세 예비판정(6월) △한국산 변압기 덤핑 최종판정(7월) △한국산 세탁기 덤핑 예비판정(7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미국의 재정절벽 가능성 역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한 만큼 우리에게도 관심사다. 오바마는 단기적으로는 ‘성장’을, 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의 확보’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증세를 하는 한편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위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작은 정부’를 외치며 재정지출 축소에 나설 경우 저성장이란 부진의 늪에서 탈출해야 하는 한국 경제에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최우선 과제인 경제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정권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새 지도자 간의 교감

    미국이 오바마를 다시 선택함으로써 이제 공은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고 볼 수 있다. 12월 19일 치러질 대통령선거의 결과에 따라 한미관계의 앞날도 다양한 방식으로 변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20년 전인 1992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이래 역대 한미 정권의 궁합(宮合)에 따라 양국관계는 냉탕과 온탕을 숱하게 오갔다.

    △김영삼-빌 클린턴 △김대중(DJ)-클린턴 △김대중-조지 W 부시 △노무현-부시 △이명박-부시 △이명박-오바마 등 6개의 조합 가운데 가장 큰 불협화음을 일으킨 것은 노무현-부시, DJ-부시 조합이었다. 1998년부터 10년간 이어진 한국의 진보정권은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대북 화해협력정책에 매달렸고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진 부시와 대외정책에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부시 행정부 시절 추진한 미사일방어(MD),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등에 대해 한국의 진보 정부는 북한 고립화 전략 및 중국 포위망 구축으로 인식했고, 미국 역시 매사에 협조적이지 않은 한국 정부에 낯을 붉히는 일이 잦았다. 특히 ‘반미(反美)면 좀 어떠냐’며 집권했던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북한의 안보불안을 고려하면 일리가 있다고 하는가 하면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도 ‘한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태도를 보여 미국을 기겁하게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한국의 전작권 전환 요구를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는 주한미군을 인계철선(trip wire)으로 삼고 한국군은 피를 흘리려 하지 않는 태도에 대한 ‘환멸’ 때문이기도 했다.

    호사가들 사이에 ‘동맹의 와해’까지 거론될 정도로 삐걱거렸던 한미관계는 MB 정부에 들어와서 완벽하게 복원됐다. 보수 성향의 부시 대통령 말기에 집권해 ‘리버럴’한 오바마 행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한미관계는 점점 더 ‘찰떡공조’를 유지했다. 대북정책 공조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한미FTA 역시 발효시켰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공유를 통한 지구촌 가치동맹의 기치를 높이 올렸다. MB의 대미외교 성공에 대해 혹평가들은 “미국에 간도 쓸개도 다 빼준 결과 아니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MB가 미국 대통령과 ‘케미스트리(정신적 교감)’를 조성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는 사실마저 부인하기는 어렵다. 맨스필드재단 고든 플레이크 대표는 “한국 보수는 미국 보수에 비해 중도적이고, 미국 진보는 한국 진보보다 온건한(moderate) 편”이라며 “오바마-이명박의 밀월(蜜月)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세계 외교전쟁터 된 한반도

    새누리당의 박근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 등 유력 대선주자 3명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유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관계가 갑작스럽게 악화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한반도의 외교안보 지형에 영향을 미치는 상수(常數)인 북한요인 외에 내년에는 중국변수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치학자들이 당대의 국제질서를 규정하는 데 이렇게 혼란스러한 적이 있을까. 미국과 중국의 주요 2개국(G2) 시대라는 분석에서부터 다극화(multi-polarity) 시대, 심지어는 무극화(non-polarity) 시대라는 평가까지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양상이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영광을 역사의 뒤안길로 넘기고 싶지 않은 미국이 영광 재현의 현장으로 꼽은 곳이 우리가 숨 쉬고 있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라는 점이다. 재선 결정 직후 첫 방문지로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11월 17~20일)를 택한 오바마는 이 기간 중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정상들과도 만난다. 아시아에 대한 관여를 질적·양적으로 팽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행보다.

    향후 한국의 5년을 책임질 지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국익의 충돌현장에서 우리의 독자적 외교역량 확보와 철저한 안보태세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 18대 대선은 세계의 주요 2개국(G2) 지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한국 고유의 활동반경을 확보할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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