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그를 2월 5일 오후, 9년 만에 재회하자 반가움과 함께 궁금증이 일었다. 예전의 선머슴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보호본능을 자극할 만큼 여려 보이는 이유가 뭘까. 1월 17일 드라마 ‘보고 싶다’를 끝낸 후 계속 아팠던 탓일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세월이니 설령 그가 변했대도 이상할 건 없다. 더구나 그는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05년 베이비복스 탈퇴 후 직업을 배우로 바꿨고, 트렌디드라마 ‘궁’(2006)과 ‘커피프린스 1호점’(2007, 이하 ‘커프’)으로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안방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했다. 드라마에 비해 영화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그때부터 ‘가수 출신’이라는 선입관 탓에 불거진 연기력 논란이 차츰 수그러들었다.
‘보고 싶다’의 여주인공 이수연을 연기하는 동안에는 호평이 이어졌다. “밝고 건강한 이미지만 어울릴 줄 알았는데, 어릴 적 성폭행을 당한 이수연의 복잡 미묘한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고 싶다’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아 아시아 전역에 판권이 팔렸다. 지난해 말엔 이 작품으로 MBC 연기대상에서 한류스타상과 인기상을 받았다. 인기 부문 ‘2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인기와 연기 사이
▼ 2관왕, 예상했나요.
“사실 커플상 받으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으로 갔어요. 인기상은 기대도 안 했어요. 내가 인기 있는지 모르겠거든요. 어릴 때부터 활동해서 해외에 계신 분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세요. 팬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열심히 해라, 힘내라는 뜻에서 주신 것 같아요.”
▼ 인기가 거추장스러울 때도 있는지.
“인기가 많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관심의 대상이 된 것 같긴 해요.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관심의 정도가 인기와 비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 다른 사람의 시선이 불편하진 않나요.
“상황에 따라 달라요. 상대가 편하게 행동하면 저도 편하게 받아들이지만, 자유롭게 다니고 싶었는데 예상치 않은 부분에서 방해받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거든요. 그분들 잘못은 아니지만 그럴 땐 스트레스를 받아요.”
▼ 소녀에서 숙녀로 훌쩍 자란 느낌이에요.
“나이가 들었으니 당연히 그래야죠(웃음). 아직 아이 같은 구석이 있긴 하지만. 빨리 30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여자로서는 몰라도 배우로서는 그 시기가 기대돼요. 어릴 때 데뷔해서 지금도 저한테서 풋풋하고 밝은 이미지만 보려는 분이 많아요. 제 안에 있는 다른 색깔들로 어필하려면 나이를 더 먹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30대가 기다려져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과정을 행복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어요.”
▼ 보이시한 캐릭터도 잘 어울리던데.
“제가 연기했던 보이시한 캐릭터는 ‘커프’의 고은찬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말괄량이거나 여성성이 강한 캐릭터죠. 나름대로 천천히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배우 2년 차 때 파격적인 남장여자 역이 들어왔어요. 그 작품이 ‘커프’였죠. 신기하게도 대본을 석 장쯤 읽었을 때 ‘아, 이건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다음에도 ‘여성스러운 캐릭터로 변신해야지’ 했던 건 아닌데 ‘아가씨를 부탁해’를 하게 됐고요. 고은찬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도 성에 안 찰 거라는 예상은 했어요. 대신 여자다운 역도 어울린다는 점만이라도 인정받고 싶었죠.”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그에게선 ‘커프’의 고은찬 같은 구석을 찾을 수 없었다. 천생 여자라는 느낌이 들게 단아하고 아리따웠다.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살펴도 못난 데가 없다. 이 여자에게도 외모 콤플렉스가 있을까.
“전 제 얼굴을 별로 안 좋아해요. 다만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화보를 많이 찍었는데 ‘어떻게 꾸며도 잘 어울린다’고들 하더라고요. 어떤 이미지를 대입했을 때 자연스럽게 이입이 된다면서요. 그런 얘기 들으면서 내 장점은 이거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특별하게 어디가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