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수와 과학이라는 두 영역을 결합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같은 의문에 이 교수는 “왜 가능하지 않을 것 같냐”고 되묻는다.
“풍수는 자연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럼에도 자연이 아닌 관념으로 풍수를 역설하니 그 내용이 미신처럼 들릴 수밖에 없죠. 관념에서 빠져나오면 풍수도 과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3가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경험에 바탕을 둔 보편성과 객관성, 재현성이 그것입니다. 다시 말해 언제 어디에서 관찰해도, 누가 관찰해도, 항상 같은 현상으로 기술되는 사실을 귀납적 방법으로 설명하면 풍수도 과학이 되는 것입니다.”
그는 “풍수는 천 년간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사람이 사는 자연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애매하고 모호한 것도 많지만 연구해보니 과학적인 근거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풍수가 천 년을 이어온 이유
그가 풍수를 연구한다면 모두 놀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이력을 보면 풍수와는 거리가 멀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7세에 영남대 공과대에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 현재 영남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겸 대학원 응용전자학과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공학자로서 다양한 업적을 쌓았다. 환경 계측 감시용 초전형 감열 및 가스센서를 개발하고, 지자기(수맥)와 관련한 국내외 특허만도 20여 건을 가졌다. 특히 2002년 세계 최초로 석유 및 지질조사 장비인 비시추·비접촉 지질 탐사기를 개발해 지질탐사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운명적으로’ 풍수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4년 풍수지리를 공부한 대학원 학생과 인연을 맺으면서다.
“풍수지리가 2명이 우리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풍수를 연구하는 데는 지질조사가 중요합니다. 지질조사를 할 때 응용전자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저더러 논문 지도를 해달라고 하더군요. 손사래를 쳤죠. 풍수라면 그땐 속된 말로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저도 끈질겼지만 제자들은 더 끈질겼죠. 그래서 어디 한 번 나를 믿게 만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풍수를 학문적으로 접근하려면 근거와 논리를 갖춰야 한다면서 데이터를 정리해보라고 요구했습니다. 해오더라고요. 놀랍고 신기해서 제가 두 손 들었습니다.(웃음)”
그들은 전국 수천 기의 묏자리를 찾아 입지를 분석하고 족보를 찾아 묘소 주인의 후손 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는 신기했다. 경사가 심한 산비탈이나 산꼭대기에 쓴 묘소 주인의 후손 수가 급감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를 보고 그는 자신이 주도해서 연구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