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호

창사 이래 최대 실적 올린 대우건설 박세흠 사장

“대우건설, 미래가치 따져보면 비싸게 팔린 게 아니죠”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입력2006-09-11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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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공능력, 주택공급, 매출에서 업계 1위 등극
    • 초유의 구조조정 때도 연구원은 안 내보내
    • 30년간 건평 27평 주택에서 산 CEO
    • “경치 좋은 집은 氣가 빠져나간다”
    • “건산법 개정안은 ‘뇌물 주고 발설 말라는 법’”
    • 20년 근무자가 실수 감추면 30년 근무자 노하우가 썩는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 올린 대우건설 박세흠 사장
    대우건설이 창사 33년 만인 올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올랐다.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업계 1위다. 주택공급에선 6년째 1위. 지난해엔 수주 8조2000억원, 매출 5조700억원, 영업이익 4315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불과 7년 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분리돼 워크아웃 기업으로 전락한 기업이 어려움을 거뜬하게 이겨내고 다시 부상한 것이다.

    금호그룹이 실제 기업가치보다 높은 가격이라는 논란에도 대우건설을 6조6000억원에 사겠다고 나서 낙찰한 데는 이런 사정이 있다. 입찰 초기만 해도 3조원대가 거론됐지만 결국 그 두 배가 넘는 가격으로 팔린 것이다.

    인구 줄어도 주택사업은 성장

    박세흠(朴世欽·57) 대우건설 사장이 2003년 12월 대표이사에 취임할 당시 이 회사 주가는 1주당 5500원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1만7000원을 호가한다. 박 사장은 집값 잡기에 올인한 정부의 주택정책으로 건설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오히려 최대의 실적을 일궈냈다. 사장 취임 직후 ‘혼자 깨끗한 척한다’며 노조로부터 배척당했지만 그들과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건설업계의 관행을 바꾸자”고 설득한 리더십은 실적으로 증명됐다.

    2006-09-11 시공능력에서 업계 1위에 오른 것을 축하합니다. 주택공급 부문에선 벌써 6년째 1위라고 하더군요. 박 사장께서도 당연히 대우 푸르지오에 사시겠죠?



    “아, 그게…허허. 사실은 그러지 못하고 일반 주택에서 삽니다. 30년 전 집사람 직장 때문에 서울 연신내에서 살게 됐는데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단칸방에서 시작했는데, 돈 벌어서 거기에다 땅 사고, 집까지 지었어요. 대지는 80평쯤 되지만, 건평은 27평밖에 안 돼요.”

    ▼ 대우 푸르지오에 살면 뭐가 좋습니까.

    “직접 살아보고 이야기해야 하는데…(웃음). 하지만 건축을 공부했고 현장에도 오래 있었으니까 뭐가 좋은지, 어떻게 하면 거주자들이 편안해할지는 잘 알죠. 우리네 옛날 집을 보면 들어가는 입구부터 편안함을 줍니다. 아파트도 그래야 하죠. 그래서 아파트 단지 근처에만 가도 내 집에 다 왔구나 하는 아늑함을 갖도록 하는 게 푸르지오의 특징입니다.

    또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을 때 가족을 보는 공간이 편안하고 화사하게 다가가도록 해야 해요. 집이 커도 방 배치를 잘 하면 서로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친밀하게 느껴지게 할 수 있습니다. 자재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가령 천장엔 검소한 자재를 쓰지만, 욕실이나 주방에는 깨끗하고 튼튼하다고 느낄 만한 좋은 자재를 씁니다.”

    토지 사용권화, 안 될 것 없다

    ▼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데 아파트 사업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라이프스타일도 유행을 탑니다. 예전엔 부엌에 문이 있었지만, 요즘은 없잖아요. 이렇듯 집이 계속 달라지고 있어요. 콘크리트의 라이프사이클과 유행의 라이프사이클은 같이 움직일 수 없어요. 이 차이가 집을 새로 짓고 싶은 욕구를 낳는 겁니다. 인구가 줄어도 스타일은 바뀌니까, 아파트 사업은 계속 성장할 거예요. 성장한다는 건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잖아요.”

    ▼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때 건설업체에 원가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는데.

    “건물 가격만 놓고 보면 10년 전과 다르지 않아요. 10년 전에도 평당 180만원에 지었고, 지금도 비슷합니다. 아무리 좋은 자재를 쓴다고 해도 평당 280만원이면 집 짓습니다.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건축비는 오른 게 아니에요.

    그러나 땅값은 많이 올랐죠. 집값이 올라갔다면 그건 땅값이 올라간 겁니다. 주택정책은 택지정책이에요. 땅을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도로 하나 개통하는 데 10년이 걸리는 일이 허다합니다. 토지수용에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가서 그래요. 이런 점에서 땅 문제를 지금부터 풀어야 합니다.”

    ▼ 그러면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저는 다소 과격한 의견을 갖고 있어요. 땅 소유를 사용권 개념으로 바꾸면 됩니다. 국유화해서 국가가 빌려주는 거죠. 방법은 있다고 봅니다. 지금 땅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사용권을 주고, 이를 상속할 때는 땅으로만 세금을 내도록 합니다. 그럼 정부가 매입할 필요가 없어요. 이렇게 후대에 두세 번 상속이 이뤄지면 100년 뒤에는 자연스럽게 국유화가 됩니다.”

    ▼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봅니까.

    “왜 안 되는지 오히려 묻고 싶어요.”

    ▼ 건설업계의 공통된 의견입니까.

    “개인적인 아이디어지만, 지금의 소유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땅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봐야 합니다. 사실 땅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 얼마나 큽니까. 서울 인근에 공장 짓게 해달라는 사업가들이 겉으로는 물류비용 절약하고 수도권에 사는 유능한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아요. 나중에 공장 이전할 때 땅만 팔아도 돈이 된다는 걸 아는 거죠. 그래서 공장주가 일에는 신경 쓰지 않고, 땅값에만 정신을 파는 겁니다. 이걸 막아야죠.”

    古宅의 미학

    ▼ 요즘은 부부와 아이 한 명이 살기엔 30평형대 아파트가 좋다며, 대형보다 중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던데요. 아파트 가격 전망은 어떻습니까.

    “동의해요. 큰 집에 가면 왠지 휑뎅그렁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집이 지나치게 크면 기(氣)가 빠져나갑니다. 경치 좋은 집을 찾아다니면서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사는데, 그런 집을 살 때는 오히려 값을 깎아야 합니다. 과거엔 집을 지을 때 주변 경치가 좋으면 나무로 다 막았어요. 아늑한 것을 으뜸으로 쳤죠. 고택(古宅)에 가보세요. 다 그렇게 했어요. 경치를 보고 싶으면 바깥에 정자를 지었지요.”

    ▼ 대학(서울대)에서 공업교육학을 전공했는데, 1976년 대우건설에 입사하셨더군요.

    “대학에서 건축 교사가 되기 위한 수업을 들었어요. 졸업하고 성동공고에 발령을 받았는데, 며칠 다니다가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민간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양해를 구했어요. 아버지도 교사셨고 해서 저는 다른 직업을 갖고 싶었거든요. 첫 직장이 삼환기업이었는데, 입사하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했어요.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게 싫어서 신생회사이던 대우건설로 옮겼죠. 거기선 국내 영업만 할 줄 알았는데, 다시 해외로 나가 꼬박 14년을 외국에서 근무했어요. 팔자인가 봐요.”

    ▼ 대우건설 근무만 올해로 30년째인데, 그간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해외진출에 관해선 제가 국내 1등이라고 자부합니다. 내가 처음으로 개척한 해외시장이 많아요. 리비아, 수단, 동남아가 그렇죠. 1977년 리비아에 진출할 때가 생각나는데요. 적성(敵性)국가여서 그런지 리비아 의과대학 건설 입찰공고가 떴는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제가 나섰죠. 한번 해보자고. 다들 표정이 마뜩찮아요. 그래도 놀고 있는 것보다 낫다고 하며 입찰서부터 사자고 했어요. 경험이라도 쌓자는 게 말이 되잖아요. 미동도 하지 않던 사람들의 마음이 슬슬 내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막상 입찰서를 사오니까 다들 신기해하더군요. 한발 더 나아갔죠. 제시한 프로젝트에 구미가 당기지 않냐고 했더니 엔지니어들이 눈을 반짝여요. 그렇다면 견적을 내보자고 했어요. 또 내 쪽으로 조금 끌어당겼죠. 견적을 내자면 해외 출장을 가야 하고, 시장조사도 해야 한다고 우겼어요. 여기까지는 잘 왔는데, 막판에 경영진에서 막았어요.”

    창사 이래 최대 실적 올린 대우건설 박세흠 사장

    예멘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박세흠 사장(가운데).

    ▼ 왜 리비아를 선택한 겁니까.

    “당시엔 건설부가 업체들더러 입찰해라, 마라 하는 권한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선발업체들끼리 건설부를 앞세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우린 후발업체니까 사우디 같은 좋은 지역에는 입찰도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갈 곳이 리비아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우리 회사 경영진이 적성국가에서 일하다가 쫓겨나면 공사대금은 어떻게 받아내겠냐며 입찰을 막는 겁니다.

    대우그룹 팽창의 종자돈

    그래서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밤에 몰래 로이드 보험사에 텔렉스를 쳤어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할 때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이 있는지 물었죠. 다음날 로이드에서 텔렉스를 보내왔는데, 그런 보험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말단사원인 제가 용감하게도 경영진에게 ‘공사대금을 받을 방법이 있다’며 로이드에서 온 전문을 보여줬죠. 더는 반대할 명분이 없으니까, 제 의견대로 입찰에 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친구가 한번 해보겠다고 하니 사장님이 그냥 들어준 것 같아요.”

    ▼ 리비아 사업이 첫 해외 진출이라면 그룹 차원에서도 의미가 컸겠습니다.

    “리비아 건설로 벌어들인 자금이 100억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대우그룹이 막 팽창할 때 종자돈이 됐어요. 대우자동차, 대우조선 살 때 요긴하게 썼죠. 사실 대우그룹이 리비아와 자금 거래를 하면서 국제금융을 배웠어요. 런던에서 자금을 관리하던 BFC라는 곳이 처음엔 리비아에서 번 자금을 관리하는 곳이었어요. 외국과 거래할 때 모두 여기서 처리했죠.”

    ▼ 해외에서 근무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한국의 힘’을 체험한 것 같더군요.

    “격세지감(隔世之感)이죠. 제가 말레이시아에서 일할 때만 해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였고, 말레이시아는 2300달러였어요. 그때 말레이시아 국방부 건물을 지었는데, 클레임이 들어왔어요. 공사대금 중 300만달러는 받았는데, 잔금 60만달러는 못 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국방부 차관을 찾아가 ‘당신네 나라는 우리보다 부자가 아니냐? 우리처럼 가난한 나라에서 어렵게 번 돈을 가져가겠다는 거냐’고 따졌어요. 결국 절반인 30만달러를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말레이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에 머물러 있는 데 비해 우린 2만달러를 향해 가고 있어요. 우리 위상이 꽤 높아졌지요.”

    ‘봄은 다시 온다’

    ▼ 아무래도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될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을 것 같습니다. 박 사장께서 상무로 승진한 직후였는데요.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할 때였어요.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어했는데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니까, 딸이 외국에 가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가족회의를 열었죠. ‘지금껏 과외수업도 한번 못 시켰으니 네겐 외국에서 공부할 자격이 있다’고 격려했어요. 비장한 심정이었죠.

    말은 그렇게 하고 마음도 정리했지만, 정말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떻게 일했는데, 그 뜨거운 데서도 꾹 참았는데…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저는 구조조정 명단에서 빠졌어요. 그게 더 가슴 아팠죠. 한참 아이들 키워야 할 가장이 많이 나갔어요. 누군 나가라, 누군 남아라 하는 것은 정말 참담한 일이에요. 회사가 망했다는 것은 추상적인 일이지만 누구는 나가라고 하는 것은 구체적인 현실이에요. 그보다 견디기 힘든 일은 없을 겁니다.”

    ▼ 2004년 초 남상국 사장의 자살 소식도 큰 충격이었을 텐데요.

    “유가족이나 임직원 모두에게 너무나 가슴아픈 일이었습니다. 직원들에게는 ‘봄은 다시 온다’고 편지를 써서 동요하는 것을 막았어요. 고인의 명예가 더 이상 더렵혀지지 않고, 유가족도 평안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 건설업은 고용이나 국민경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인데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듯합니다. 정치권과 얽힌 비리, 비자금 등의 문제가 잇따라 터져 나왔기 때문인데요. 요즘 건설업계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건산법(건설산업기본법)이 개정된 게 가장 안타까워요.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 금품수수 행위가 있으면 해당 기업에 영업정지조치를 내린다는 조항이 들어갔어요. 건설현장만 덮치면 뭔가 나오는 게 있다고들 생각하니, 업계에선 억울해도 말도 못 했죠. 정말 부끄러운 일이에요. 직원들에겐 절대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당부했고요. 빠른 시간 내에 이 조항을 삭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어요.

    어느 산업의 관련법에도 이런 조항은 없어요. 사실 이건 이중처벌이에요. 뇌물을 줬으면 형법 등으로 처벌하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영업정지까지 시킨다는 것은 그대로 회사 문 닫으라는 얘기죠. 물론 이런 수모를 당할 만큼 과거에 건설업계가 잘못한 겁니다. 처음엔 화가 나서 국회의원들에게 따지기도 했어요. 이건 뇌물 주지 말라는 법이 아니라, ‘뇌물 주고 말하지 말라’는 법이라고요. 뇌물 준 건설업체를 문 닫게 한다니, 그럼 국회의원이 돈 받았으면, 국회도 문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죠.

    “콘크리트는 잘 치는데…”

    제가 2003년 말 사장에 임명될 때, 노조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혼자만 깨끗한 척하는 박세흠이를 사장에 앉히면 수주를 하지 못한다고 합디다. 박세흠은 콘크리트는 잘 칠 줄 알지만 영업은 못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로비 능력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그 말은 맞는데, 한 가지 틀린 게 있다고 했어요. 앞으로는 건설업계가 바뀐다, 과거의 영업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현장을 방문하면 직원들에게 수고한다고 성의라도 표해야 하고 경조사 때도 봉투를 내밀어야 하는데, 그걸 회사 돈으로 한다면 제 스스로 약속을 깨는 게 되잖아요. 그렇다고 사장이 말로만 ‘수고한다’고 할 수도 없고요. 현장에 가면 별의별 사람과 일이 많습니다. 그 돈이 어디서 납니까.

    그래서 대주주를 찾아가 월급을 올려달라고 했어요. 다만 예전에 받던 월급에서 한푼도 더 가져가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월급을 제하고 남는 돈으로 사장 노릇 하는 것이죠. 내가 실천하고, 대우건설이 실천하면 건설업계의 관행이 바뀔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해서 업계 1등도 하고, 이익도 많이 남겼으니 된 거죠.”

    ▼ 좀 밝은 얘기를 해보죠. 창업 33년 만에 시공능력평가로 업계 1위에 오르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비결이라면.

    “업계 1위를 정하는 네 가지 기준이 있어요. 다양한 공사를 해봤느냐는 실적, 회사의 경영상태, 기술력 활용 정도, 그리고 사회 공헌 등이에요. 그런데 실적이라는 게 딱 33년이 필요한 겁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에요. 경영성적도 좋았는데, 경쟁사와 1조원(수주 규모)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기술력은 대우건설이 1등이죠. 1997년 금융위기 때도 연구원을 내보낸 적은 없습니다. 사실상 대우건설은 관리직 빼고 모두 석·박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제가 직원들에게 ‘과거 한국 건설사(史)의 30년을 현대가 썼다면, 앞으로 30년은 대우건설이 쓸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 최근 유가 상승 등에 힘입어 중동 등 산유국으로부터 해외건설 발주가 많아지고 있다는데, 해외진출 전략은 어떻게 세워놓고 있습니까.

    “해외건설은 제가 국내 1인자라고 자부하지만, 그런 저도 세심하게 골라서 합니다. 프로젝트, 나라 모두 고르고 또 고릅니다. 최근에 이란 지사를 철수시켰어요. 이란에선 현대가 잘합니다. 잘하는 업체가 있는 곳에 갈 필요가 없어요.

    반면 나이지리아, 카타르 등은 우리에게 확실한 경쟁력이 있는 곳이죠. 해외 프로젝트라는 게 생각보다 이익이 남지 않아요. 국내에서 공사할 땐 5% 남는다고 예상하면 틀림없지만 해외는 달라요. 한 가지 변수라도 생기면 이익은커녕 손해 보기 일쑤죠. 그래서 국가별 상황, 진출 전략, 진출 업종 등을 정밀하게 가다듬어서 갈 겁니다. 확실하게 돈 되는 게 아니라면 안 나갑니다.”

    ‘적정 가격’은 없다

    ▼ 지난 1월 나이지리아 대우건설 현지법인에 테러범이 침입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이젠 해외 진출 때 테러 위험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최선의 예방책은 현지 주민에게 잘하는 거죠. 해외 출장 갈 때마다 직원들에게 부탁하는 게 현지 주민에게 친절하게 굴고 뭐든지 도와주라고 합니다.”

    ▼ 금호그룹이 6조6000억원을 써내 대우건설을 낙찰받았습니다. 너무 비싸게 산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습니다.

    “미래가치를 봤다면 결코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매입한 측이 이 가치를 지켜갈 수 있냐가 포인트인데, 대우건설 자체로는 미래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봅니다. 외부 회사가 들어온다면 시너지가 날 것인가 하는 걱정이 들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명쾌하게 결론냈어요. 금호가 60년 이상 그룹을 경영한 곳이고 건설업을 처음 하는 것도 아니니 잘할 것이라고요. 산 가격대로 미래가치를 지켜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대우건설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지향점은 확실합니다. 세계가 인정하는 1등이 돼야 합니다. 미국의 벡텔 같은 회사가 돼야죠. 세계 어디에서든 건설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의 대우건설을 떠올리게 해야죠.”

    ▼ 경기가 좋지 않아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많습니다. 위기를 극복한 경영인으로서 이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일을 하다보면 손해 볼 수도 있어요. 문제는 이걸 실무자가 감추는 겁니다. 가령 매출을 부풀리는 거죠. 20년 근무한 사람이 이렇듯 실수를 감추면 30년 근무한 사람이 그간의 노하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치는 거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운에 맡기는 경영은 지양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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