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이란게 있다면 연미주(25)는 16세기 대항해(大航海)시대 포르투갈의 말괄량이 아가씨였을 것 같다. 부모 몰래 인도로 향하는 배를 타고 거친 바다 사나이들과 갑판을 뛰어다니는 낙천주의 몽상가 말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 몰래 탤런트 오디션을 본 얘기, 혼자서 두 달 반 동안 인도를 여행한 얘기, 어릴 때부터 땅 욕심이 많아 부동산경매 자격증도 땄다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그는 SBS 드라마 ‘연인’에서 세련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여인으로 등장한다. ‘연인’은 그가 동아방송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뒤 뛰어든 데뷔작. 여행을 좋아해 이곳저곳 마음 끌리는 대로 다니다보니 연예계 데뷔가 늦어졌다. 그러나 “늦깎이긴 해도 전원주 선생님 나이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며 대단한 의욕을 드러냈다. 순종적인 눈빛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늘 도발을 꿈꾸는 열정의 음유시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