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의‘미다스의손’으로 통하는 노희영 롸이즈온 개발담당 이사는 레스토랑‘궁’‘호면당’‘마켓O’등의 기획을 담당했다.
“사람들은 레스토랑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해요. 식당은 미각뿐 아니라 시각, 후각 등 오감을 고려해야 하는 굉장히 예민한 사업이에요. 맛은 기본이고, 여기에 디자인이나 서비스 수준이 남다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서울 강남 일대에서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노희영 이사는 1989년 서울 청담동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바스타 파스타’를 열며 외식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1997년 문을 열며 퓨전 음식 붐을 주도한 국내 최초의 퓨전 레스토랑 ‘궁’ 역시 그의 작품. 2000년 이후 전문적인 레스토랑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오가닉 델리 ‘반’(2002), 최초의 오리엔탈 누들 바 ‘호면당’(2002), 웰빙 퓨전 레스토랑 ‘마켓O’(2003), 슬로 푸드 카페 ‘느리게 걷기’(2004) 등의 기획을 담당했다.
그가 오리온의 외식 계열사인 (주)롸이즈온의 개발담당이사를 맡은 2007년. 마켓O를 인수한 롸이즈온이 마켓O의 기획자였던 그를 CCO(Chief Concept Officer 콘셉트 이사)로 영입한 것.
“조직생활은 롸이즈온이 처음이에요. 이화경 사장(롸이즈온 대표이사)도 제가 얼마 못 버티고 그만둘 거라고 생각하셨대요. 그런데 아직까진 재미있어요(웃음). 저는 일을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재미없으면 절대로 못해요.”
노희영 이사의 이력은 꽤 독특하다. 1970년대 당시로서는 드물게 고교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간 그는 남가주대학(USC) 의예과를 졸업한 뒤 인턴 과정을 밟던 중 인생 경로를 바꿔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 입학했다. 그 후 패션 디자인에서 액세서리 디자인으로 한 번 더 전공을 바꾼 뒤 졸업한 그는 1990년대 말까지 국내 최초의 단추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액세서리 사업은 전국에 매장 20개를 열 만큼 잘됐지만 경영은 적성에 안 맞았어요. 액세서리 사업을 하며 앞만 보고 달렸고, 너무 지쳐 있었어요. 10년간 해오던 사업을 하루아침에 정리했죠. 차도 집도 모두 팔고 옮겼어요. 전부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요.”
그 뒤 2년쯤 한두 개 잡지에 글을 쓰는 것을 제외하고 “빈둥거리며 보냈다”는 그는 2001년 레스토랑 컨설팅을 비롯한 하이엔드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을 시작한다. 우연히 한 고급 레스토랑의 기획을 의뢰받은 후 레스토랑 컨설팅에서 ‘재미’를 찾았다고.
“내가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변덕스러움 덕분이에요. 한 가지 일, 한 사람과는 오래 못해요. 지루해서.”
그 변덕에는 맛과 취향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된다. “멀리서 서빙해오는 음식의 색과 향만으로도 맛을 가늠할 수 있다”는 그의 예민함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거란다.
“우리 가족은 먹는 것과 옷에 목숨 건 사람들이었어요. 특히 아버지는 미각이 너무나 예민해서 세제 냄새를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 매번 그릇을 삶아서 사용해야 했어요. 국도 간을 못하게 했죠. 모든 국을 곰국처럼 취향에 맞게 간을 맞춰야 했는데…. 당시엔 그런 아버지가 싫었는데 결국 닮아버렸어요(웃음).”
급변하는 트렌드를 읽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과 호텔은 무조건 가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는 비즈니스 출장으로 해외를 방문하는 중에도 매끼 다른 식사를 하고, 한 호텔에서 하루 이상 머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트렌드는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파도를 타야 해요. 트렌드를 읽기 위해선 직접 경험하는 것밖엔 달리 방법이 없어요. 그렇다고 돈이 많이 드는 건 아니에요. 저는 직원들에게 그래요. 매일 도시락 싸와서 먹더라도 한 달에 네 번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서비스를 경험해라. 서비스업에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 옷이나 여러 벌 사는 게 아니라 한 벌을 사더라도 디자이너 옷을 사라. 요리사들에게도 유명 패션지를 의무적으로 보라고 해요. 이번 시즌의 색, 룩이 뭔지 알고 좇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나중엔 그 흐름을 알아서 느끼게 되는 거죠.”
최근 노희경 이사가 기획 개발한 마켓 O의 웰빙과자. ‘0% 합성첨가물’‘요리하는 과자’라는 켄셉트가 특징이다.
“유기농 과자, 하이엔드 과자라는 게 회사 입장에선 모험이죠. 하지만 전 자신이 있어요. 문화라는 건 원래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마련이고, 하이엔드 마케팅 경험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과자에도 조만간 적용될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