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컬 제작자 가운데 가장 어린 축에 드는 신춘수 대표는 여러 ‘대박’ 공연을 올리며 뮤지컬계의 대부로 떠올랐다.
그는 풋내기 청년 같은 외모와 달리 명실상부한 스타 프로듀서다.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등 대형 뮤지컬을 잇따라 성공시켰고 8월9일 막을 내린 ‘드림걸즈’를 통해 브로드웨이에도 ‘Mr.Shin’을 알렸다.
‘드림걸즈’는 신 대표가 판권을 사들이고 미국 유명 뮤지컬 프로듀서 존 브릴리오를 영입해 공동제작한 작품. 서울에서 첫 공연을 했다. 결과는 ‘대박’. 5개월 넘는 공연 기간에 15만명 이상이 극장을 찾았다. 경기 침체, 환율 상승, 낮은 지명도 등 여러 악재를 딛고 이룬 성과다.
신 대표는 “제작비만 96억원이 들어간 대형 프로젝트다. 작품 준비하는 내내 뮤지컬계에 ‘오디가 곧 망한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나도 내심 20억~30억원가량 손해는 수업료로 감수하자고 각오했는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기쁘고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가 치르려던 ‘수업료’는 한국 프러덕션의 해외 진출을 위한 기회비용이다. ‘드림걸즈’는 제작 단계부터 철저하게 세계무대를 목표로 삼았다. 브로드웨이 일류 스태프로 팀을 구성하고, 한국과 미국 공연을 동시에 준비했다. 11월이면 그가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이 작품이 뉴욕 아폴로시어터 무대에 오른다.미국 전역 순회공연에 이어 2011년 여름 브로드웨이 입성도 예정돼 있다. 현지 배우 캐스팅과 극장 대관은 이미 마쳤다. 그는 “서울 공연을 통해 미국식 제작환경을 체험하고, 일류 스태프들의 작업 노하우도 생생하게 익혔다. 이들과 함께 할 미국 공연이 더 기대된다”고 했다.
2001년 ‘open the door’의 이니셜을 딴 ‘오디’뮤지컬컴퍼니를 차리며 뮤지컬 제작에 뛰어든 신 대표는 뮤지컬계에서 늘 새로운 길을 열어왔다. ‘리틀 샵 오브 호러스’ ‘어쌔신’ 같은 스릴러 뮤지컬을 처음 소개했고, 인기 탤런트 김석훈, 조승우를 ‘킹 앤 아이’ ‘지킬 앤 하이드’ 등에 캐스팅해 뮤지컬 관객층을 넓혔다. 국내 뮤지컬 제작자 가운데 가장 어린 축에 드는 그는 지난 3년간 매출 250억원을 올렸다. 신 대표는 이런 성공에 대해 “늘 새로운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했다.
그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향후 3년 안에 세계인이 사랑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단다. ‘드림걸즈’는 198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한동안 잊혔던 뮤지컬의 판권을 사들여 재각색한 작품. 이젠 명실상부한 ‘메이드 바이 신춘수’로 세계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이다. 창작 뮤지컬을 활성화하고 싶은 꿈도 있다. 그는 “한국 뮤지컬 수준을 높이려면 실력 있는 스태프가 많이 나와야 한다. 작가, 작곡가, 연출가를 키우려면 창작 뮤지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한 그가 스무 살부터 간직해온 꿈도 있다.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다. 내년 감독 데뷔를 목표로 조만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 계획이라고 하는 그는 ‘드림 보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