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의 경쟁대상은 축구
‘대한민국의 국기’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세계적 스포츠로 도약했다. 이제 태권도는 ‘제2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게 조 총재의 생각이다.
▼ 선거에서 승리한 직접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8월13일 태권도가 2016년 런던올림픽 종목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결정됐어요. 이것이 선거 승리의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향후 4년은 태권도의 중요한 전환기입니다.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 선거 때 흑색선전이 난무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태권도와 WTF는 이제 한국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졌어요. 선거가 과열됐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나돈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선거를 직접 참관하는 등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봐요.”
▼ 얼마 전 페루에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렸는데요. 역대 대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142개국에서 무려 928명의 선수가 참가했습니다. 역대 최대규모죠.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전자호구(護具)가 도입됐어요. 판정에 이의가 있을 때 즉석에서 비디오판독을 하는 제도도 시행했고요. 공정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평점 85점)가 나왔습니다.”
페루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경기장 크기를 기존 10×10m에서 8×8m로 줄였다. 점수도 단순공격 1점, 기술공격 2점, 머리공격 3점으로 다양화했다. 조 총재는 “태권도 경기의 스피드, 박진감이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스티븐 로페즈는 최초의 5연패 달성으로 스타가 됐다. 한국, 터키, 멕시코, 이탈리아에 생중계되는 등 방송권 판매수익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WTF에는 189개국이 가입돼 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선 64개국이 태권도 종목에 출전해 22개국이 메달을 획득했다. 그만큼 각국의 태권도 실력이 평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WTF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태권도를 즐기는 인구는 약 7000만명. 단일 스포츠 종목으로는 축구 다음으로 많은 수라고 한다.
올해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부터 도입된 전자호구제
“잘못된 선입관이죠. 태권도는 올림픽 격투기 종목 중 관중 동원 능력에서 1위입니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4일간 6000석 전 좌석이 매진됐어요. 유도의 관중 수는 태권도의 3분의 2 수준이었죠.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영원히 남도록 노력할 겁니다.”
▼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로서 태권도의 위상은 어떤가요. 중국의 쿵푸, 일본의 유도나 가라테, 서양의 권투와 비교한다면….
“태권도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유도 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복싱은 선수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죠. 그러나 태권도 인구는 미주, 유럽, 아시아는 물론 이슬람권, 아프리카에서도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란의 경우 태권도 도장이 3650개, 태권도 인구가 180만명에 달합니다. 인구 56만명의 부탄에서 태권도 인구는 1만6000여 명이에요.”
“농구학과는 왜 안 만드나”
즉석 비디오 판독제
“태권도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신체를 만들어줍니다. 또 훌륭한 자기방어 수단입니다. 무예의 과정이 아름답습니다. 도량과 품격을 갖춘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해줍니다. 한민족의 얼이 깃든 고유문화이면서 이처럼 인간의 심신을 고양하는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 K1과 같은 프로격투기대회가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데요. 약간 엉뚱한 질문 같지만, 태권도는 향후 K1과도 경쟁이 될까요?
“엉뚱한 질문이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 연맹이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프로 대회 육성에 힘쓰고 있으니까요. K1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는 것을 용인하죠. 태권도는 선수 보호를 우선하므로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K1에서는 보기 힘든 화려한 발차기의 묘미를 태권도에선 만끽할 수 있죠.”
WTF는 주요 태권도대회 챔피언들이 상금을 놓고 정면승부를 벌이는 ‘월드 태권도 투어’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태권도가 흥행성을 갖춘 프로 스포츠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조 총재는 1970년대 미국, 유럽 유학 시절 현지인들이 “차렷” “경례” 등 한국어 구호를 외치며 태권도를 열심히 배우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경희대 기획실장 재임 때인 1983년 국내 4년제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태권도학과를 창설했다. “농구학과는 왜 안 만드느냐”는 비아냥이 있었지만 “태권도가 곧 대한민국의 정신이고 세계관”이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밀어붙였다고 한다. 이후 이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어 현재는 태권도학과나 태권도 전공을 두는 대학이 70여 개로 늘었다. 석·박사 과정도 잇따라 개설됐다.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도 태권도를 정식 교과목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생겨나고 있다.
태권도 공연을 관광상품으로
최근 한국의 태권도시범단은 스웨덴, 노르웨이에서 품세, 격파 시범 등을 공연해 폭발적인 반응을 불렀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난타공연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서울에서 태권도 공연이 상설화한다면 좋은 관광상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물어봤다. 조 총재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연맹도 노력하고 있다. 태권도는 국가브랜드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태권도 공연을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문화관광 상품으로 상설화하는 방안은 실제로 태권도 단체에서 전용 공연장 확보에 나서는 등 구체화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조 총재는 “태권도를 즐기는 세계인 중에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주요 국제 대회만 30여 개에 달합니다. 11월엔 이집트 카이로에서 ‘세계 태권도품세 선수권대회’가 열리죠. 태권도는 한국인이 세계에 보낸 선물이자 한국의 긍지입니다. 우리는 태권도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합니다.”
그는 “태권도가 7000만 세계인의 스포츠에서 7억 세계인의 스포츠로 도약하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