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건 쉽게 들을 수 있는 양악과 달리 국악을 접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화려한 콘서트홀 대신 가정집에서 국악 공연을 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가까이서 국악을 체험하면 그만큼 더 깊은 감흥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41평형 아파트 거실에서 펼쳐지는 국악 공연에는 매회 40~50명의 주민이 찾는다. 콘서트를 열기 전 보름 동안 공연 공지문을 엘리베이터 입구에 붙여두면 참석 여부를 알리는 주민의 자발적인 댓글이 달린다. 공지문에는 “슬리퍼 신고 놀러오세요”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관객도 이에 부응해 집에서 입던 편한 옷과 슬리퍼 차림으로 공연장을 찾는다. 주민을 살피는 집주인의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 원장은 공연 때마다 이웃에게 차를 대접하고 망가져도 상관없는 여분의 악기를 갖다놓는다. 주민이 직접 만지고 튕기며 국악을 체험하게 하기 위해서다.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거워요. 공연을 본 분들은 하나같이 국악 예찬론자가 되더라고요. 하우스 콘서트 덕에 아파트값이 올랐다는 둥,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둥 덕담도 많이 해주세요. 거실 크기를 감안해 같은 동에 사는 한두 라인 주민만 초대했더니 다른 동에서 공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어요. 하지만 야외 공연은 장소가 따로 필요할 뿐 아니라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 아직 무리예요. 대신 비정기적으로 열던 국악 하우스 콘서트를 두 달에 한 번씩 열 계획이에요.”
공연을 통해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는 그는 “국악 하우스 콘서트가 전국 곳곳에서 열려 설자리를 잃어가는 우리 전통음악의 저변 확대와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구심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또 “많은 국악 전공자가 일자리가 없어 아까운 재능을 썩히고 있다”며 “뜻있는 국악인들을 모아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