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교수는 일본 규슈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 와세다대 재학 중이던 1972년 한국을 첫 방문한 뒤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한국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1998년 재일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그는 2009년 펴낸 에세이집 ‘고민하는 힘’이 일본에서 100만 부 이상 팔렸을 정도로 매우 영향력 있는 지식인이다. 강 교수는 일본어로 인터뷰에 응했지만, ‘우리나라’ ‘남·북한’ ‘독도’ 등 특정 단어를 말할 때는 한국어를 썼다.
한국인이면서 일본인인 존재. 그는 젊은 시절 “나는 일본인인가, 한국인인가, 아무것도 아닌가”라는 문제로 끝없이 고민했다. 그의 아들은 “왜 태어난 것인가? 왜 살아야만 하는가? 인생의 의미는 있는가?”를 수없이 되묻다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 그리고 얼마 뒤, 수만 명이 죽음을 맞은 동일본 대지진 현장을 방문한 강 교수는 참혹한 비극 위에 두 발을 딛고 서서 “이토록 ‘납을 삼키는 듯한 고통과 슬픔’을 겪으면서도 사람은 끝내 살아야 하는가”를 물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강 교수는 “행복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며 목적으로 추구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과거의 축적만이 인생이다. 그 과거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즉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태도의 결과가 곧 행복이라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그가 그리는 미래는 낙관적이지 않다. 심지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부드러운 제노사이드(genocide)’라고도 했다. 청년실업, 계층 간 격차, 고용불안은 세계적인 현상이고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심각한 문제다. 강 교수는 이 모든 문제를 지적한 뒤 “그럼에도 살아나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생에 대해 ‘예스’라고 응답하자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얘기입니다. 그런 삶이 쌓여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