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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 고건, 때를 기다리며 바람을 낚다

“나는 아직 나를 해금하지 않았다”

강태공 고건, 때를 기다리며 바람을 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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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무렵이 되자 한두 사람씩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 전 총리도 앞서 나갔다. 기자는 뒤따라 일어서려는 김 전 의장을 잠시 붙잡았다. 오랜 기간 고 전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봐온 김 전 의장이 고 전 총리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 듯싶었다.

-고 전 총리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데요, ‘고건 신드롬’ ‘고건 현상’이라고도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난다고 생각하시는지.

“정권이 너무 왼편으로 가서 중도 쪽으로 오려는 분위기에서 나온 이야기 아닌가. 나는 그렇게 봐. 너무 왼쪽으로 갔기 때문에, 제자리에 옮겨놓으려는 민심의 방향이라고. 국민이 고 총리를 거기에 가장 적임자로 보는 것 같아. 너무 오른쪽도 아니고, 왼쪽도 아니니까.”

-여러 면에서 선배신데, 고 전 총리께 조언을 한다면.

“가만히 있어라. 잠자코 있어라.”



-때를 기다리라는 말씀입니까.

“그 말도 되지만, 미리 두각을 나타내는 게 좋은 일이 아니거든. 우리나라 정치가 작은 배처럼 너무 호들갑을 떠니까, 거기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지.”

-나라가 어려운데 언제까지 침묵만 지키는 건 조금 무책임한 것 아닐까요.

“힘쓸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지. 공자 말씀에 그 자리에 없으면 뭐라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말이 있어.”

-고 전 총리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최고 수준의 관리지. 청렴하고, 인간이 됐지.”

-행정과 정치는 많은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많이 다르지. 정치는 떼거리가 있어야 돼. 말하자면 세(勢)가 있어야지, 그게 없으면 정치를 할 수 없어.”

-그렇다면 고 전 총리는 정치하기 어렵겠네요. 세가 없으니까.

“또 모르지. 바람이 있으니까.”

-그렇다면 그 바람을 기다리시는 건가요.

“나는 모르겠어. 본인한테 직접 물어봐.”

최근 고 전 총리는 확실히 국민적 신망과 더불어 ‘바람’을 잡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연일 고 전 총리와 관련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고 전 총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기사거리다. 어디에서 뭘 먹고 마시며 어떤 책을 읽는지, 하루 일상은 어떤지 등. 본인도 굳이 이를 숨기려 하지 않는다. 동숭 포럼 회원들과 다녀온 낚시 사진을 선뜻 허락한 것만 봐도 그렇다.

2002년 12월 대선이 치러진지 2년 남짓 지났다. 다음 대선까지는 지나온 날보다 남은 날이 더 많다. ‘고건 신드롬’ 또는 ‘고건 현상’으로 불리는 이 바람이 현실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고건은 개싸움 하기 싫어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고 전 총리와 함께 참여정부를 이끌던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은 고 전 총리의 성격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국민이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권위주의와 제왕적 대통령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노 정부는 탈권위에는 성공했는데 뭔가 불안하고 효율성도 떨어지는 것처럼 비치고 있거든.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그에 대한 반발심리가 안정감과 행정적 효율성을 찾게 만드는데, 그 두 가지를 보완하는 상(像)으로 고 전 총리만한 인물이 없죠. 고 전 총리는 도덕성을 겸비한 개혁적인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이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으니 노 정권과 적이 아니면서 불안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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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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