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곶과 용호도의 내·외항 전경. 붉은색 네모부분을 각각 확대한 것이 오른쪽과 뒤페이지의 정밀사진이다.
당시 국방부는, 2002년 6월29일 우리 해군 고속정 357호를 기습 공격해 서해교전을 촉발시킨 북한 경비정 등산곶 684호가 우리 해군의 거센 반격에 반파(半破)되어 사곶기지에 예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브리핑에 따르면 684호는 우리측 고속정 5척과 초계함 2척으로부터 500발에 가까운 20mm 발칸포와 40mm·76mm 함포사격에 명중 당해 심각하게 파손됐다. 귀환 직후에는 30여명을 수송할 수 있는 대형 헬기가 사곶기지를 출발해 평양 순안비행장으로 이동했다는 첩보가 입수되기도 했다. 전사 4명, 부상 19명, 실종 1명이라는 우리측 피해 못지않게 북한측도 큰 피해를 보았음을 알 수 있다.
‘신동아’는, 미국의 인공위성회사 디지털글로브사(社)가 교전 직후인 2002년 7월11일 사곶을 비롯한 인근 기지 및 이 지역 해안 일대를 정밀 촬영한 위성사진들을 샅샅이 판독했다. 그 결과 파손이 확인되는 배는 사진?의 붉은 원 안에 있는 경비정뿐이어서 684호를 특정할 수 있었다. 교전으로 인한 파손을 제외하고는 이처럼 심각한 손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위성사진만으로 정확한 선번(船番)이나 구체적인 피해상황을 판독하기는 어렵지만 684호에 장착돼 있던 85mm 주포는 피격으로 파괴되었음을 알 수 있다. 교전 후 12일이 지나도록 반파된 배를 외항에 그대로 정박해둔 것은 전대원들의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한 조치로 추측된다.
등산곶 684호는 1999년 6월 연평해전에서도 우리측의 반격을 받고 반파된 적이 있으며, 이후 사곶기지에서 85mm 주포를 장착하는 등 개조수리를 받고 ‘설욕전’을 노리다 서해교전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684호는 서해교전 이후에도 다시 수리를 받고 2004년 7월 이른바 ‘보고누락 파문’ 때 또다시 NLL을 넘어와 우리 군을 긴장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