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정확히 인식하기 위해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짚어보자.먼저 살펴볼 것은 부시 1기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다. 주지하다시피 부시 1기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초기인 2001년 9월, 전대미문의 9·11 테러사건 이후 자연히 반테러·반확산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후 부시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해 탈레반 정권과 후세인 정권을 전복하고 양국을 점령했지만, 아직도 9·11 테러를 감행한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침공의 구실로 삼은 대량살상무기도 찾아내지 못했다. 더욱이 현재 이라크의 상황은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렀음에도 혼란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은 전세계적으로 비판과 반대를 불러일으켰다. 전통적인 우방인 영국을 제외한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러시아, 중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는 반테러·반확산을 구실 삼아 선제공격을 감행하고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등 미국이 구사하는 ‘힘에 의한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에 반대하고 나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러한 첫 임기의 유산을 바탕으로 지난 1월20일 두 번째 대통령 취임식을 치르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총론은 강화, 접근법은 다소 유연화
그렇다면 2기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는 무엇인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인준청문회, 부시 대통령의 취임연설과 2005년도 시정연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한마디로 ‘폭정’과 ‘압제’ 및 ‘공포’에 대항하고 이들을 종식시키기 위한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이 지금까지 드러난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1월18일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청문회 모두발언을 보면, 그는 미국 외교정책의 기본과제로 ‘폭정 및 테러와의 투쟁’과 ‘자유와 번영의 확보’를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3대 외교과업을 내놓았다. 첫째는 공통의 가치와 법의 통치에 기반을 둔 국제체제를 건설하는 데 있어 민주진영의 단결, 둘째는 공통의 안보위협에 대한 투쟁, 테러를 낳는 절망적인 상황의 완화를 위한 민주진영의 강화, 셋째는 전세계에 걸친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이 그것이다.
그러나 라이스는 국무장관 지명자답게 ‘지금은 외교의 시대’라는 점을 빼놓지 않고 강조했다. 이라크 침공으로 인해 군사·외교적으로 수렁에 빠져 있는 미국이 또다시 군사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인 듯했다.
부시 대통령은 1월20일 취임연설에서 “전세계를 통해 폭정과 무법자 정권을 종식시키고 자유를 확장하는 것이 미국의 가장 핵심적인 이익이자 가장 깊은 신념이며, 이를 위해 미국은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자유가 없이는 정의도 인권도 없으며, 세계 각국 국민이 자신의 자유를 위해 폭정과 압정에 맞서 일어선다면 미국이 그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천명이다. 그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자유의 확장’을 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또한 “폭정을 끝장내고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는 무력을 사용하겠”지만, “무력사용 이전에 각국 국민은 스스로 자유를 선택하고 수호해야 하며, 법의 통치 등을 통해 이를 지속시켜야 하고, 각국은 각기 관습과 전통이 다른 만큼 미국은 그들의 정부형태를 강제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이러한 내용은 2월2일 발표된 2005년도 시정연설에서도 반복하고 있다. 부시 자신의 1기 대외정책, 즉 힘을 바탕으로 한 일방주의적 정책에 대한 전세계의 극심한 비판을 염두에 둔 유화적인 표현으로 보인다.
종교적 지도이념으로서의 ‘자유’
부시 대통령은 이 시정연설에서 취임연설을 통해 밝힌 ‘자유’라는 ‘지도 이상(guiding ideal)’을 국내외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특히 ‘공포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fear)’를 강조하면서 ‘폭정과 테러의 등장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인간 자유의 힘이며, 미국은 전세계에서 민주주의를 돕고 폭정을 종식시키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중동 평화를 방해하기 위해 테러를 지원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는 국가로 시리아와 이란을 지목했다. 특히 이란에 대해서는 농축우라늄 프로그램과 플루토늄 재처리, 테러지원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며, 이란 국민이 자유를 위해 봉기하면 미국이 그들과 함께할 것임을 선언했다.
2기 부시 행정부는 여전히 ‘선악’이라는 종교적 개념을 외교안보정책의 기초로 사용하고 있으며, 국제정치에서 공통의 이익뿐 아니라 ‘자유’라는 가치의 공유를 중시하고 있다. 1월 말 실시된 이라크 제헌 임시국회 총선에서 투표율이 60%에 달하자 부시 대통령은 이를 ‘민주주의 확산의 대성공’으로 평가하고 최근 볼 수 없던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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