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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제공자’ 박인회 가석방 직후 10시간 독점 인터뷰

“삼성은 나를 미행했고, MBC는 나를 이용하고 버렸다”

‘X-파일 제공자’ 박인회 가석방 직후 10시간 독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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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량의 X-파일 수사기록 입수

박씨는 8월17일 밤 지인을 만났다. ‘신동아’는 그를 통해 박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박씨는 “한국에서 겪은 X-파일 사건이므로 한국을 떠나기 전에 말하고 싶다”며 응했다.

다음날 그는 기자에게 약속시간과 장소를 일러줬다. 저녁 무렵 박씨를 만났다. 박씨는 세 곳이나 장소를 바꾸더니 자리를 잡았다. 기자와 만나는 사실이 당국에 포착되면 당장 추방될 것이므로 신중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들으니…”라고 했다. 도청 테이프 제공자가 그런 속담을 인용하니 웃음이 나왔다. 이후 ‘신동아’는 세 차례 10시간에 걸쳐 박씨를 인터뷰했다. 마지막 인터뷰는 출국 직전인 8월24일 오후에 이뤄졌다.

박씨는 인터뷰에서 X-파일 사건의 공익적인 부분과 관련해 몇 가지 새로운 이야기를 했다. 뒷받침하는 증거도 꽤 있었다. ‘의혹’ 수준으로 보도할 수 있는 내용은 넘쳐났다. 그러나 ‘신동아’는 ‘완벽하게’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보도를 보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씨가 말한 내용 전부를 기사화하지는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계속 보강 취재해 추후 보도할 계획이다.

‘신동아’는 재판 자료로 사용된 다량의 X-파일 사건 수사기록도 사정기관으로부터 입수했다. 이 기록과 박씨의 주장을 대조했다. 예를 들어 박씨가 인터뷰에서 특정인의 행적을 언급했을 경우, 해당 인사가 본인 명의로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할 경우에만 기사화했다. 추가로 그 인사의 반론도 들었다. 인터뷰의 ‘의견 개진’ 부분 역시 박씨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객관적 정황과 상식에 비쳐봤을 때 타당성이 있는 내용만 채택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좀 ‘야박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하게 질문을 던졌다. 같은 사안에 대해 추가 질문도 여러 번 했기 때문에 박씨는 마치 심문당하는 것으로 느꼈을 수도 있다. 이 또한 객관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했다.

X-파일 사건에서 박씨와 관련해 짚어볼 부분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보면 ▲박씨가 공운영 전 미림팀장으로부터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을 넘겨받은 대목 ▲박씨가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그룹전략기획실장(당시 삼성 기업구조조정본부장)을 찾아가 녹취록을 보여준 대목 ▲박씨가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찾아가 녹취록을 준 대목 ▲박씨가 MBC 이상호 기자에게 테이프와 녹취록을 제공한 대목 ▲X-파일 보도 및 검찰 수사 상황 ▲박씨가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자료를 갖고 있는지 여부 등 6가지다.

“X-파일은 화려한 독배(毒杯)”

박인회씨는 “X-파일은 화려한 독배(毒杯)”라고 자조했다. 이 세상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일급비밀’이어서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지니고 있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한 일이었고, 결국 자신을 구속의 구렁텅이에 빠뜨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씨는 X-파일을 처음 손에 쥔 1999년 9월을 회상했다.

사업차 서울에 온 박씨는 친구 이모씨를 만난 자리에서 전직 국정원 직원 임모씨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당시 임씨는 “국정원에서 억울하게 퇴출됐다”며 복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임씨는 박씨에게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과 친하냐”고 물었다. 박씨는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어도 25년 이상 뉴욕에서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잘 안다”고 답했다. 그러자 임씨는 자신의 복직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박씨는 “당신은 정보기관에서 근무했으니 큰 정보나 정책을 주면 정치인이 좋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무심코 던진 이 말이 ‘판도라의 상자’에서 X-파일이 새어 나오는 계기가 됐다.

3주 뒤 임씨의 소개로 나온 공운영 전 안기부 미림팀장은 안기부 재직시절인 1997년 이학수 부회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대화를 도청한 테이프 1개와 녹취록 3부를 박씨에게 줬다. 박씨는 “집에 가서 그것을 찬찬히 읽었다”고 했다. 검찰은 이후 박씨의 행동에 대해 공소장에 이렇게 기록했다.

“1999년 9월 하순 박씨는 이학수 당시 삼성기업구조조정본부장의 사무실을 찾아가 녹취록을 제시하면서 5억원을 요구했으나 이 본부장이 이를 들어주지 않고 국정원에 신고했다.”

그러나 박씨의 주장은 좀 다르다. 박씨가 이 본부장을 만나는 장면을 떠올리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이학수 당시 본부장을 어떻게 만났습니까.

“공운영씨를 만난 다음날 이 본부장 비서실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 본부장을 보좌한다는 직원에게 ‘지난 대선(1997년) 때 회사가 관련된 문건이 있다. 이 본부장과 상의해야 할 일이다’라며 연락처를 남겼습니다. 다음날 이 본부장 비서실에서 ‘오전 10시에 약속을 잡아놨으니 본부장실로 혼자 오라’고 약속을 잡아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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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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