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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상호 기자가 진술한 ‘X-파일 보도’ 과정

“MBC에서 3종류 ‘녹취록’ 만들었다”

MBC 이상호 기자가 진술한 ‘X-파일 보도’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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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상호 기자가 진술한 ‘X-파일 보도’ 과정

2005년 X-파일 사건 때 검찰이 ‘성명불상 언론인’으로부터 입수한 ‘안기부 도청 녹취록 정리본’. 시중에선 ‘여러 버전’의 도청 녹취록이 나돌아다녀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4월25일쯤 임OO씨의 주거지를 찾아내 카메라 기자와 함께 취재하러 갔다. 벨을 눌러 임씨의 부인에게 임씨의 집이 맞는지 확인한 후 1층 로비에서 임씨의 부인을 만났다. 내가 임씨의 부인에게 ‘임씨가 안기부에 근무한 사실이 있어요?’라고 물었더니 ‘맞다’고 하여 ‘안기부에서 어떤 일을 하였지요?’라고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임씨의 부인이 내게 ‘누구냐’고 물어와 나는 ‘박인회의 아들이다’라고 말했다.

임씨 부인의 표정이 날카로워지면서 ‘박인회씨 아들이 왜 찾아왔어요’라고 힐난조로 말하면서 거의 쫓아낼듯하여 내가 ‘인사드리면 잘해주실 것이라고 하였는데 섭섭하다’고 말했다. 임씨의 부인이 다시 ‘왜 오셨나’고 그러기에 나는 ‘아버님이 몸도 좋지 않으신 상황에서 이렇게 찾아왔는데 박대하실 수 있느냐’고 말하고 그대로 나왔다. 당시 박인회가 아프다고 말하면 임씨와 대화할 수 있는 거리가 되겠거니 생각한 것인데, 임씨 쪽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어 그냥 나왔다.”

임씨는 공운영씨와 친분은 있었지만 도청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기자는 임씨가 도청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잘못 짐작했던 듯하다. 임씨를 상대로 한 취재가 이처럼 성과 없이 끝난 뒤 이 기자가 도청 테이프의 출처에 대해 추가 취재를 했다는 정황은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바로 이어지는 이 기자의 관련 진술이다.

“임씨를 상대로 한 테이프 유출 경로 추적 취재에 실패한 후 MBC 내부에선 법률검토를 하자고 하여 법률논쟁이 벌어졌다. 그래서 2005년 5월말부터 MBC 고문변호사들 위주로 법률 검토를 벌였는데, 공익적이고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자문 결과를 받았다.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등 3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런데 6월 중순 C변호사에게 자문하니 통신비밀보호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대법원, 검찰, 법무법인 등 넓게 자문했다. 그러던 중 7월21일 조선일보가 안기부 도청 실태와 X-파일의 대강의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X-파일 입수 이후 MBC의 내부 대응 과정은 상자 기사 참조)



이 기자의 검찰 진술은, MBC가 X-파일을 제공받기는 했지만 X-파일 제작경위를 취재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의미로 비쳐진다.

X-파일 녹취록이라고 하더라도 ‘문서의 제작 주체’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선 ‘괴문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기자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통신비밀보호법 저촉 문제뿐만 아니라 ‘취재 성과의 부재’가 MBC의 X-파일 보도를 가로막은 또 다른 요인으로 보인다.

2. MBC가 3종류의 ‘녹취록’을 만들었다

MBC측은 박인회씨로부터 도청 녹취록을 제공받은 뒤 이 녹취록을 여러 부 복사했다. 그런데 이 기자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MBC측은 ‘안기부 도청 녹취록’과는 별도로 ‘녹취록’을 만들기도 했다. 이 기자는 “세 종류의 녹취록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기자의 진술 내용이다.

“하나 더 만들고, 가필본도 만들고…”

“2005년 1월 초순경 (MBC 내부의) OOO팀에서 OOO 부장이 조연출들을 시켜 녹취록을 하나 만들었다. 그러나 내용이 부실해 내가 1월 하순경(1월30일~2월2일) 별도의 녹취록을 만들었다. 나중에 보니 또 다른 OOOO팀이 내 녹취록을 토대로 하여 ‘가필본’을 하나 더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기자는 안기부 도청 테이프를 여러 번 듣고 도청 녹취록을 읽어보기도 했는데 본인도 녹취록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렇게 MBC측이 만든 ‘녹취록’은 회사 내에 배포되기도 했다.

이상호 기자는 “진술인(이 기자)이 만든 녹취록은 나중에 몇 부나 복사됐는가”라는 검찰측 질문에 “내가 녹취록 1개를 만들어 가지고 있다가 특별취재팀이 구성된 후 10부를 복사해 나눠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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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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