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의 예지력이랄까, 직관력이 빛이 났다고 생각하는데요. 처음부터 원칙을 강조하며 원안 사수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충청권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대선에서 충청권을 누가 잡느냐가 언제나 중요한 이슈잖아요. 그런 면에서 박 전 대표가 선점한 측면이 있지요. 그리고 다른 정치공학적인 계산도 들어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자유선진당이 약간 위축됐잖아요. 그러면서 보수대연합 얘기가 나오고, 결국 자유선진당을 한나라당이 통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그런 얘기들이 있죠. 대선이 가까워지면 학습효과가 나타날 걸로 봅니다. 진보가 뭉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줬기 때문에, 보수도 합치려는 경향이 다음 선거에는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를 매개로 자유선진당과 연대를 엮어낼 수 있는 중요한 고리가 되죠. 그리고 한반도 평화 관리 문제를 얘기하셨는데 그 점에서도 박 전 대표는 상당히 앞서 있죠. 겉으로 표출되지는 않지만 예전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일도 있고….
사회 : 요약하면 지방선거 결과는 박 전 대표에게 전체적으로 득이 됐다. 세 분 모두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이종훈 :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민전 : 지금 당장 득은 많지만, 환경 자체로 본다면 보수에게 상당히 타격을 준 환경이지요.
진중권 : 별로 한 것도 없이, 로또 맞은 기분일 겁니다. (웃음)
▼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의 진로
사회 : 한나라당은 앞으로 어떤 진로를 걷게 될까요.
김민전 :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박근혜 대표론이 나왔잖아요. 이런 얘기가 나온 이유는 2012년 총선 때문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18대 국회에서 수도권 의원 대부분이 친이계인데, 이 의원들은 17대 때 ‘길 가다가 지갑을 주웠다’고 하는 386의원들과 운명이 유사해질 가능성이 있어요. 영남이나 호남은 지지율이 출렁이지 않지만 수도권은 심하게 출렁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표론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세(勢)를 불린 효과가 있죠.
대선 풍향계 전여옥의 선택은?
진중권 : 지금 한나라당 내 변수는 역시 친이하고 친박이에요. 그 구도에서 박 전 대표가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의 문제였고요. 친이계 의원 가운데에는 강성 인물들이 있어요. 앞장서서 완장 찬 그 사람들이 제가 볼 때는 이번 선거 참패의 주역이거든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야 적당히 봐서 넘어가는데…. 그런 점에서 가장 관심 있게 봐야 할 정치인이 누구냐 하면 전여옥씨예요. 또 저분은 어떻게 갈까.(웃음) 아주 초미의 관심사예요. 그분을 보면 흐름이 보일 것 같아요.
김민전 : 어디로 다시 갈 데가 별로 없을 것 같은데요.(웃음) 다시 친박으로 갈 수는 없을 거 아니에요.
진중권 : 그건 모르지요. 정치인이라는 게, 신의고 뭐고 이런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논리를 또 만들어내니까요. 아무튼 친이계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가 민주당이 집권하는 것이고, 가장 좋은 것이 한 번 더 잡는 건데, 여의치 않으면 친박하고라도 연대를 해야….
이종훈 : 계파 관점에서 보자면 앞으로 친박이 훨씬 더 생명력이 강할 겁니다. 충성도도 높은 편이고 운명공동체적인 그런 점이 있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