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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정책의 권력정치학

‘시장 확대냐 억제냐’ 군부와 중앙당의 15년 투쟁

북한 경제정책의 권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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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현재

중앙당과 공안세력의 반격, 그리고 후계체제 수립 추진

북한 경제정책의 권력정치학

2006년 12월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압록강 강둑에서 북한 군인들이 운반돼온 식량을 옮기고 있다. 중국과의 식량 무역은 북한의 쌀, 옥수수 가격 등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영원할 수는 없었다. 2005년부터 보수공안파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 정책주도권을 행사하게 되기 때문. 여기서 보수공안파란 중앙당 내부에 존재하는 보수정책 옹호파와 사회안전부, 국가보위부 등 공안기관의 연합을 말한다. 2005년 말 권력 핵심에 복귀한 뒤 당 중앙위 비서국 행정부장으로 치안, 공안 및 사법과 관련한 최고책임을 맡게 된 장성택은 양 세력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시기 역시 셋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시기는 2005년 초부터다. 이 무렵 김정일 위원장은 개혁정책에 등을 돌리는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중앙당을 중심으로 반개혁 공세가 거세졌다. 2004년까지 실시됐던 각종 경제정책과 조치들을 살펴보면 중앙당이 크게 반발할 만한 이유가 뚜렷이 보인다. 이후 내각의 위상은 도로 격하되기 시작했고, 개혁적 성향의 관료들이 줄줄이 실각했으며, 그 동안 진행돼온 개혁정책은 취소됐다. 이 시기 보수파 인물의 등용이 두드러졌다. 2005년 7월 중앙당 비서국에 계획재정부가 신설되면서 박남기가 부장에 취임했다. 같은 7월에는 중앙당 국제부장이던 김양건이 국방위원회 (대외담당) 참사로 임명된다. 장성택이 수도건설 제1부부장으로 복귀한 것 역시 그해 12월의 일이었다.

두 번째 시기는 2007년 5월부터 2008년 10월에 이르는 시기다. 보수공안파의 위상이 확고해진 가운데 더욱 공세적인 개혁 청산조치가 취해졌다. 그해 4월에는 내각의 수장으로 각종 개혁조치를 주도했던 박봉주가 최종적으로 실각했고, 이후 5월부터 ‘비사회주의적 요소 척결’을 모토로 하는 검열이 강도 높게 진행됐다. 김정일은 ‘시장은 비사회주의의 서식장’이라는 이른바 8·26방침을 하달했다.



한편 이 무렵 보수공안파는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했다. 2007년 3월 김양건은 통일전선부 부장에 취임했다. 그의 실무책임하에 남북정상회담이 2007년 6월부터 7월 초 사이에 전격적으로 합의됐고, 8월 중순 열릴 예정이었다. 정상회담은 평양의 폭우 피해를 이유로 연기됐다. 우연찮게도 9월부터는 남북경협에 종사해온 인물들에 대한 조사와 숙청이 중앙당 주도로 시작됐다.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10월에는 장성택이 행정부장으로 승진했고, 시장에 대한 통제가 현저히 강화됐다. 이후 남북경협은 갖가지 우여곡절을 거쳐 2008년 말에 이르러 내각 관할에서 사실상 통전부 관할로 바뀐다. 2008년부터는 각종 무역회사에 대한 검열도 강력하게 진행됐다. 특히 중소단위의 군부 무역회사가 그 대상이었다. 3월부터 장성택 행정부장의 주도로 신의주를 포함한 북중 접경지역 일대의 군부 무역기관이 ‘지극히 가혹한’ 중앙의 집중검열에 시달려야만 했다.

세 번째 시기는 김 위원장이 뇌경색으로부터 회복한 2008년 10월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기를 포괄한다. 사태 전환의 계기는 2008년 8월경이었다. 이 무렵 북한은 사실상 국가전략의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보수공안파의 국가전략은 다음과 같았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군사적으로는 한국의 ‘자주적’ 대외안보정책을 방패막이로 미국의 비핵화 압박을 제어하고, 협상을 장기화하여 사실상 핵무기 보유를 묵인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북한식 평화체제를 수립한다. 경제 및 대내 관계에서는 내부적으로 보수적 경제정책을 추진하되, 그 때문에 초래되는 경제부진을 남측의 지원으로 보충하면서 공안통치 강화를 통해 내부정치 안정과 정권 존속을 유지한다.

이러한 전략의 추진구도는 2008년 8월 전체적으로 벽에 부딪히기에 이른다. 이 시기 남측은 지원성 경협을 중단했고 외교안보정책에서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했다. 2008년 8월경에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난관에 부딪혔고 김정일의 건강까지 위태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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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dpblue@kin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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