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8일 대통령실장에 내정된 임태희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 과천 고용노동부청사를 떠나고 있다.
실제로 류 전 실장이 있던 이명박 정부 1기 청와대는 나름대로 ‘군기’가 잡혀 있었다. 정권 출범 초기여서 긴장한 탓도 있었지만, ‘정권창출의 1등 공신’ 류 실장이 이 대통령의 돈독한 신임을 바탕으로 청와대 조직을 확고하게 장악한 측면이 있다.
류 실장은 청와대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을 자신에게 상세히 보고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참모들이 지레짐작으로 사소한 일이라고 판단해 보고하지 않았다가 실장실에 불려가 꾸중을 듣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실세 비서실장’이던 그는 2008년 6월 정두언 의원에게 ‘권력사유화’의 한 당사자로 지목되는 바람에 4개월 만에 청와대에서 나왔다.
반면 2년1개월 동안 장수한 정 전 실장은 ‘유(柔)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전형적인 학자 출신인 그는 큰소리를 내는 일이 좀체 없었다. 직원들에게도 예의를 차렸다. 그래서 영(令)이 서지 않았는지 2기 청와대에선 참모들의 일탈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장을 강성 인물로 바꿔 내부 기강을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임태희는 젊은 정정길?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의 청와대를 이끌 세 번째 대통령실장으로 ‘강성’과는 거리가 먼 임태희 의원을 발탁했다. 임 실장이 굳이 류·정 전 실장 중 어느 쪽과 가까운지 구분한다면 정 전 실장 쪽에 많이 치우친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한 여권 고위인사는 그를 ‘젊은 정정길’이라고 표현했다. 임 실장은 정 전 실장보다 14세 아래다. 한나라당 한 중진 의원은 “임 실장이 윗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임 실장과 대화를 하다 의견이 엇갈리면 그는 자신의 견해를 종종 상대방에게 맞춰준다”고 했다.
임 실장은 이 대통령의 비서실장 전문이다. 이명박 대통령후보 비서실장, 이명박 대통령당선인 비서실장에 이어 이번에 대통령실장이 된 것이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앞서 두 번에서 돈독한 신임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임 실장은 이 대통령이 던진 세대교체라는 화두에도 어울린다. 경제관료 출신에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경륜도 고려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앞서 류·정 전 실장은 현실정치 경험이 전혀 없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 ‘탈(脫)여의도’를 선언했기 때문에 대통령실장을 비(非)정치인으로 발탁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동안의 탈여의도 정치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탈여의도 정치를 하는 동안 지방권력의 상당 부분이 야당으로 넘어갔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내부의 알력도 심해져 보수세력 재집권 플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따라서 임 실장 발탁은 청와대가 여의도 정치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임 실장은 어떤 인물일까. 그는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 대변인, 여의도연구소장, 정책위의장,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다. 정치권에선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낯설다.